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 25일 카메라가 장착된 파이프로 촬영한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 지하700m 갱도에 매몰된 광부들의 모습. [사진제공=BBC홈페이지] |
69일만에 구조된 칠레 광부 33인
2년만에 귀환한 난파 남극 탐험대
솔선수범 지휘 · 뚜렷한 목표 제시
극한 상황, 환희의 순간으로 바꿔
세월호 ‘비겁 리더십’과 대조 극명
지난 2009년 1월 15일,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을 싣고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US 에어웨이스 US1549편 여객기가 910m 고도에서 엔진 고장을 일으켰다. 이륙 직후 엔진 2개와 충돌한 새떼가 고장의 원인이었다.
THE 33/ 조나단 프랭클린 지음/ 이원경ㆍ유영만 옮김/ 월드김영사 |
착륙 후 여객기는 반쯤 물에 잠겼다. 승객들은 구조대가 올 때까지 슬라이드와 날개 위에서 안전하게 기다리다가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 종료 후에도 객실을 두 번이나 오고 간 후 맨 마지막으로 여객기에서 빠져나온 기장은 “지침대로 행동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사고는 2012년 할리우드 영화 ‘플라이트’의 소재가 돼 유명세를 탔다.
지난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목숨을 잃었다. 사고 직후 가장 먼저 선장 신분을 숨긴채 구조선에 오른 이준석 선장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은 현행 선원법조차 무시한 비겁한 리더십이어서 더욱 가슴 아팠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극한 상황 속에서 리더의 정확한 판단력과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참사였다. 재난 현장의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 새삼 더 눈에 띄는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믿음의 리더십=2010년 8월 5일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코피아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 지하 700m 갱도에 광부 33명이 매몰됐다. 극한의 상황인 터라 많은 사람들이 광부들의 생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이들은 2010년 10월 14일 69일 만에 기적처럼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더(THE) 33’은 광부 33인의 절망과 환희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저자이자 언론인인 조나단 프랭클린은 구조대의 신분으로 가까이에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구조대원, 가족, 기술자, 구출된 광부 등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해 사건 당시의 이야기를 생생히 복원시키고 광부들이 보여준 의지와 지혜, 리더십, 그리고 칠레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이 책에는 부각돼 있지 않지만 갱도 바깥에선 라우렌세 골보르네 광업부 장관의 역할도 컸다. 현장으로 달려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광부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모든 책임을 감수하기로 하고 대통령을 설득해 가족들의 믿음을 얻어냈다. 돌발변수가 생기면 현장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즉각 수정해나갔다.
갱도의 내부와 외부의 조화된 리더십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섀클턴의 파워 리더십/ 데니스 퍼킨스 지음/ 최종옥 옮김/ 뜨인돌출판사 |
‘섀클턴의 파워 리더십’은 탐험대의 전원 생존 비결은 새클턴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섀클턴이 남극에서 난파당해 구조에 이르기까지 약 2년간 겪었던 일들을 토대로 위대한 리더가 되기 위한 교훈을 제시한다.
섀클턴은 조난 후 가장 먼저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없앴다. 그는 뒤처진 대원을 포기하지 않고 직접 구출에 나섰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맨 앞에 나섰다. 또한 그는 대원들에게 다양한 게임과 운동을 제안하거나 임무를 주고 바쁘게 생활하게 함으로써 절망할 틈을 주지 않았다. 새클턴은 끊임없이 대원들에게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것을 주문했다.
이 책은 극한 상황을 연구함으로써 조직의 힘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이해할 수 있고, 곤경에 빠지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조직을 리드하고 발전시키는 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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