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말하건대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우아하면서도 파격적인 변신이다.
솔직히 이 앨범이 가요계에 대단한 반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가수의 영역을 한 발짝 넓혀준 기념비적인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10월 26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록에서 팝페라로…박기영의 파격적이고도 우아한 변신
팝페라가수로 변신한 박기영이 오는 28일 크로스오버 앨범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A Primeira Festa)’를 발표한다. [사진 제공=포츈엔터테인먼트]
박기영이 오는 28일 크로스오버 앨범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A Primeira Festa)’를 발표한다. 그동안 팝페라는 클래식을 전공한 성악가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팝페라는 성악가들이 대중에게 가까워지기 위한 ‘내려놓기’의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대중가수가 본격적으로 팝페라를 선보이는 것은 박기영이 최초이다. 17년 전 록으로 데뷔한 가수가 부르는 팝페라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면 레이블을 살펴보라.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 ‘소니 클래시컬(Sony Classical)’이 새겨져 있으니 말이다. 박기영은 지난 22일 서울 한남동 스트라디움에서 신보 음악감상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기영을 비롯해 이상훈 프로듀서, 최윤규 클래식 음악평론가 등이 참석했다.
박기영은 “이번 앨범의 제목 ‘어 프리메이라 페스타’는 팝페라가수로 변신하는 첫 번째 축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녹음 전부터 이미 소니의 클래식 레이블을 통한 앨범 발매가 결정된 상황이었고, 이는 그만큼 레이블이 나를 인정하고 믿었다는 의사 표시로 보여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기영은 신보의 타이틀곡인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먼저 들려줬다. 영화 ‘미션(Mission)’의 OST인 ‘가브리엘스 오보에(Gabriel‘s Oboe)’에 가사를 붙인 이 곡은 영국 출신 팝페라가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불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다. 박기영은 매우 섬세하면서도 안정된 발성과 감미로운 음색으로 이 곡을 소화했다.
이 프로듀서는 “‘넬라 판타지아’는 팝페라가수들에게 가장 교과서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곡이어서 비교를 당하기 쉬운 곡”이라며 “박기영이 이 곡을 부른다고 했을 때 내심 걱정했는데, 첫 소절을 듣자마자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녹음 과정을 전했다. 박기영은 “너무 유명한 곡이어서 부담이 컸지만, 오랫동안 ‘짝사랑’한 곡이어서 포기할 수 없었다”며 “그 어느 수록곡보다 프로듀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곡”이라고 공을 이 프로듀서에게 돌렸다.
박기영의 팝페라가수 변신은 지난 2012년 tvN 예능 프로그램 ‘오페라스타’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계기였다. 이후 클래식에 흥미를 느낀 박기영은 4년여에 걸쳐 성악가들로부터 정통 클래식 발성을 사사하며 보컬의 변화를 꾀했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이상훈 프로듀서는 든든한 원군이었다.
박기영은 “‘오페라스타’ 우승 후 정말 클래식에 흥미를 느끼게 됐고, 그 흥미를 포기하지 않고 끌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내게 가르침을 준 성악가들 모두 노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감성이었고, 그런 점에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앨범 제작의 계기를 설명했다.
박기영은 ‘넬라 판타지아’에 이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더 홀 나인 야즈(The Whole Nine Yards)’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싱글로 선공개됐던 ‘어느 멋진 날’, 솔로곡을 테너 진성원과 남녀 듀엣이란 파격으로 소화한 ‘카루소(Caruso)’, 마치 말하듯이 노래를 부르는 창의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아리아 ‘하바네라(Habanera)’ 등을 차례로 들려줬다. 특히 박기영은 자신에게 ‘오페라스타’ 최종 경연에서 우승을 안겨준 곡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의 ‘카로 노메(Caro Nome)’만큼은 직접 라이브로 선보였다. 박기영은 이 곡의 고난이도 ‘카덴차(고전 음악 작품 말미에 연주가의 기교를 보여 주기 위한 화려한 솔로)’를 여유롭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박기영은 “박기영처럼 부르느냐, 곡에 따라 다르게 발성하느냐를 고민했는데 결론은 후자였다”며 “내 목소리의 개성보다는 곡의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는 발성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이 프로듀서는 “몇몇 곡은 거의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했을 정도로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했다”며 “박기영의 곡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았다면 이처럼 수월한 작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앨범은 대중가수가 클래식을 대중음악의 감수성으로 소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다”며 “대중가수가 팝페라를 부른 게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앨범 출시 시기만큼는 적절했다”고 호평했다.
마지막으로 박기영은 “팝페라뿐만 아니라 대중음악도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밴드 ‘어쿠스틱 블랑’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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