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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구르는 이문세에겐 이끼가 끼지 않는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4. 6.

이번 앨범과 전작 사이에 놓인 세월이 13년이다.

'New Direction'이란 앨범 타이틀처럼 대단한 음악적 실험을 담은 앨범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문세에게 기대하는 음악이 실험은 아니지 않나.

그저 평균 이상의 앨범을 내주는 게 고마울 뿐이다.


음감회에 참석한 조규찬의 말이 내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상은 전주, 간주, 후주 등 노래의 들리지 않는 부분을 무시하는데 이문세의 노래는 그런 부분이 남아 있어 좋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문세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의 유장한 후주와 '그녀의 웃음소리뿐'의 합창이다.


쉼 없이 구르는 이문세에겐 이끼가 끼지 않는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폴 매카트니가 비틀스의 영광에 기대지 않고 그룹 윙스와 솔로로 왕성하게 펼쳐온 것처럼, 저 또한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앨범에 담았습니다.”

청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편안한 목소리와 유머, 훤칠한 키를 돋보이게 만드는 패션 감각. 13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가수 이문세의 무대 위 모습은 지나간 세월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여유로움 속에서 치열함이 엿보이는 음악은 이문세가 결코 추억으로 연명하는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문세의 오랜 팬들인 나이든 청춘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가수 이문세가 6일 오후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음악 감상회가 열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문세는 “설레고 두렵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새로운 음악 방향을 제시한다는 거창함에 속지 말고, 그저 이문세다운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나얼이 피처링을 맡은 타이틀곡 ‘봄바람’을 비롯해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이 참여한 듀엣곡 ‘그녀가 온다’, ‘러브 투데이(Love Today)’, ‘그대 내 사람이죠’,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 ‘사랑 그렇게 보내네’, ‘집으로’, ‘무대’, ‘뉴 디렉션’ 등 9곡이 실려 있다. 이문세는 이날 무대에서 ‘사랑 그렇게 보내네’에 이어 ‘봄바람’ ‘러브 투데이’를 풀 밴드 편성의 라이브로 선보였다.

이문세는 극적인 변화를 주는 대신 장르와 세대에 구애를 받지 않는 탄탄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민기, 김덕수와 작업했던 이훈석 프로듀서가 이문세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아 앨범의 중심을 잡았다. 김광민, 노영심, 조규찬, 강현민, 김미은, 송용창, 뉴 아더스, 유해인, 조영화 등 세대를 아우르는 국내 뮤지션들을 비롯해 힐러리 더프(Hilary Duff), 나탈리 콜(Natalie Cole), 스티브 페리(Steve Perry)와 작업했던 드러머 러스 밀러(Russ Miller), 본 조비(Bon Jovi),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돈나(Madonna),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엘튼 존(Elton John)과 호흡을 맞췄던 기타리스트 팀 피어스(Tim Pierce), 퍼커션 연주자 루이스 콘테(Luis Conte) 등 정상급 해외 연주자들이 세션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문세는 “섬세하게 앨범을 들으면 창법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시를 읊듯이 노래했던 ‘옛사랑’이나 크게 내지르며 불렀던 ‘그녀의 웃음소리뿐’과는 달리 이번에는 예쁘고 섬세하게 노래했다”고 전했다.

동석한 이훈석 프로듀서는 “‘뉴 디렉션’이란 앨범 타이틀은 고(故) 이영훈 작곡가와 늘 함께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어느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기교가 앞서는 음악이 아니라 감정의 전달에 충실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문세는 지난해 갑상선암 재발로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성대 가까이에 암세포가 존재해 목소리를 잃을 것을 우려한 그는 암세포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았다. 이문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부른 노래를 앨범에 담아내기 위해 보컬을 홈레코딩으로 녹음했다.


이문세는 “노래할 때 컨디션은 그날그날 다르고, 섬세한 목소리의 가창을 원하는 곡일수록 컨디션이 소중하다”며 “홈레코딩을 통해 컨디션이 좋은 날을 골라서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상실의 슬픈 감정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이 곡의 가사는 무척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이문세는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을 때의 미안한 감정과 가슴에 묻어야 하는 사랑 얘기를 담은 곡”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만든 곡은 아니지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에둘러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문세는 앨범 발매와 더불어 오는 15일부터 극장 공연 ‘2015 시어터 이문세’를 갖는다. 현재 인터파크(http://ticket,interpark.com)에서 서울, 부산, 전주, 경산 공연 예매를 진행 중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