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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 김두수 ‘곱사무’ㆍ종현 ‘베이스’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 14.

원래 이 기획은 '정진영의 이주의 한 장'이란 타이틀로 시작하려고 했다.

지난 주에 프로토 타입으로 조금 뜬금없는 내용의 기사를 내놓은 뒤 많은 고민을 했다.

"이번 주는 흉작이라 한 장으로 꼽을만한 앨범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반대로 좋은 앨범들이 한 주에 여러 장 쏟아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 끝에 매주 내가 들은 앨범 중 인상 깊은 앨범 3~4장 정도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사를 쓰기로 결심했다.

콘셉트는 '이주의 추천 싱글'과 비슷하다. 추천 대상은 내가 기사를 쓰기 바로 전 주에 발매된 앨범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무런 권위도 없는 기사다. 그리고 나는 권위도 없는 흔한 기자다.

하지만 음악감상을 하기에 앞서 필터로 사용하기에 나쁜 기자는 아닐 것이다.


p.s. 에고펑션에러를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뺐다. 괜찮게 듣긴 했는데 보류다. 뭔가 좀 애매하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김두수 정규 6집 ‘곱사무’= 포크 뮤지션 김두수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아마도 ‘은둔’과 ‘방랑’일 겁니다. 지난 1986년 첫 앨범 ‘시오리길’로 시작된 김두수의 디스코그래피는 고작 정규 앨범 5장에 불과합니다. 앨범 사이사이마다 공백기도 꽤 길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쏟아낸 노래들은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설로 기록됐습니다. 가슴 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마음을 울렸던 그의 음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감동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성격의 압도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2008년 모 일간지 선정 ‘대중음악 100대 명반’이 그의 정규 4집 ‘자유혼’을 명단에 올린 것은 뒤늦은 헌사였죠.

이 앨범은 김두수가 지난 2007년에 발표한 정규 5집 ‘열흘나비’ 이후 만 7년여 만에 발매되는 정규작입니다. 이번 앨범 작업은 김두수의 대표곡 ‘보헤미안’의 본고장 체코에서 이뤄졌습니다. 앨범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체코 현지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들이죠. 그만큼 이번 앨범은 전작에선 느낄 수 없었던 이국적인 정서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김두수가 밝힌 이 앨범의 주제는 ‘사람의 생과 그의 여정’ 그리고 ‘자연과 우주와의 교섭’입니다. 참으로 방대한 주제이죠. 그 주제는 이 앨범 8번째 트랙이자 11분여의 대곡인 ‘레든(Leaden)’으로 느껴보시죠. 

이 앨범은 일본에서 고음질 SHM-CD(Super High Material CD)로 제작됐습니다. 좋은 오디오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 기기의 성능을 시험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겁니다.

▶ 종현 미니앨범 ‘베이스(Base)’= 체계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많은 아이돌들을 양산해 온 대형기획사는 그 영향력과는 별개로 가요계를 획일화시킨 주범으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가수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꿈꾸게 됩니다. 즉 음악 그 자체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는 거죠. 

대형기획사 중 선두주자인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몇 년간 보여준 자기변화는 실로 놀랍습니다. 특히 SM의 주력 상품인 샤이니(SHINee)와 에프엑스(f(x))의 음악은 이제 어지간한 영미권 팝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할 정도니까요. 심지어 이들의 음악이 너무 실험적이어서 대중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릴 정도니 ‘상전벽해’란 말은 이럴 때 쓰이는 말인가 봅니다.

샤이니의 종현은 그동안 간간이 솔로 곡으로 발라드를 선보여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을 통해 종현은 발라드도 샤이니도 아닌 ‘기본’이라는 앨범 타이틀처럼 자의식을 드러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휘성, 자이언티(Zion.T), 아이언, 윤하 등 실력을 검증 받은 다양한 뮤지션들이 힘을 보탰지만 이 모든 것들 엮어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히 종현입니다. 특히 ‘할렐루야’에서 종현이 들려주는 충만한 필과 그루브는 압권이죠. 이 앨범은 아이돌이 어떻게 아티스트로 진화하는가를 보여준 모범답안입니다.

▶ 프럼디에어포트(From The Airport) 정규 1집 ‘유 쿠드 이미진(YouCould Imagine)’= 프럼디에어포트의 매력은 음악 어디에서도 한국적 혹은 탈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프럼디에어포트는 록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가미한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들려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것이 국내보다 영미권 등 해외에서 먼저 이들을 주목했던 이유일 겁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첫 미니앨범 ‘케미컬 러브(Chemecal Love)’로 가능성 있는 신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던 밴드의 첫 정규작입니다. 그만큼 들을 거리가 많습니다. 멜로디가 조금 더 선명해지고 사운드의 온기가 앨범 전반에 확장된 것을 제외하면 이번 앨범의 음악적 기조는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규앨범인 만큼 전작의 양적인 아쉬움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사라졌습니다. 전작처럼 듣는 즐거움이 중간에 끊기는 사태는 이번 앨범에는 없습니다.

▶ 18그램 정규 1집 ‘18gram’= 밴드 18그램은 이미 지난해부터 탄탄한 라이브로 입소문을 탔던 무늬만 신인입니다. 18그램의 멤버들은 이미 이스턴사이드킥, 스몰오, 판타스틱드럭스토어 등 걸출한 밴드에서 활동해 온 연주자들이지만 중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이들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갈증이 깊었을 겁니다. 

너바나(Nirvana)에서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카리스마에 가려있던 드러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푸 파이터스(Foo Fighters)를 결성해 아메리칸 하드 록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목표 의식이 뚜렷한 멤버들이 하나의 밴드로 모이니 시너지 효과는 컸습니다. 18그램은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 뮤지션 육성 지원 프로젝트 ‘2014 K-루키즈’에 선발되며 곧바로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았죠.

18그램의 매력은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면서도 팝적인 감각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록곡의 노련한 강약 조절은 라이브를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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