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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와 나를 아우르는 달콤쌉싸름한 세계…랄라스윗, 정규 2집 ‘너의 세계’ 발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3. 27.

누가 랄라스윗보고 달달하다던가?

이들은 원래 쓴맛을 숨기지 않았고, 이번 앨범에선 더 쌉쌀해졌다.

그래서 달콤한 멜로디가 더 달게 느껴지는 것 뿐이다.

CD의 속지를 펼쳐서 가사와 함께 앨범을 들어보라. 생각보다 살풍경(?)을 펼쳐내는 가사에 새삼 놀랄 것이다.

 

 

 

너와 나를 아우르는 달콤쌉싸름한 세계…랄라스윗, 정규 2집 ‘너의 세계’ 발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쓴맛은 종종 어른의 맛으로 일컬어진다. 쓴맛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오랜 세월 동안의 타협 끝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쓴맛을 가진 물질 중 상당수는 독성을 가지고 있다. 쓴맛을 거부하는 것은 생존 본능인 셈이다. 쓴맛을 포기하면 편해지지만, 견대내면 새롭고 복잡한 맛의 세계가 펼쳐진다. 소싯적 진저리쳤던 봄나물의 흙내가 정겨워지고, 뭔 맛으로 마시는가 싶었던 커피와 술에서 각각 산미(酸味)와 감미(甘味)를 찾아내 즐길 수 있게 되니 말이다. 듀오 랄라스윗의 음악은 카카오 함량 70% 이상의 다크 초콜릿이다. 이름만 보고 달달할 것 같아 달려들었다가 이따금씩 쓴맛을 보여주는 음악에 흠칫했던 이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애들은 가라.

랄라스윗이 27일 정규 2집 ‘너의 세계’를 발표하며 돌아왔다. 정규 앨범으로는 지난 2011년 1집 ‘비터스윗(Bittersweet)’ 이후 2년 4개월 만의 신보다. 지난 2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랄라스윗의 멤버 박별(건반), 김현아(보컬ㆍ어쿠스틱 기타)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현아는 “주변에서 바라보는 랄라스윗의 이미지는 밝고 달달한데 실제 음악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오랜 고민 끝에 솔직하게 우리를 드러내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의 고집대로 앨범을 만들어나갔다”고 밝혔다. 박별은 “밴드 사운드에 천착했던 전작과는 달리 현악 4중주,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동원해 풍부한 소리를 앨범에 담아내고자 했다”며 “비록 완전한 라인업을 갖춘 밴드는 아니지만 그 중심에 랄라스윗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앨범의 타이틀은 보통 수록곡 중 한 곡의 제목으로 정해진다. 이는 대개 앨범 수록곡을 선곡하는 작업이 이미 완성된 곡들 중에서 괜찮은 곡들을 추리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랄라스윗은 ‘너의 세계’라는 타이틀을 먼저 정하고 곡을 작업하는 일종의 ‘콘셉트 앨범(전체적으로 일관된 주제를 설정해 통일감을 주는 앨범)’과 유사한 제작 방식을 취했다. 이 같은 제작 방식은 다소 까다롭고 작업 속도를 느리게 만들지만 곡과 곡 사이를 유기적인 관계로 엮어 앨범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박별은 “1집 제작 당시에는 만드는 데에 급급해 앨범 타이틀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었는데, 2집을 만들 때에는 앨범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너에 세계’라는 타이틀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한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아는 “예전에는 앨범을 만들 때에 재킷 디자인, 사진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사진 하나하나까지 직접 챙겼다”며 “음악을 들을 때 앨범 속지를 펼쳐 가사와 사진을 함께 감상한다면 에세이나 시집처럼 조금 더 내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오월’을 비롯해 ‘앞으로 앞으로’ ‘사라지는 계절’ ‘거짓말꽃’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반짝여줘’ ‘컬러풀’ 등 10곡이 담겨있다. 사랑과 이별을 주로 다뤘던 1집과는 이번 앨범은 자아에 대한 고민과 성장통 등 보다 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앨범의 첫 곡 ‘앞으로 앞으로’는 광활한 공간감을 살린 사운드와 멤버들의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고 미래를 다짐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김현아는 “바람에 떠밀려 가는 부서진 배의 모습이 문득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에서 내릴 방법은 없다. 어차피 내릴 수 없는 배라면 끝까지 타고 표류해보겠다는 각오를 담은 곡이고 이번 앨범 전체를 포괄하는 곡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오월’과 ‘사라지는 계절’은 밝은 멜로디로 귀를 당기다가 “오월 너는 너무나 눈부셔 나는 쳐다볼 수가 없구나”, “말도 없이 가버리는 계절처럼 어떤 예고도 없이 떠나버릴지도 몰라”와 같은 가사로 마음을 신산(辛酸)하게 만드는 랄라스윗 특유의 치고빠지기를 잘 보여주는 곡이다. 박별은 “이소라의 ‘바람의 분다’의 가사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처럼 무심코 멜로디를 흘려듣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에 확 박히는 가사를 가진 곡을 쓰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불안한 청춘들의 자화상을 담은 ‘컬러풀’도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올해로 13년 째 함께 한 멤버들의 랄라스윗 활동 전 치열한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기장 같은 곡이기도 하다.

박별은 “10대 시절 우리는 함께 음악을 배우며 뮤지션을 꿈꾼 해맑은 학생들이었는데, 20대로 접어든 우리는 치열하게 살고 있지만 불안하고 행복하지 못한 무채색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며 “2007년 어느 날 현아가 전화로 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모르겠지만 이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라고 말을 했고, 우리의 통화는 2시간 이상 계속됐다. 그것이 랄라스윗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김현아는 “청년들이 스펙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을 해야 행복해지는지 모르고 불안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랄라스윗은 27일 오후 12시 15분부터 서울 정동 이화여고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다. 이날 쇼케이스는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 유튜브 채널(http://www.youtube.com/user/HappyRobotRecords)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이어 랄라스윗은 5월 4일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무대에 오른 뒤, 7월께 단독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김현아는 “음악적 방향성을 확실히 정한만큼 다음 앨범은 이번 앨범보다 조금 빨리 나오게 될 것 같다”며 “우리는 보기와 다르게 사막 같은 오지를 좋아하는 강인한 여자들이다. 기회가 되면 EBS ‘세계테마기행’ 등에 출연해 이집트, 인도, 라오스 등지에서 흙을 밟으며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