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이명'의 필자로 16번째로 만난 뮤지션은 하이니이다.
추석 연휴 전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본업 때문에 짬이 쉽게 나자 않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산업부 기자가 음악기자인 척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
하이니와 인터뷰로 만난 것은 지난 2014년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하이니는 여성 보컬리스트들 중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중저음을 바탕으로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주는 가수이다.
여기에 노래를 발표하고 홍보하는 방식도 꽤 우직해서 좋아하는 편이다.
가진 것에 비해 알려진 게 많지 않아 조금 안타깝다.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훨훨 날아가길 바랄뿐이다.
하이니 : 나는 내 방식대로 미래를 개척하며 걸어갈 뿐
가요계에서 새로운 여성 솔로 가수의 활약을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다.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걸그룹들이 곳곳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현실 속에서, 홀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가요계에 자리를 잡은 일부를 제외하면, 현재 가요계에서 인상 깊은 활동을 보여주는 여성 솔로 가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니(Hi.ni)는 이 같은 가요계에서 좋은 목소리로 좋은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정공법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몇 안 되는 여성 솔로 가수이다. 하이니는 여성 솔로 가수들 중에선 드문 중저음을 바탕으로 폭넓은 표현력을 가진 목소리를 들려주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하이니는 지난 3월부터 약 두 달에 한 번 꼴로 새로운 싱글을 발표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정규 1집 ‘클러치백’을 발매한 이후 약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한 하이니는 매 싱글마다 다른 장르의 곡을 선보이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후암동의 한 카페에서 싱글 [비 오는 날은 푸르다]를 발표한 하이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하이니의 답변은 매우 담백하면서도 솔직했다.
지난 3월 [빈자리]를 시작으로 이번에 발표한 [비 오는 날은 푸르다]까지 약 두 달 간격으로 새로운 싱글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첫 정규 앨범을 내놓았을 때에는 조금 이르게 정규작을 낸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때와는 반대로 싱글을 잇달아 선보이는 게 인상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 앨범을 내도 수록곡 전곡을 대중이 안 들어주는 세상 아닌가?(웃음). 타이틀곡만 알려지고 나머지 수록곡들은 사실상 버려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곡 하나하나를 신경 써서 만들어 꾸준히 발표해 알리는 것이 더 나은 전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은 이제 팬덤을 위한 서비스의 개념으로 봐야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아직 내겐 팬덤이 없다(웃음). 심지어 엄청난 팬덤을 가진 가수들조차도 앨범보다 싱글에 집중한다. 시장은 변했고 가수는 그 변화에 따라야 한다. 대중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곡을 발표하고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작 [클러치 백] 은 록,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앨범이었다. 그러나 연작 싱글은 그 틀에서 벗어나 매번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참여한 ‘빈자리’는 포크, ‘침대는 가구다’는 재즈 힙합, ‘소 셸 위 댄스(So Shall We Dance)’는 애시드 사운드를 담은 팝이다. 최근 발표된 ‘비 오는 날은 푸르다’는 농도 깊은 정통 발라드이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몰라 이것저것 도전하고 있다(웃음). 제일 잘 하는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기 시작했는데, 모두 재미있었다. 솔직히 모두 할 만 하다. “이건 별로다” 싶은 장르는 없었다. 무엇이 나와 가장 잘 맞는지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어떤 무대에서 어떤 장르의 노래도 소화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곡마다 잘 녹아들어 인상적이다. 여성 보컬리스트들 사이에선 듣기 어려운 중저음이 강조된 보컬이다 보니 표현력이 넓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자신의 목소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노래를 무심하게 혹은 덤덤하게 부르는 편이다. 장르에 맞춰서 목소리의 톤을 조금씩 바꾸기는 하지만, 그 장르에 목소리를 억지로 맞추려고 하진 않는다. 무심한 듯 부르되 조금씩 위아래를 조절하려고 한다. 목소리의 개성이 강해서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불러도 같은 장르의 노래인 것처럼 들리는 가수들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 목소리의 개성을 유지하되 자기복제에 빠지고 싶지 않다.
피처링에 래퍼들이 자주 보이는 편이다. 전작의 타이틀곡 ‘클러치백’에는 양동근, ‘소 셸 위 댄스’에는 제리케이가 참여했다. 힙합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그 노래들에는 반드시 랩이 들어가야만 했다. 나는 힙합을 무척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이기도 하다. 내가 랩을 잘 못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좋아하는 장르를 반드시 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여성 솔로 가수가 활동하기 쉽지 않은 시대이다. 워낙 많은 걸그룹들이 활약하고 있어 주목을 받기도 쉽지 않다. 솔로 가수이기 때문에 장점인 부분과 단점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단점부터 꼽자면 대중의 취향은 다양한데, 온전히 홀로 다양한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장점은 내가 잘 되면 나 혼자 잘 돼 그 성공의 열매를 모두 먹는 것이다(웃음). 사실 나는 하이니라는 가수로 주목을 받기보다, 목소리와 노래로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예를 들면 예능에 얼굴을 자주 비춰서 대중이 얼굴을 아는데, 정작 노래는 대중이 잘 모르는 가수가 되고 싶진 않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대중이 내 얼굴을 잘 모르는데, 내 노래는 모두 아는 상황이다(웃음).
지난 2013년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OST ‘가질 수 없는 너’로 첫 성공을 맛봤다. 그 이후 정규앨범과 여러 싱글들을 발표했지만, ‘가질 수 없는 너’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 큰 성공에 대한 조바심이 들지 않나?
조바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활동을 그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조바심을 낸다고 해결이 될 일도 아니지 않나? 내가 가수가 돼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지 9년가량 됐다. 이제 곧 10년째를 맞는다. 내가 이 바닥에서 버틸 능력이 없었다면 결코 그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노래를 불러온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를 것이다(웃음).
매 싱글마다 정원영(피아노), 윤석철(피아노), 한웅원(드럼)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굳이 찾아서 살펴보지 않는 이상 청자들이 이런 부분까지 잘 알기가 어렵다. 분명히 좋은 시도이지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제작비만 많이 들고 홍보 효과는 별로 없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까지 철저하게 신경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지적도 맞는 말이다. 그런 부분을 알아주는 대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음악의 완성도는 그런 부분에서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정성을 들인 음악은 언젠가 반드시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혹시 가요계에 롤모델이 있는가?
가요계에 딱히 롤모델은 없다. 어떻게든 나는 내 방식대로 성공하고 싶다. 하지만 존경하는 사람은 있다. 전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이다. 나보다 2살밖에 많지 않은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못 해도 실망하고 않고 잘 해도 들뜨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이다. 나 역시 그런 가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김연아도 나와 같은 부천 출신이다(웃음).
언제까지 싱글을 발표할 예정인가?
녹음을 마치고 세상에 빛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곡들이 많다. 가능한 한 빨리 많은 곡들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 다음에 발표할 싱글도 이전에 발표한 곡들과는 다른 장르의 곡일 전망이다.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가?
어느 무대이든 상관없이 2000명 이상 온전히 내 팬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라이브를 선보이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지금 내 목표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듣고 바로 하이니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성공했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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