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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7. 5. 13.

이번 대선에서 나는 누구에게 표를 줘야할지 꽤 번민했다. 당연히 표를 줘야할 사람이 있는데 왜 고민을 하느냐는 핀잔도 꽤 들었다.


문재인이 괜찮은 사람이란 건 나도 안다. 그건 문재인을 반대하는 사람들 다수도 인정하는 바가 아닌가. 

다만 노무현이 어떻게 물어뜯기며 혼란을 불러일으켰는지 지켜봤던 나로서는 노무현이 풍겼던 왠지 모를 아마추어 냄새가 문재인에게서도 풍기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내가 취재하는 고용, 노동, 환경 분야의 공약을 읽다보면 재원 마련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도 끝까지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렇다고 다른 후보들의 재원 마련 방안이 구체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도긴개긴이었다. 하지만 자칭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치고는 공약에 허술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리더의 타락은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명적이며, 타락한 리더를 교체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기 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저마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국민의 정서를 타락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선택의 기준이 명확해졌다. "능력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 없으니 좋아 보이는 사람을 찍자."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홍준표는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나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징인 지독한 오만과 아집을 홍준표가 제대로 보여줬다고 본다. 나는 자수성가한 사람 중 100이면 100이 홍준표에 가까운 성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홍준표가 밉진 않다. 나를 닮은 사람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문재인에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가식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고.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그렇게 생각하면 남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기지 않던가.


이제 겨우 취임 4일차를 맞이한 대통령에게 이런 기대를 거는 게 설레발이긴 하지만 큰 기대가 생겼다. 나는 직접 그를 만난 일도 없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문재인의 사소한 행동들은 좋아 보이는 사람을 넘어 매우 선량한 사람이란 인상을 줬다. 저 선량한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을 보며 앞으로 말 한 마디를 하고 사소한 행동을 할 때에도 상대방을 더 배려하고 신경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정치인의 모습을 보며 이런 마음을 가져보긴 처음이다. 나만 이런 엉뚱한(?) 생각을 가지게 됐을 것 같진 않다. 일단 내가 표를 준 대통령이니 삐끗거리는 일이 있더라도 한 번 믿고 지켜볼 생각이다. 부디 5년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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