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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잔나비 : 현대적 감각 더한 빈티지 사운드의 매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8. 30.

웹진 '이명의 필자로 14번째로 만난 뮤지션은 밴드 잔나비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지는 꽤 됐는데 역시나 본업 때문에 짬이 쉽게 나자 않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앨범 발매 전부터 잔나비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 라이브를 정말 잘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우 황석정 누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죽이는 밴드가 있다며 내게 소개 시켜줬는데, 그 밴드가 공교롭게도 잔나비였다.


잔나비의 앨범 발매 공연을 보며 든 생각은 "이거 진짜 물건이로구나!"였다. 이후 앨범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이 아쉽지 않은 멋진 작품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술자리에서 만난 잔나비의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건강한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한 건강한 청년들이었다.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었다.


잔나비의 앞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잔나비 : 현대적 감각 더한 빈티지 사운드의 매력

지난 6월 18일 오후 5시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조금 독특한 콘서트가 열렸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발매된 앨범이 없이 열리는 콘서트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공연장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 했고, 발매된 앨범이 없이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에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객석의 분위기였다. 밴드의 라이브임에도 불구하고 매 곡마다 마치 아이돌 그룹의 공연처럼 쉴 새 없이 관객들의 ‘떼창’이 터져 나왔다. 홍대 공연장에선 보기 힘든 ‘이모팬’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에 호응하듯 밴드는 탄탄한 연주력과 화려한 무대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비록 작은 규모의 공연장이었지만 이 곳에서 밴드 잔나비는 슈퍼스타였다.

잔나비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몽키호텔(MONKEY HOTEL)]은 앨범 발매 기념 공연으로부터 한 달 반여가 흐른 뒤에야 발매됐다. 빈티지한 연주와 현대적인 질감의 사운드의 조화, 잘 빠진 멜로디와 안정적인 연주력, 콘셉트 앨범을 방불케 하는 유기적인 곡의 전개. 잔나비는 앨범이 단순하게 곡을 모아 놓은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수단임을 이해하고 있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신사동의 한 주점에서 잔나비의 멤버 최정훈(보컬ㆍ리더), 유영현(키보드), 김도형(기타), 장경준(베이스), 윤결(드럼)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첫 정규 앨범이다. 간단한 발매 소감을 듣고 싶다.

첫 정규 앨범인 만큼 전보다 완성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앨범은 우리가 음악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히는 첫 단추이다. 앞으로 다가올 음악적인 활동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앨범 발매 공연을 먼저 치르고 앨범을 냈다. 앨범 발매가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원래 계획은 앨범을 먼저 낸뒤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여는 것이었다. 그런데 앨범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대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써서 작업이 진행될수록 발매시기가 늦어졌다.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더 좋은 앨범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발매 기념 콘서트가 아니라 발매를 기다리는 콘서트로 바뀌었다(웃음).

아무래도 밴드 결성 초기에 내놓은 작품들이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앨범 발매가 늦어졌을 것 같은데?

밴드 결성 초기에 발표한 미니앨범은 발매 날짜에 맞춰서 편곡, 믹스, 마스터링까지 끝내야 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사운드의 디테일한 부분이나 편곡에서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 정규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멤버들 모두 작업물에 만족할 때까지 다듬기로 약속하고 다짐했다. 디테일한 부분을 최대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여러 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많이 들은 질문일 테지만 잔나비라는 밴드의 이름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진 것인가? 멤버들이 모두 1992년생 원숭이띠라서 붙였다고 들었다.

멤버들 모두 92년생 잔나비띠(원숭이띠) 동갑내기 친구들인데요. 잔나비의 전신은 친구 3명(정훈, 도형, 영현)으로 시작한 밴드였다. 당시에는 딱히 이렇다 할 밴드 이름 없이 곡을 작업했다. 그 사이에 밴드 이름 후보로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후보는 정훈, 도형, 영현의 이름 앞글자를 딴 ‘정도령’인데, 아무래도 이 것은 아니다 싶었다(웃음). 그렇게 여러가지 이름으로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동네 친구 하나가 “잔나비는 어때?”라고 제안했다. 처음에 우리는 잔나비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다. 그냥 어감이 프랑스어 같고 좋다는 생각뿐이었다. 친구에게 뜻을 물어보니 원숭이의 순 우리말이란 얘기를 해줬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밴드의 이름을 잔나비로 결정했다.

