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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적 “뻔한 곡은 배제…살아있는 음악 들려주고 싶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11. 14.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 꿈이라 했던 이적.

그는 그 목표를 적지 않게 이룬 것 같다.

이번 앨범의 완성도 역시 상당하다.

그간 이적이 선보였던 음악을 집대성 한 역작!

 

 

 

“뻔한 곡은 배제…살아있는 음악 들려주고 싶었다”

 

어쿠스틱·록·일렉트로닉…

음악적 스펙트럼 넓게 펼쳐

싱어송라이터 이적은 그동안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시간을 견디는 음악’을 만들어낸 일”이라고 밝혀왔다. 이적이 정상의 인기를 누려온 ‘스타 가수’였는지는 의문부호다. 공전의 히트곡 ‘달팽이’가 수록된 지난 1995년 그룹 패닉 시절의 데뷔 앨범조차도 그해 전체 앨범 판매량 ‘톱10’에 들지 못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작곡가’ 이적은 언젠가부터 괜찮은 작곡가 이상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이적이 만든 ‘트렌디하지 않은’ 음악은 ‘트렌디한’ 현실을 관통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하늘을 달리다’ 등 많은 곡들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재조명된 이유 역시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음악의 힘 덕분이었다.

 

오는 15일 이적이 3년 만에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발표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반포동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이적이 직접 앨범을 들려주고 곡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음악감상회 자리가 마련됐다.

이적은 “전작들을 작업할 때엔 늘 부족한 시간에 시달렸는데, 이번엔 2년이란 충분한 시간을 들여 60여 곡을 작업했고 그 중 10곡을 추리는 등 이상적인 형태의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럴듯하게 들리더라도 뻔한 곡은 철저히 배제하고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곡을 앨범에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적은 지난 2007년 3집 ‘나무로 만든 노래’과 2010년 4집 ‘사랑’을 통해 어쿠스틱 사운드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 이적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에 두고 록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게 펼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앨범의 전반부엔 버려짐으로부터 오는 상실감을 소박한 편곡으로 노래해 애절함을 더한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부터 타이거JK가 랩 피처링으로 참여한 ‘사랑이 뭐 길래’, 올드팝을 연상케 하는 빈티지한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이십년이 지난 뒤’, 가수 정인과의 듀엣 곡으로 지난 11일 선공개된 팝발라드 ‘비포 선라이즈’ 등 접근하기 수월한 곡들이 들어있다. 후반부엔 패닉 활동 시절에 들려준 실험적인 사운드가 지배하는 ‘뭐가 보여’와 ‘병’ 등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곡들이 포진돼 있다. 장성은 디자이너가 추종완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 디자인한 기괴하고도 쓸쓸한 느낌을 주는 앨범 재킷과 속지는 가볍지 않은 음악의 결에 무게를 더한다.

이적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단조로움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었고, 다른 음악을 들려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변화를 꾀했다”며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코드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게 됐다. 폼을 내도 내지 않아도 안 되고, 싼티를 내도 내지 않아도 안 되는 그 미묘한 경계선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뭐가 보여’와 ‘병’ 같은 곡은 싱글로는 절대 발표할 수 없는 곡이지만 정규 앨범 내에선 이야기의 일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곡인데, 이젠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정규 앨범의 발매가 어려운 세상”이라며 “마지막 정규 앨범이란 생각으로, 마지막이라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