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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나위 “이젠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할 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4. 10.

대철이형과 바다형이 새 앨범을 만들기 위해 뭉쳤다.

이번에는 '나가수'처럼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진짜 재결합이다.

20년 시나위 팬인 입장에서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있나?

오랜만에 두 형님들을 만나 함께 연태고량주를 마셔가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시나위 팬이라고 늘 강조해온 동생 뉴시스 오제일 기자도 동행했다.


말이 인터뷰이지 그냥 옛날 이야기와 잡담을 하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었다.

빠르면 여름이나 가을 안에 앨범이 나온다니까 그저 반가울 뿐이다.


이 인터뷰는 오는 13일 헤럴드경제 29면 톱에도 실릴 예정이다.



시나위 “이젠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할 때”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밴드 시나위는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이다. 시나위는 지난 1986년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인 ‘헤비메탈 시나위(Heavy Metal Sinawe)’ 발매한 이래 수많은 가지를 뻗어 가요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왔다. 지난 30년 동안 서태지, 임재범, 김종서 등 많은 거물들이 시나위를 거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한 존재는 김바다였다. 지난 1996년 시나위의 보컬리스트로 합류해 미니앨범 ‘서커스(Circus)’로 이름을 알린 김바다는 거침없는 고음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그는 명반으로 손꼽히는 6집 ‘은퇴선언’과 7집 ‘사이키델로스(Psychedelos)’에 참여하며 시나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올해 다시 한 번 시나위의 전성기가 재현될 전망이다. 김바다가 시나위에 다시 합류해 새로운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신사동의 한 중식집에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과 김바다를 만나 술잔을 나누며 재결합에 대한 소회와 근황을 들었다.


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왼쪽)과 보컬 김바다가 지난 7일 저녁 서울 신사동의 한 중식집에서 술잔을 나누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신대철과 김바다는 “음주 인터뷰는 20년 전 시나위 활동 시절 이후 처음”이라며 “그로부터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유쾌하게 재결합 소감을 전했다. 

“최근에 음악을 하면서 마치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 나침반도 없이 헤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고민했는데, 그 고민의 끝에 바다가 서있더군요. 더 이상 헤맬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달 전에 바다에게 다시 함께 해보자고 연락했죠.”(신대철)

“늘 다작을 해왔는데 지난해 2월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갑자기 동력을 잃고 단 한 곡도 쓸 수 없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방송 출연도 많이 했지만 그 반향이 공연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 회의감도 많이 들었고요. 그러던 중 형의 연락을 받았죠.”(김바다)

신대철과 김바다는 지난 2012년 MBC ‘일밤-나는 가수다 2’ 무대에 시나위란 이름으로 함께 출연해 강렬한 연주를 선보여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당시 많은 팬들이 둘의 완전한 재결합을 기대했지만,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을 표했다. 

“‘나는 가수다’ 출연 당시 바다와 함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벌였고 이는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아쉽게도 완전한 재결합으로 이뤄지지 못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만나 함께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관계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신대철)

“앨범을 함께 만들자는 형의 말을 들었을 때 ‘장난이 아니구나’ 싶더군요. 공연과 달리 앨범은 영원히 남는 것이잖아요. 저도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 시나위를 떠나 제가 다른 밴드의 리더로 살다보니 이제야 형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형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줘 정말 감사하죠.”(김바다)



술잔이 수차례 순배를 돌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신대철과 김바다는 지난 1996년 음반 사전심의 폐지를 기념 공연 ‘자유’를 비롯해 함께 했던 많은 공연들을 추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난 1995년 갑자기 보컬이 밴드에서 탈퇴해 급하게 새로운 보컬을 찾았는데, 드러머가 바다를 추천했어요. 고음을 지르면서도 아무런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바다의 모습이 경이로웠습니다. 또한 바다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강한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줄 알더군요. 함께 바다와 기타를 치며 잼(즉흥연주)을 한 뒤 바로 ‘오케이’를 외쳤죠. 당시 녹음해 둔 바다의 목소리를 들으면 지금도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신대철)

“중학교 때 독서실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헤비메탈 사운드 위에 한글 가사가 실린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깜짝 놀라 노래를 듣다가 벌떡 일어섰는데, 그 노래가 바로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음악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시나위는 제 우상이 됐죠. 그 시나위가 저를 찾는다는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믿을 수가 없었죠.”(김바다)

신대철과 김바다는 오는 14일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 25주년 기념 특별 생방송 무대 ‘라이브 이즈 라이프(Live is Life)’에서 재결합 공연을 펼친다. 이어 시나위는 오는 5월 23일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5’ 무대에도 오른다.

“올해 안에 앨범이 나오겠지만 밑그림을 그리진 않았어요. 스타일을 고정시켜놓으면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거든요.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음악을 담은 앨범을 억지로 내면 후회만 남아요. 제대로 만들어서 제대로 내야죠. 아마도 미니앨범 형태의 결과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신대철)

“생각 같아선 5월에 앨범을 내고 싶은데 쉽지 않습니다. 음악 시장이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너무 망가진 상황이라 앨범을 발매하기가 정말 어려워졌어요.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잘 하는 게 중요한 나이입니다. 지금까지 충분히 열심히 해왔으니까요.”(김바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음악을 하고 싶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대철과 김바다는 “우리보다 20살 이상 많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도 여전히 활동 중이다. 우리도 20년, 아니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다짐하며 웃어보였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