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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앞둔 송해 “나는 왕회장도 인정한 최고의 부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 23.

나이 90을 앞두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일요일 점심은 무조건 KBS 1TV을 켠 뒤 송해 손잡고~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고달픈 게 인생이라지만 살다보면 참 살만한 것도 인생이더군요.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대중에게 알리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서 방송인 송해(88)는 영원한 ‘일요일의 남자’이다. 그가 30년 가까이 진행해 온 KBS 1TV ‘전국노래자랑’은 이제 대를 이어 즐기는 ‘국민 프로그램’이지만, 그만은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구순(九旬)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일이다. 평균 수명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지만, 그 나이에 송해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고(故) 마릴린 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그와 동년배이다. 

국내 최고령 현역 연예인인 그가 전국 투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지난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 국일관에서 ‘송해 빅쇼 시즌3-영원한 유랑청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송해의 발음은 늘 그래왔듯이 또박또박했고, 성량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송해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국일관에서 ‘송해 빅쇼 시즌3-영원한 유랑청춘’ 기자간담회가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송해는 “나는 실향민이기 때문에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은 올해의 의미가 깊다”며 “과거 70년을 돌아보면서 미래 30년을 얘기해 보자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획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해는 다음 달 19일 서울 올림픽홀을 시작으로 부산 시민회관(2월 21일), 창원 KBS홀(3월 1일)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가수 조경수와 문연주 코미디언 함재욱과 원재로, 양희봉 관현악단, 조수임 무용단 등이 송해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70년대 추억의 극장쇼를 재연하는 ‘추억-그리고 사랑’, 관객의 질문을 받아 즉석에서 답하는 뮤지컬 토크쇼 ‘살며, 사랑하며’ 2부로 구성돼 있다.

송해는 “원로 연예인들의 공연은 속된 말로 ‘재탕’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그동안 부르지 않았던 노래와 새로운 코너로 공연을 구성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리 주변에는 노래로 엮을 수 있는 역사가 많은데, 예를 들어 ‘귀국선’은 광복 직후 세상을 다 얻은 기분으로 불렀던 노래”라며 “우리 역사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다시 들어보고 싶은 노래를 되짚어보고 당시의 분위기를 살려 내 이야기와 엮어 선보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을 연출하는 김일태 감독과 송해의 인연은 40년에 이른다. 또한 조용필, 이미지, 나훈아, 남진, 하춘화, 김수희 등 수많은 가수들의 콘서트와 무대에 그의 손길이 닿았다. 김 감독은 “이번 공연은 기존의 송해 공연에 나훈아의 공연을 접목시킨, 음악적으로 질을 높인 무대가 될 것”이라며 “최첨단 조명과 무대 장치를 동원하고, 젊은 감각으로 편곡해 입장료가 결코 아깝지 않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실제 출생년도는 1927년이다. 우리 나이로 89세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홍보를 90살로 하는 이유에 대해 송해는 “구봉서 형님이 ‘넌 나랑 동갑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어서 1925년생으로 알고 계신 분이 있는데 사실 1927년생“이라며 “우리에게는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미풍양속인 ‘에누리’가 있다. 88, 89세가 되면 구순이라고 하고 이해하기도 쉽다”고 너스레를 떨어 취재진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 활동해 온 만큼 송해에겐 특별한 인연도 많았다. 그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인연을 공개하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송해는 “정 회장이 생전에 나를 만나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오셨구려’라고 인사해 발끈했었는데, 이후에도 내게 계속 그런 말을 했다”며 “나중에 정 회장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사람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데, 당신만큼 사람을 많이 아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말해 ‘앞으로 써 먹을 이야기를 주셔서 고맙다’고 정 회장에게 엎드려 절을 한 일이 있다. 그 후로 정 회장을 만나면 나는 ‘아이고, 2등 부자 오셨습니까’라고 인사했다”고 회상했다.

송해는 올해로 ‘전국노래자랑’ 진행 30년을 맞았다. 한 프로그램을 이렇게 길게 진행한 예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오랜 세월 동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그이지만, 그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송해는 “나는 방송사 개편 때마다 피 말리는 평생 비정규직 인생”이라며 “지금까지 3년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기약 없는 인생의 연속이었지만 이렇게 버티며 살아온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며 “내가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 진 미지수이지만, 나는 방송인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마이크 앞에서 엎어지는 날까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게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