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5집 '슬로 다이빙 테이블'을 감명 깊게 들은 나는 멤버들이 앨범을 만들었다는 제주도가 문득 궁금했다.
궁금함은 제주도를 향한 비행기 티켓 예약으로 이어졌다. 내 첫 제주도 여행이었다.
공교롭게도 제주도 휴가 일정과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일정이 겹쳐 있었다.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에 대해 알아보니 이 페스티벌이야 말로 진짜 록페스티벌의 원형을 간직한 페스티벌이 아닌가 싶었다.
7시간 동안 해변에서 음악을 즐기며 정말 즐겁게 놀았다.
주최 측이 나의 방문을 알면 괜히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암행 취재를 했다.
10년째 무료입장 정책 고수
제주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성황
초등학생 밴드부터 홍대 인디밴드까지
재능기부 형태로 개런티 없이 참여
상혼에 물든 대형 페스티벌에 경종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지산월드락페스티벌, 슈퍼소닉2013,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까지 올여름 개최를 앞둔 대형 록페스티벌만 무려 5개에 달한다. 음악 축제시장이 상업성 논란 속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남쪽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특별한 록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지난 13일 오후 4시 제주시 함덕리 서우봉해변 잔디광장에서 제10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Stepping Stone Festival)이 열렸다. ‘징검다리’란 의미를 가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지난 2004년 제주도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돼 올해로 개최 10년째를 맞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티켓가를 자랑하는 대형 록페스티벌과는 달리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무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대 역시 탑동 해변공연장, 중문 해수욕장, 산천단 바람카페 등 악기와 마이크만 가져다놓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련됐다. 그러나 라인업은 결코 무료라는 이유로 초라하지 않았다. 이날 무대에 선 뮤지션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을 비롯해 3호선 버터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킹스턴 루디스카, 아폴로18, 위치스 등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밴드들이었다. 모두 재능 기부형태로 기꺼이 개런티 없이 참여했다.
거창한 개막식은 없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첫 무대를 열었다. 비치발리볼과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씩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팬들로 보이는 몇몇 여성이 단체 티셔츠를 입고 몸을 흔들자 무대 앞 객석 아닌 객석은 조금씩 달아올랐다. 뒤이어 사우스카니발, 위치스 등이 공연을 이어갔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밴드 중 하나인 평대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뱅(Bang)의 연주는 지역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 생수 500원, 소시지 2000원 등 무대 주변에 마련된 먹거리 판매 부스는 ‘착한’ 가격으로 관객들을 유혹했다.
해가 저물고 더운 바람이 잦아들자 무대 앞은 한데 뒤섞인 내국인과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대를 마친 밴드는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공연 후반부로 접어들자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공연 마지막의 풍등 날리기 행사와 불꽃놀이는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의 절정이었다. 오후 11시 무렵까지 무대와 객석을 아우르는 알찬 무대가 쉼 없이 이어졌다. 대형 록페스티벌이 상혼에 휩쓸려 자유와 열정 등 록페스티벌의 기본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록페스티벌의 원형을 보여줬다.
사우스카니발에서 보컬과 트럼펫을 맡고 있는 강경환은 “외부의 대형 자본 없이 제주도에서 10년째 자생적으로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제주도 출신 뮤지션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지역 밴드와 페스티벌도 지역이란 한계를 넘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밴드와 페스티벌도 무조건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 지역적 색깔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 록페스티벌들 역시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섭외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조금만 쏟는다면 상업성 논란에서 조금이나마 비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시 이도2동에서 인디 음악 전문 펍 ‘B동 301호’를 운영 중인 채동원 씨는 기자에게 제주 지역 뮤지션인 젠얼론(Zen Alone)의 첫 정규앨범 ‘올드 다이어리(Old Diary)’를 건넸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이뤄져 단출했지만 빛바랜 청바지를 닮은 묘한 매력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이는 최근 인디 포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감성이었다. 그는 “제주도엔 음악 외에도 미술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많은데 앞으로 이들이 페스티벌에 함께한다면 더욱 의미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홍대에서 활동 중인 유명 인디 뮤지션들의 참여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역 뮤지션들의 참여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제주=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제주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성황
초등학생 밴드부터 홍대 인디밴드까지
재능기부 형태로 개런티 없이 참여
상혼에 물든 대형 페스티벌에 경종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지산월드락페스티벌, 슈퍼소닉2013,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시티브레이크까지 올여름 개최를 앞둔 대형 록페스티벌만 무려 5개에 달한다. 음악 축제시장이 상업성 논란 속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남쪽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 특별한 록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지난 13일 오후 4시 제주시 함덕리 서우봉해변 잔디광장에서 제10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Stepping Stone Festival)이 열렸다. ‘징검다리’란 의미를 가진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지난 2004년 제주도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돼 올해로 개최 10년째를 맞았다.
