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4. 콘셉트가 없다고? 이렇게 밝고 따뜻한데?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2. 4.

흥행력과 관계 없이 써니힐의 행보는 무척 흥미롭다. 

어쩌면 이게 가늘고 길게 가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씩 변화를 줘 바버렛츠처럼 컨셉트를 바꿔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앨범의 몇몇 수록곡에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지금 이 땅의 걸그룹 중에 10년 후에도 남아있을 걸그룹은 바버렛츠 말고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써니힐(Sunny Hill) 정규 1집 파트 B ‘서니 블루스(Sunny Blues)’= 대부분의 걸그룹들이 다소 요란한 컴백을 하는 모습과 비교하면, 써니힐의 컴백은 조용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 돌이켜보니 써니힐이 처음부터 걸그룹이었던 것은 아니었군요. 2007년 데뷔 당시 써니힐은 혼성 그룹이었었죠. 어쨌든 지금은 걸그룹입니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동종업계에서 조금 높은 편이라 걸그룹이라고 부르기에 아슬아슬한 면도 없진 않지만 말입니다.

어느새 데뷔 10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장수’ 걸그룹이건만 여전히 써니힐은 좋아하는 팬들만 좋아하는 걸그룹인 듯합니다. 아무래도 팬들의 지적처럼 확고한 콘셉트가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물론 ‘미드나잇서커스’와 ‘베짱이찬가’로 활동할 당시의 음침한 섹시함에 끌려 써니힐의 팬이 된 분들도 적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굳이 써니힐의 콘셉트를 찾자면 밝고 따뜻한 음악이 아닐까요? 팬들의 의견은 갈리겠지만, 기자의 눈에 써니힐은 그런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고 어울립니다. 어쿠스틱 악기 중심의 단출한 편곡에 보컬의 매력을 살린 곡을 이렇게 잘 소화할 수 있는 걸그룹이 많진 않죠. 써니힐의 정규 1집 파트 B ‘서니 블루스’는 그런 부분을 전면에 내세운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단출한 편곡으로 화음의 매력을 강조한 ‘베터 우먼(Better Woman)’과 ‘그대 찬양’, 클래시컬한 편곡과 생활밀착형 가사가 인상적인 ‘교복을 벗고’, 불독맨션의 이한철과 심현보의 합작품인 달콤한 발라드 ‘현재 연애 중’, 몽환적인 사운드와 그루브가 돋보이는 ‘티어스 온 마이 립스(Tears on My Lips)’ 등 수록곡 대부분이 싱글 커트돼도 무리 없는 곡들입니다. 음악 자체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느낌을 주는 앨범이지만, 현재 대중음악시장에서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려운 앨범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런 걸그룹이 하나쯤 있는 것도 즐겁지 않은가요?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 OST= 매 곡을 쪼개서 공개하고 요란한 보도자료를 내는 다른 드라마의 OST와 비교하면 한 번에 앨범 형태로 발매된 ‘하트 투 하트’ OST는 파격입니다. 그만큼 이 OST는 일반적인 OST의 차원을 넘어 정규앨범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음악적 통일성까지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드라마 중 하나가 지난 2007년에 방송된 MBC 미니시리즈 ‘커피프린스 1호점’입니다. 당시 ‘커피프린스 1호점’OST는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 중인 많은 아티스트들의 감성적인 음악을 소개하며 인디신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죠. ‘하트 투 하트’ OST에는 당시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한 이윤정 PD와 음악감독을 맡았던 티어라이너가 그대로 겹칩니다. OST의 높은 완성도와 파격적인 발매가 일리 있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로커 김종서, 싱어송라이터 짙은, 밴드 네미시스의 보컬리스트 노승호, 밴드 미스티블루 출신 정은수가 OST에 참여해 목소리를 보탰으니 금상첨화죠.

은은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을 가진 영상과 잘 어울리는 감성적인 음악에 끌려 드라마를 시청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청자이더라도 음악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이OST는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사운드로 가득합니다. 무시로 겨울의 배경음악으로 즐겨도 손색 없을 정도로 말이죠. 어쩌면 이 OST가 드라마보다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군요.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