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비보이라는 세계.
정말 멋있었다. 신체의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비보이들의 몸짓은 피곤에 절어 드러눕고 싶은 몸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역대 최대 규모 ‘레드불 비씨 원’
한국인 홍텐, 개최국 출신 첫우승
두 비보이의 대결은 무림 절정고수의 비무를 닮아 있었다. 대형 원형무대와 객석을 채운 수많은 관객들은 마치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서로를 도발하는 두 비보이의 기싸움에선 살벌함보다 건강함이 느껴졌다. 신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동작이 펼쳐질 때마다 객석은 열광했다.
지난 주말 서울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세계 최대 비보이 대회 중 하나인 ‘레드불 비씨 원(Red Bull BC one)’ 결승전이 열렸다. 이 대회는 지난 2004년 스위스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전 세계 대도시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 특히 이 대회는 크루(팀) 간이 아닌 일대일 대결이란 점에서 우승 시 비보이 개인에게 주어지는 명예가 상당하다. 올해 대회는 전 세계 53개국에서 2000여명 이상의 비보이들이 참가, 90회 이상의 지역 예선이 벌어지는 등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대회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역대 우승자 8명을 포함해 지역결선 우승자 6명,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2명 등 톱클래스 비보이 16명이 참가해 진검승부를 펼쳤다. 세계적인 대회답게 한국, 미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콜롬비아, 이탈리아, 모로코 등 다양한 국적의 비보이가 참가했고 일본, 프랑스, 아제르바이잔 등 세계 각국에서 100여명의 외신기자단이 몰려 열띤 취재열기를 뿜어냈다.
이번 대회는 디제이(DJ)가 무작위로 음악을 들려주고 비보이는 자유롭게 춤을 추는 ‘프리스타일’ 형식으로 진행됐다. 디제이와 비보이 사이에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비보이의 창의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무대였다. 음악을 먼저 듣고 그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비보이의 춤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음악이었다.
강세를 보인 참가자는 역대 우승자들이었다. 역대 우승자들은 16강전에서 올해 지역결선 우승자 및 와일드카드와 맞붙어 8강전에 5명의 이름을 올렸다. 또한 4강전에 오른 참가자는 모두 역대 우승자 출신이었다.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우승의 영광은 지난 2006년 대회 우승자인 한국의 홍텐(Hong10)의 차지였다. 준우승은 지난해 대회 우승자인 프랑스의 무니르에게 돌아갔다. 무려 7년 만에 세계 정상으로 복귀한 홍텐은 대회 역사상 자국에서 벌어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비보이라는 영예도 함께 안았다.
홍텐은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이렇게까지 연습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고,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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