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맘때쯤 하려고 별렀던 인터뷰이다.
두 달 전 남궁옥분 누님의 '봉선화' 가사가 가슴에 사무쳐 <읽는 노래>로 다룬 일이 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누님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누님이 한참 어린 내게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워 하셔서 몹시 부끄러웠다.
이번 앨범은 첫 트랙 '금강산'만 제외하면 하나하나 정말 좋은 곡들만 담겨 있다.
특히 마지막 트랙 '봉선화' 내레이션 버전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8월 10일자 25면 톱에도 실린다.
p.s. 누님과 함께 한참 동안 술을 먹으며 UFO에 대해 물어봤는데 어휴...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어린 시절 과학잡지에서 접한 내용 그 이상이었다.
남궁옥분 “내 작은 움직임, 광복 70주년 의미 되새기는 데 도움 되길”
지난달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 할머니가 90세로 별세했다. 올해 들어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무려 7명에 달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38명이며 이 가운데 190명이 사망했다. 현재 생존자는 총 48명(국내 43명, 국외 5명)이다. 남은 생존자들 역시 80~90대 고령이어서 언제 갑자기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간주해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정부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남은 할머니들에게 광복 70주년은 여전히 유예돼 있다.
가수 남궁옥분이 최근 발표한 ‘광복 70주년’ 앨범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한 맺힌 삶부터 분단된 조국의 비극까지 현대사의 질곡을 훑고 인류애로 승화시키는 시도를 한 의미 깊은 작품이다. 지난 3일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남궁옥분은 “광복 7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점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역사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노래들이 들리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내 자리에서 작은 움직임으로나마 이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아리랑’을 비롯해 ‘금강산’, ‘봉선화’,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6곡이 수록돼 있다. 아이들의 합창이 인상적인 ‘아리랑’은 단순히 민요의 요소를 차용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감각으로 민요를 되살리는 시도가 돋보이는 곡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시점에서 한을 토로하는 ‘봉선화’의 “잊으려도 지우려도/죽어서도 죽지 못하네/아픔도 슬픔도 없는 곳에/단 하루는 욕심인가”와 같은 가사는 남궁옥분의 청아한 목소리에 실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함께’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우리 땅과 평화를 노래하며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특히 ‘함께’는 이문세, 김세환, 최백호, 최성수, 유익종, 추가열, 박학기, 변진섭, 김범룡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남궁옥분은 “사실 10년 전에 거의 다 완성된 앨범이었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앨범을 발매하는가 싶어서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왔다”며 “10년 전 광복 60주년을 맞았던 날 모두가 ‘함께’를 녹음했을 때 느낀 행복을 이제야 들려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남궁옥분은 지난 1981년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대히트로 무명 생활 없이 단숨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빛이 강했던 만큼 그림자도 깊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래를 쉰 적이 없고, 모든 일의 1순위는 노래”라면서도 “너무 빠른 성공이 자만을 불러왔다”고 고백했다.
남궁옥분은 “준비 없이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았을 정도로 기고만장했는데, 최고의 자리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제야 노래를 부르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며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보컬 트레이너를 찾아가 어린 학생들과 함께 노래의 기초부터 다시 배웠고, 그 이후 조금씩 내 목소리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는 광복 70주년임과 동시에 내가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해”라며 “과거에는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주변의 상황에 휘둘려 수동적으로 앨범을 내고 방송에 출연해 회의를 많이 느꼈는데, 이제야 비로소 내 의지로 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남궁옥분은 오는 12월께 소극장 콘서트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소극장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홍대와 대학로에서 후배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남궁옥분은 “박강수, 권나무 등 포크 음악을 연주하는 후배들을 보니 나보다 훨씬 훌륭한 음악을 하고 있어 부끄러웠다. 비록 내가 원하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 못할지라도, 나를 아무 곳에나 내던지진 않을 것”이며 “조동진, 송창식 선배들처럼 후배들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음악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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