입이 쩍 벌어지는 티켓가를 자랑하는 대형 록페스티벌과는 달리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무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대 역시 탑동 해변공연장, 중문 해수욕장, 산천단 바람카페 등 악기와 마이크만 가져다놓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마련됐다. 그러나 라인업은 결코 무료라는 이유로 초라하지 않았다. 이날 무대에 선 뮤지션은 제주도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을 비롯해 3호선 버터플라이, 서울전자음악단,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킹스턴 루디스카, 아폴로18, 위치스 등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밴드들이었다. 모두 재능 기부형태로 기꺼이 개런티 없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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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출신 스카밴드 사우스카니발과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지난 13일 오후 제주시 함덕리 서우봉해변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10회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주=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
거창한 개막식은 없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첫 무대를 열었다. 비치발리볼과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은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씩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팬들로 보이는 몇몇 여성이 단체 티셔츠를 입고 몸을 흔들자 무대 앞 객석 아닌 객석은 조금씩 달아올랐다. 뒤이어 사우스카니발, 위치스 등이 공연을 이어갔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밴드 중 하나인 평대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뱅(Bang)의 연주는 지역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였다. 생수 500원, 소시지 2000원 등 무대 주변에 마련된 먹거리 판매 부스는 ‘착한’ 가격으로 관객들을 유혹했다.
해가 저물고 더운 바람이 잦아들자 무대 앞은 한데 뒤섞인 내국인과 외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대를 마친 밴드는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공연 후반부로 접어들자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공연 마지막의 풍등 날리기 행사와 불꽃놀이는 관객과 함께하는 무대의 절정이었다. 오후 11시 무렵까지 무대와 객석을 아우르는 알찬 무대가 쉼 없이 이어졌다. 대형 록페스티벌이 상혼에 휩쓸려 자유와 열정 등 록페스티벌의 기본정신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록페스티벌의 원형을 보여줬다.
사우스카니발에서 보컬과 트럼펫을 맡고 있는 강경환은 “외부의 대형 자본 없이 제주도에서 10년째 자생적으로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제주도 출신 뮤지션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지역 밴드와 페스티벌도 지역이란 한계를 넘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 밴드와 페스티벌도 무조건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 지역적 색깔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형 록페스티벌들 역시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섭외를 위한 노력과 비용을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조금만 쏟는다면 상업성 논란에서 조금이나마 비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시 이도2동에서 인디 음악 전문 펍 ‘B동 301호’를 운영 중인 채동원 씨는 기자에게 제주 지역 뮤지션인 젠얼론(Zen Alone)의 첫 정규앨범 ‘올드 다이어리(Old Diary)’를 건넸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만으로 이뤄져 단출했지만 빛바랜 청바지를 닮은 묘한 매력과 세련미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이는 최근 인디 포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감성이었다. 그는 “제주도엔 음악 외에도 미술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많은데 앞으로 이들이 페스티벌에 함께한다면 더욱 의미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며 “홍대에서 활동 중인 유명 인디 뮤지션들의 참여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역 뮤지션들의 참여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제주=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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