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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찬휘 “시원한 고음 말고도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많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 7.

인터뷰 중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내가 이브(1988년에 데뷔한 한국 최초의 여성 헤비메탈 밴드로 소찬휘는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다)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누님은 내게 "제발 앨범은 혼자 가지고 계시고 남들에겐 보여주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ㅋㅋㅋ

그래.. 이 누님의 '가수' 데뷔는 1996년이다. 1988년이 아니다.



기사 원문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0107000054&md=20150107074742_BL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금까지 저는 고집스럽게 하고 싶은 음악을 발표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키를 내리고 많은 사람들과 소곤거릴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90년대 가요계의 주역들을 소환해 무대에 올린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로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토토가’에 출연한 많은 가수들 중에서도 소찬휘는 단연 발군이었다. 90년대 말 시원한 고음으로 사랑을 받았던 소찬휘는 ‘토토가’에서 녹슬지 않은 가창력을 선보여 함께 출연한 가수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소찬휘의 인상 깊었던 무대는 자연스럽게 신곡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이 같은 기대에 응답하듯 소찬휘는 새로운 싱글 ‘글래스 하트(Glass Heart)’을 발표하며 활동 재개를 알렸다. 지난 6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소찬휘를 만나 근황과 새로운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찬휘는 “지난해 가을부터 새로운 곡을 준비해오다 소속사 측으로부터 갑자기 ‘무한도전’ 출연 일정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아 ‘토토가’에 참여하게 돼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며 “늘 바쁘게 지내왔지만 ‘토토가’는 데뷔 후 신인 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한 벅찬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곡 ‘글래스 하트’는 소찬휘 특유의 고음을 기대하고 듣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곡이다. 소찬휘가 음정을 낮추고 ‘유리 심장’이라는 곡의 제목처럼 사랑 때문에 겁쟁이가 된 여성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발라드를 부를 줄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소찬휘의 히트곡 ‘티어스(Tears)’를 작업했던 정성윤과 주태영이 작곡과 편곡으로 다시 한 번 참여해 힘을 보탰다. 소찬휘는 정확한 음정에 집착하기보다 곡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자연스러운 떨림을 곡에 담아냈다. 녹음은 자연스러움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에 가깝게 진행됐다.

소찬휘는 “많은 작곡가들이 내가 소화하기 버거울 만큼 음정이 높은 곡을 만들어주는데, 사실 나는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며 “소찬휘에게도 이런 목소리와 창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찬휘의 히트곡 ‘티어스’와 ‘현명한 선택’은 노래를 좀 한다는 여성들이 노래방에서 18번으로 꼽는 곡이다. 강렬한 곡이었던 만큼 그림자도 짙었던 모양이다. 소찬휘는 이후 어떤 곡을 불러도 ‘티어스’와 ‘현명한 선택’에 가리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찬휘는 “기존의 센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내가 신곡을 발표해도 대중은 여전히 ‘티어스’와 ‘현명한 선택’을 듣기 원한다”며 “대중의 기대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을 넘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 숙제”라고 고백했다. 

지난해 소찬휘는 밴드 락타이거즈(RockTigers)의 베이시스트 로이(Roy)와 함께 ‘로커빌리(로큰롤에 컨트리의 요소를 더한 미국의 록)’ 스타일의 앨범을 발표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그는 앞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찬휘는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뿐만 아니라 언플러그드(전자음을 배제한 음악)도 해보고 싶다”며 “밴드 글렌체크(GlenCheck)의 음악을 무척 인상 깊게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글렌체크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보고 싶다”고 했다. 

소찬휘는 ‘토토가’ 출연 전에는 서울과 경북 경산을 오가며 후진 양성에 집중해 왔다. 현재 그는 대경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룹 브이오에스(V.O.S)는 소찬휘의 제자이기도 하다. ‘토토가’ 출연 이후 소찬휘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소찬휘는 “내 노래를 알아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젊은 친구들이 길에서 나를 바로 알아본다”며 “특히 방송에서 유재석이 나조차도 잊고 살았던 내 본명(김경희)을 자꾸 언급해줘서 나를 본명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큰 변화”라고 쑥스러워했다. 가장 인상 깊은 후배 가수들을 묻자 그는 “에일리, 알리, 손승연이 고음부분의 발성과 호흡이 좋은 것 같다”며 “아이돌 중에선 씨스타의 효린이 좋은 가창력을 가진 후배”라고 꼽기도 했다.

올 한해 가장 희망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소찬휘는 전국투어라고 답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입심을 보여줬던 그는 라디오 디제이(DJ)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소찬휘는 “16살에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미련하게 음악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내가 20년 가까이 가수 활동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못했다”며 “내 밴드와 함께 전국투어를 돌며 팬들에게 라이브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 더 건강해지고 싶고, 또 미래를 함께 할 좋은 반려자도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다.

123@heraldcorp.com





이브의 데뷔 앨범 첫 번째 트랙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