앨범자켓앨범 타이틀 [몽키호텔]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좀 색다른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시리즈물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번 앨범은 원숭이들로 가득한 호텔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노래한 ‘몽키호텔’ 시리즈의 시작이다.

이번 앨범의 일종의 콘셉트 앨범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많이 들고.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낙천적인 마음이 앨범의 주제이다.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떠나간 사랑을, ‘Wish’는 어두운 시대상을, ‘Hong Kong’은 세대 간의 갈등을, ‘Jungle’은 즐겁게 들리지만 사실 타고난 신분을 부정하는 동물원 원숭이들을 노래한 곡이다. 모든 게 즐거울 순 없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긍정과 화합을 노래한다. 다만 보너스트랙의 ‘왕눈이 왈츠’는 다음 앨범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곡이기 때문에 비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복고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그 느낌을 표현하는 질감은 세련됐다는 게 매력적이다. 믹싱, 마스터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나?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사운드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악기자체도 빈티지한 악기로 교체하고 신스 소스도 최대한 빈티지한 사운드로 다듬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올드팝의 냄새를 최대한 살리되 이를 현대적인 사운드를 풀고 싶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와 거의 매일 붙어 있으면서 두세 달에 걸쳐 믹싱 작업을 했다. 곡은 금방 썼는데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에 정말 많은 시간이 투자됐다. 스튜디오에 우리가 등장하면 모든 스태프들이 퇴근을 포기할만큼 까다롭게 작업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도 분명히 우리가 무서웠을 것이다(웃음). 그만큼 우리가 구상했던 사운드를 잡기 위해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앨범 수록곡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다.

인트로인 ‘Goodnight’은 피아노와 보컬의 단조로운 조화가 돋보이는 곡으로,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빈티지한 사운드를 위해 테이프로 녹음을 시도했다. 70년대 올드팝을 연상케 하는 피아노 소리가 포인트이다. 타이틀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은 긴 제목과 가사, 멜로디와 편곡이 하나를 이뤄 빈티지한 올드팝을 듣는 듯한 감성을 자아내는 곡이다. ‘Surprise!’는 클래시컬한 현악기의 움직임과 통통 튀는 리듬이 조화를 이루는 곡으로, 밝고 경쾌한 벌스의 멜로디와는 상반된 후렴구의 나지막한 속삭임이 인상적인 곡이다.

‘Wish’는 음악을 통해 장면을 그려주는 사운드 스케이핑에 신경을 썼고, 의식의 흐름대로 곡의 구성의 발전시켰다. ‘The Secret of Hard Rock’은 잔나비의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곡으로, 로커들의 모순을 노래한다. 블랙사바스(Black Sabbath)와 건즈앤로지스(Guns and Roses)를 오마주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록을 들려주고 싶었다. ‘Hong Kong’은 한국인의 정서에 충실한 멜로디와 편곡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조금은 무거운 주제(세대갈등)를 위트 있게 풀어내려고 했다.

‘꿈나라 별나라’는 후렴구의 유아스러운 멜로디가 포인트로, 잔나비 특유의 유치발랄 사운드를 맛볼 수 있는 곡이다. ‘JUNGLE’은 제목처럼 정글의 왁자지껄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리듬과 예측할 수 없는 멜로디가 포인트로, 라이브에서 더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앨범의 피날레 곡인 ‘MONKEY HOTEL’은 멤버들의 정신을 가장 드러내는 곡으로, 자유로운 곡의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떼창과 코러스들이 압권이다.

