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이 따뜻한 목소리와 음악이여..
이 언니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네 ㅠㅠ
난 '사랑의 내비게이션' 강추!!
트로트스러운 제목에서 어떻게 이토록 사랑스러운 고백송이 나온 거지.
이아립이 3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를 발표했다. 늘 그래왔듯 이아립의 컴백은 요란한 홍보 한 줄 없이 고요했다. 그러나 카페 한 구석에 앉아 턱을 괴고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언니’의 소식을 용케 알고 찾아오는 팬들이 적지 않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합정동 카페 ‘무대륙’에서 이아립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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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정규 4집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아립. [사진제공=열두폭병풍] |
이아립은 “이전의 내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주변에서 정의하고 바라보는 나로부터 침식당하지 말고 내 모습 그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작업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타이틀곡 ‘뒷일을 부탁해’를 비롯해 ‘두 눈에 비가 내린다’ ‘등산’ ‘바람을 일으키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서라벌 호프’ ‘사랑의 내비게이션’ ‘리버 피닉스’ 등 10곡이 담겨있다. 최소한의 편곡을 통해 음악적 수사를 덜어낸 자리로 파고드는 목소리의 힘은 잔잔하지만 묵직하다. ‘두 눈에 비가 내린다’의 “앞이 흐려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걸음을 멈출 수가 없어 계속 걷는다”, ‘등산’의 “뭐 먹고 사느라고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나”, ‘사랑의 내비게이션’의 “밤이든 새벽이든 전원만 켜면 OK 규정속도로 당신께 달려갈게요”와 같이 은유와 직유를 오가는 진솔한 가사들은 어렵지 않은 언어로 일상의 서글픈 상념을 들춰냄으로써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이번 앨범이 전작들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동료 뮤지션들의 참여다. 기타리스트 조정치와 이아립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하와이’로 앨범을 발매했던 이호석이 편곡자와 연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강아솔도 ‘서라벌 호프’에 피아노 연주자로 힘을 보탰다. 지인인 엔지니어 임진선이 저 멀리 아일랜드에서 마스터링을 도왔다. 작사ㆍ작곡ㆍ편곡 등 거의 모든 앨범 작업을 홀로 홈레코딩으로 진행했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다.
이아립은 “가끔 내가 만든 노래들이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는데 ‘뒷일을 부탁해’가 그런 노래”라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신세지지 않고 홀로 모든 것을 수습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번엔 대놓고 많은 이들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며 이전의 나를 털어버리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다양한 길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앨범에서 인상적인 곡 중 하나는 마지막 트랙 ‘리버 피닉스’다. 이아립은 뮤지션 대신 지난 1993년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해 23세로 요절한 할리우드 배우 리버 피닉스를 음악적 뮤즈로 꼽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아립은 “영화 ‘허공에의 질주’에 출연한 리버 피닉스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해야 되나’라는 질문을 내게 던졌고 그 대답은 ‘음악을 하자’였다”며 “어떤 질문은 인생이 되기도 하는데 ‘리버 피닉스’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위해서였음을 고백하며 초심을 다지기 위해 쓴 곡이자 이 앨범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친환경 CD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이 CD의 수명은 약 60년으로, 수명이 다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CD에 불과하지만 마치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그 느낌이 각별하다.
이아립은 “이 앨범은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수명을 다 해가고 있다”며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앨범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그 앨범과 삶을 함께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아립은 오는 11월 3일 서울 홍대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아립은 “카피곡을 들려줘야하는 무대만 아니라면 큰 공연장부터 당신의 집 옥상까지 어디에서든지 노래를 부를 준비가 돼 있다”며 “‘두 눈에 비가 내린다’ 등 사랑을 주제로 만든 앨범의 수록곡들이 멜로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 꽤 어울릴 것 같다”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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