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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인권 “나는 아직 미완성…여전히 음악에 미쳐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0. 16.

전인권 형님은 내가 그동안 만난 수많은 뮤지션들 중에서 가장 순수한 느낌을 준 뮤지션이었다.

이 형님이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켰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이 순수하지 못해,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은 늘 의심받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저번에 페북으로 밝힌 일이지만, 꽃에 대해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게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 몰랐다.

사실 '들국화'란 품종을 가진 식물은 없다.

그저 이맘 때 피는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 감국 등 국화과 식물을 모두 통틀어 '들국화'라고 부를 뿐이다.

그런데 이 형님은 그걸 들국화 결성 30년 만에 처음 아셨단다.

직접 이런저런 가을에 피는 국화과 꽃들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설명해드리니 천진한 표정으로 신기해 하셔서 즐거웠던 인터뷰였다.


30일 언더스테이지에서 뵙겠습니다, 형님.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10월 19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전인권 “나는 아직 미완성…여전히 음악에 미쳐있다”

[HOOC=정진영 기자] 한국의 록, 아니 대중음악을 논할 때 전인권이란 이름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다. 1998ㆍ2007년 대중음악 전문가 선정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 들국화 1집, 향정신성 의약품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5번 구속 수감. 한국 대중음악사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을 반복해 온 그의 음악인생은 굴곡진 현대사를 빼닮았다. 그는 오랜 세월 마치 굴곡을 갈아서 엎으려는 듯 온몸으로 시대와 불화한 뮤지션이었다. 그 결과 그는 이 땅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됐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야말로 그는 생래적 ‘로커’였다.

가수 전인권이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디지털 싱글 ‘너와 나’를 발표한 전인권과 만났다. 지금까지 앨범 단위로 대중과 만나왔던 그는 음악인생 최초로 싱글을 내놓았다. 단 한 곡뿐인 싱글이 다소 낯설지만 그는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적으로 앨범보다 싱글을 내는 게 맞는 세상이 왔다”며 “합창이 들어있어 한 곡을 들어도 마치 여러 곡을 듣는 기분이 들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곡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전인권은 “지난해 포항에서 열린 칠포 재즈페스티벌에서 폭풍이 지나간 밤바다를 바라보는데, 그때가 마침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3개월 쯤 지난 때였고 문득 ‘너와 난 힘겨운 곳에서부터 시작한’이란 가사가 떠올랐다”며 “이번 기회에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힘든 곳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고, 똑같은 세상을 다르게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인권의 독특한 곡 쓰기는 이번 싱글에서도 여전하다. 이번 싱글에는 강승원, 서울전자음악단, 윤미래, 타이거JK, 자이언티, 갤럭시 익스프레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그레이프 티 등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한 이유에 대해 전인권은 “해외에선 닐 영(캐나다 출신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같은 노장들이 여전히 많은 관객들을 공연장에 끌어 모으는데, 우리나라에선 뮤지션들이 오랫동안 활동하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는 사례가 드물다”며 “강승원으로부터 자이언티를 소개받았는데 ‘양화대교’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숨은 인재들을 찾고 나이 든 선배로서 후배들이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음악계의 흐름을 바꾸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내 음악은 미완성이었다. ‘너와나’부터 내 음악이 조금 더 구체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나는 음악에 미쳐있고,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나이로 이미 환갑을 넘긴 전인권은 최근 들어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탁월한 성량과 안정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10여 년 전만해도 불안한 목소리를 들려줘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던 그였다. 기자가 비결은 묻자 그는 “마약을 안 하니까”라며 웃었다.

전인권은 “아무리 몸이 아파도 평소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프로인데, 과거의 나는 프로가 아니었다. 어른으로서 결코 뒤떨어지는 음악을 들려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엄청난 연습으로 이어졌다”며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연습하며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것들을 해결하고 조금 더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수 전인권이 지난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전인권은 또 다른 관심사는 소외된 청소년들이다. 그는 오는 23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밴드 ‘미라클 제너레이션’과 함께 ‘세컨드 찬스’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연다. ‘미라클 제너레이션’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청소년들로 구성된 밴드이다.

전인권은 “인생의 굴곡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하면 나 아니겠냐”며 “소외된 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음악에 미치길 바랄 뿐”이라고 ‘미라클 제너레이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인권은 지난 2013년 최성원, 주찬권 등 원년 멤버와 함께 들국화를 재결성해 신보를 발표했지만,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들국화는 다시 흩어지고 말았다. 팬들의 아쉬움이 매우 컸다.

전인권은 “들국화로 활동했을 당시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뿜어내는 안간힘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안간힘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들국화가 되살아나길 바라지만 지금으로선 무리이다. 다만 그 정신만은 후배들에게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인권은 오는 20일 오후 8시 네이버 V앱을 통해 라이브로 선보이고,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인다. 또한 전인권은 조만간 ‘너와나’를 포함해 5~6곡을 담은 미니앨범을 공개할 계획이다.

전인권은 “요즘 들어 정말 곡이 잘 쓰이고 있어서 김장훈 등 후배들에게도 곡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4년 정도는 일선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