‘왕눈이 왈츠’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담은 이전의 아홉 곡들과는 달리 끝없는 우울을 노래한다. [몽키호텔]에서 보이지 않았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다음 앨범의 전개를 암시하는 곡이다. 잔잔한 왈츠 리듬과 수화기 너머로 듣는 듯한 보컬로 오싹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집중해 들어줬으면, 혹은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앨범 전체적인 그림들을 놓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한 곡만 들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을 부분도 전 곡을 듣고 나면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리더 최정훈이 직접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서 프로듀싱을 진행했나?

잔나비 음악의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우리가 발표할 정규 앨범들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우리 내면을 잠식하던 자기검열 과정을 없애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그래야만 순수하게 우리의 것이 음악으로 나올 테니 말이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힙해보이는, 쿨해보이는 냄새들을 빼버리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러 트랜드에서 몇발짝 물러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새로운 뿌리를 찾게된 것 같다.

창작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작곡은 주로 셋(정훈, 도형, 영현)이, 작사는 정훈이 맡는다. 작곡 방식을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그때그때 다르다. 혼자 곡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고, 노트 하나하나를 셋이서 고심하며 쓰는 경우도 있다. 편곡 과정은 정말 크로스오버의 끝이다. 정훈이 기타 리프나 피아노 리프를 만들기도 하고, 영현이 기타리프를 쓰기도 한다. 도형은 기타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리듬악기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넓은 편이라 경준, 결이와 함께 리듬편곡을 담당한다. 작사는 정훈이 집에서 혼자 틀어박혀서 쓰는데, 핸드폰 메모장에 짤막한 수필시를 쓰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토대로 가사를 쓰기도 한다.

공연장에 모인 팬 층이 정말 다양해서 놀랐다. 아이돌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음악의 어떤 부분이 다양한 팬층을 매료시켰다고 생각하는가?

보통 잔나비는 어떤 밴드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쉬운 애들’이라고 대답한다. 많은 분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쉽게 잔나비의 음악을 접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음악 작업을 할 때에도 이런 부분들이 크게 작용한다. 곡을 쓰고 편곡을 할 때 음악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부분은 분명히 고집을 부리는 한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노래를 팬들에게 들려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아무래도 다양한 팬들이 우리를 사랑해주는 이유인 것 같다.

팬들과 소통을 자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이버 카페 활동 역시 활발한 편이고. 주로 어떤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공연장을 찾는 팬들한테 늘 감사함을 느낀다. 그 보답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공연을 마친 뒤 팬 하나하나와 사진을 촬영하고, 그날 공연에 대해서 짧게나마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눈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한 소통을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다른 기획사의 러브콜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꿈을 이루는 데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방식으로 밀어붙여서 쟁취한 결과물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 하나뿐이다.

지난 2014년 미니앨범 [See Your Eyes] 이후 2년간 OST 위주로 활동해왔다. OST 쪽에서 활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OST 제의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잔나비라는 밴드를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큰 기회라 생각했다. 관계자들이 원하는 부분들을 캐치해서 가장 이상적인 작업물을 전달했고 이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았다. 그 이후 많은 OST 관계자들이 우리의 음악을 찾아줬다. OST 작업을 하면서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위한 노하우들이 생겼고, 음악적 방향성도 잡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OST는 우리에게 좋은 발판이 됐다.

주로 어떤 뮤지션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나?

멤버들 모두 공통적으로 블러(Blur)를 좋아한다. 이번 앨범은 산울림과 비틀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록음악에 있어서 클래식이니 말이다.

다음 앨범에도 이 같은 콘셉트를 이어 나갈 계획인가?

늘 변화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사운드적인 부분도, 앨범 전체를 꿰뚫는 메시지들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는 그 과정들을 앨범에 그대로 담고 싶다.

공연 일정 및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고 싶다.

일정은 우리의 공식 SNS에 늘 올라온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이번 앨범의 뽕을 뽑을 때까지 공연을 많이 할 생각이다(웃음).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우리가 사는 동네인 분당 서현역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다. 작년부터 계속 미루기만 했는데, 이제 정규 앨범도 나왔으니 동네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참고로 잔나비는 지난 27일 분당 서현역에서 버스킹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