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H2O “신라 고승 ‘원효’는 록스타 같은 존재였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 12.

앨범을 발매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뮤지션들이 있다.

특히 노장 록밴드들에게 대한 내 감정은 많이 애틋하다.

작은 무대에 설지라도 여전히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형님들에게 박수를.





“우울한 사회 희망은 있다” 메시지 담아
화려한 연주력에 한국적인 요소 듬뿍
내달부턴 6개도시 이색 클럽 투어도


“오랜 세월 동안 활동해왔지만 그 시간에 대해 의식하진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따라 가는 것뿐이죠.”

1986년에 태어난 이들이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을 맞았다. 사회적으로 어른 흉내를 내도 어색하지 않은 적지 않은 나이. 밴드 H2O가 구도자처럼 걸어온 지난 여정은 이 긴 세월과 비긴다. 그러나 H2O의 음악은 여전히 젊고, 멤버들 역시 나이 든 티를 내지 않는다. H2O가 최근 발표한 정규 6집 ‘스틸 퍼기…벗(Still FoggyBut)’ 역시 그러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주점에서 H2O의 멤버 김준원(보컬), 김영진(베이스), 장혁(드럼), 타미김(기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소감은 담담했다.

김준원은 “데뷔 앨범의 히트곡 ‘안개도시’는 말 그대로 안개에 휩싸인 도시와 당시의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그려낸 곡이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우리 사회는 당시와 비슷한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앨범 타이틀에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지만’이란 의미를 담아 여운을 남겼다”고 말했다.


밴드 H2O가 정규 6집 ‘ 스틸 퍼기…벗(Still FoggyBut)’을 발매했다. 왼쪽부터 김영진(베이스), 김준원(보컬), 장혁(드럼), 타미김(기타). [사진제공=H2O]

H2O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늘 유행을 선도했던 밴드다. 지난 1986년에 데뷔한 H2O는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화려한 무대 매너로 80년대 헤비메탈 열풍을 주도했다. 90년대 H2O는 극적인 변신을 시도해 완성도 높은 모던 록을 들려줘 주목을 받았다. 특히 H2O가 1993년에 발표한 3집 ‘오늘 나는’은 지난 2008년 모 일간지 선정 ‘대중음악 100대 명반’ 20위에 이름을 올리며 후대에 더욱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영진은 “멤버들 모두 나이가 조금 더 들었다는 것 외에는 여전히 젊은 생각과 사고를 유지하고 있다”며 “밴드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지금까지 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타미김은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자욱한 안개처럼 불투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랫동안 밴드를 해온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미래가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이번 앨범에는 감성적인 멜로디와 편안한 연주로 꿈을 찾아 떠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타이틀곡 ‘별’을 비롯해 데뷔곡 ‘안개도시’를 현악 세션을 더해 화려하게 재편곡한 ‘안개도시 2014’,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70년대 빈티지 사운드를 재현한 ‘왓츠 업(What’s Up)’, 신라의 고승 원효의 행적을 노래한 ‘원효(Wonhyo)’ 등의 곡이 수록돼 있다.

타이틀곡 ‘별’을 작곡한 타미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뉴스를 보며 참담함을 느끼고 멍해졌을 때 만든 곡”이라며 “우울함에 빠져 있기보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왓츠 업’을 작곡한 김영진은 “무언가 벽에 부딪혀 헤맬 때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화려한 기교 대신 과거 70년대 선배들이 추구했던 빈티지 사운드를 재현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양적인 느낌의 다양한 사운드와 영어 가사의 독특한 조화가 돋보이는 ‘원효’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다큐멘터리 연출가 김선아 감독의 작업을 위해 만들어졌다. 김 감독은 소크라테스, 공자와 같은 세계적인 철학자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원효대사를 알리고자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김준원은 “원효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중국, 인도, 일본에 더 많은 자료들과 이름이 남아있는 승려”라며 “귀족 출신이지만 과감하게 민초들에게 다가가 춤과 노래로 설교한 오늘날의 록스타와 비슷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를 넘나들며 설교했던 원효의 삶이 우리와 닮아 보였다”며 “록밴드의 삶은 원효의 현대적인 모습과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H2O는 오는 17일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015B의 장호일이 결성한 밴드 이젠(EZEN)과 합동 콘서트 ‘브라더스 인 록 5(Brothers in Rock 5)’를 연 뒤 다음 달부터 전국 6개 도시(인천, 대전, 부산, 광주, 대구, 강릉)에서 클럽 투어를 벌일 예정이다.

김준원은 “밴드가 지방에서 공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고 길을 뚫어주고 싶다”며 “클럽으로부터 따로 출연료를 받는 대신 공연 수익을 각 클럽과 공평하게 나누는 상생의 모델을 보여주려고 하니 기대해 달라”고 응원을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