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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국토종주/제주 환상자전거길 종주(2020)

(2020.06.10.) 장마를 뚫고 앞으로 앞으로(송악산 인증센터~성산일출봉)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6. 17.

제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제주에선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쪽은 맑은데, 동쪽은 흐린 경우도 허다하다.

 

자전거 라이딩은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나치게 더워도, 추워도, 비가 내려도, 눈이 내려도 달리기가 어렵다.

일단 의지할 게 일기예보 뿐이니 참고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사전에 확인한 제주 지역 일기예보에 따르면 9일은 맑고, 10일부터 흐려져 11일에 장마가 시작된다.

9일은 예보대로 맑았으나, 비는 예보보다 하루 먼저 길 위를 적셨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오자, 약간 흐린 하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내심 흐린 하늘이 반가웠다.

자전거 라이딩에 가장 좋은 날씨는 구름이 살짝 낀 흐린 날씨이니 말이다.

 

 

 

라이딩 초기에는 하늘이 맑아지려는 듯했다.

이날 흐릴 것이란 예보가 빗나갔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잠시 후 예보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지만.

 

 

 

독특한 모양을 가진 산방산.

종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른바 종상화산인데, 현재 출입이 금지돼 있는 상태였다.

높진 않아도 인상적인 풍경을 가진 산이었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봉숭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이 훨씬 작았다.

앱으로 검색해보니 핫립세이지라는 꽃이었다.

원예종인 듯한데 길에서 피어나니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가을꽃인 코스모스가 6월 초부터 피어있어 놀랐다.

'여름의 코스모스'라는 별명을 가진 금계국도 한창인 철인데 말이다.

 

 

 

 

 

이맘때 피어나는 꽃 중에서 향기만 따져보면 장미보다 훌륭한 꽃은 없다.

장미꽃의 붉은 빛깔은 흐린 날씨에 더욱 빛났다.

 

 

 

 

거리 곳곳에 피어난 미국자리공 꽃.

앙증맞은 꽃만 보고 미국자리공을 독초라고 생각하긴 어려울 것이다.

 

 

 

 

'건강과 성 박물관' 근처를 지나갔다.

5년 전에 준면 씨와 함께 지나쳤던 곳이다.

이번에는 재빨리 스쳐 지나갔다.

 

제주에는 이런저런 박물관이 정말로 많다.

그중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가진 박물관은 자동차박물관, 넥슨컴퓨터박물관 정도였다.

 

 

 

 

 

예부터 유배지로 명성(?)을 날렸던 곳답게 제주에는 유배를 콘텐츠로 한 길도 조성돼 있다.

제주에는 이밖에도 이런저런 주제를 가진 길들이 꽤 있다.

 

 

 

 

서귀포의 대규모 관광단지인 중문관광단지에 입성!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인지,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기 때문인지 길에서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여름꽃 루드베키아.

 

 

 

 

모양만 봐도 시큼한 석류꽃.

여름이 오긴 온 모양이다.

 

 

 

 

맑아질 듯했던 날씨가 흐려지더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 실시간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저녁까지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보였다.

아... 이건 아닌데... 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짐이 비에 젖을까봐 방수가 되는 페니어백을 빌렸다는 사실이다.

젖을 만한 짐을 재빨리 모두 페니어백에 집어 넣었다.

 

 

 

비를 뚫고 도착한 서귀포 법환바당 인증센터.

 

 

 

점점 빗방울이 굵어졌다.

과연 성산일출봉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마음이 급해졌다.

 

 

 

 

독말풀은 제주에서 자주 눈에 띄었던 식물 중 하나다.

독말풀은 환각성분을 가진 식물로 알려져 있다.

대마초나 양귀비와 달리, 독말풀은 누구나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

환각성분이 심각한 편은 아닌가 보다.

 

 

 

 

제주도에서 사람 여럿을 골로 보낸 식물 협죽도의 꽃.

입부터 뿌리까지 치명적인 독을 가진 식물로 명성이 자자하다.

달여 먹거나, 가지는 젓가락이나 꼬치로 쓰다가 꽤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겉모습만 봐선 모를 식물이다.

협죽도를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곳곳에서 봤지만, 경고문 없이 협죽도가 자라는 곳도 꽤 많았다.

 

 

 

 

 

수국이 자전거길 곳곳에서 다채로운 색깔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반가운 꽃이다.

 

 

 

 

5년 전 제주대 아라캠퍼스에서 치자꽃 향기를 맡으며 황홀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다시 치자꽃을 만났다.

달콤한 향기가 이국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꽃이다.

비를 맞으며 달리느라 지쳤는데, 향기가 많은 위안을 줬다.

 

 

 

 

비가 그치질 않았다.

중간에 라이딩을 멈출까 고민했지만, 다음날 일기예보를 보니 또 비 소식이 있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비라는 생각에 다시 페달을 밟았다.

 

 

 

 

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꽃.

생전 처음 보는 꽃이다.

손톱 크기만 한 꽃이었는데 어플로도 검색이 되질 않았다.

이름은 다음 기회에 찾기로...

 

 

 

 

음식점이 곳곳에 늘어선 서귀포 아랑조을거리.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5년 전에 이미 천지연폭포를 본 터라 지나쳤다.

비를 맞고 있는데 굳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떨어지는 물을 감상하는 일이 우습기도 하고.

 

 

 

비 오는 바다는 그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다만 내가 비를 맞지 않는다면 말이다.

 

 

 

맛집 특화거리라면 칠십리음식특화거리도 아랑조을거리처럼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정방폭포 근처에는 불로초를 가져오겠다고 진시황을 속인 뒤 슈킹한 간 큰 남자 서복을 기념하는 곳이 있다.

서귀포라는 지명 자체가 서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서귀포는 서복을 중요한 관광 문화 콘텐츠로 밀고 있다.

사기도 대규모로 치면 역사에 남고 대접도 받는다.

 

 

 

 

여름의 대표 꽃 원추리도 개화를 시작했다.

 

 

 

여긴 어딘가...

정글인가...

 

 

 

 

쇠소깍 인증센터 도착.

환상자전거길 인증센터에 비치된 스탬프와 도장은 전반적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줬다.

몇 번을 찍어도 제대로 찍히지 않아 포기했다.

 

 

 

 

쇠소깍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 못을 형성한 깊은 웅덩이다.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은 모습을 닮은 연못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늦은 점심은 길에서 김밥으로 해결했다.

김밥집 간판 이름은 '전복김밥'인데, 정작 속에는 전복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흑돼지고기가 메인인 김밥이었다.

그래도 맛은 꽤 좋은 편이었다.

 

 

 

 

 

김밥을 먹고 나오니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ㅜ

 

 

 

 

 

그래도 달리는 수밖에 ㅠ

차도에도 차가 다니지 않아 고요했다.

 

 

 

제주에서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던 인동초.

이맘때가 인동초가 꽃을 피우는 시기이긴 하지만, 제주에는 인동초가 다른 지역보다 특히 많았다.

 

 

 

 

 

 

오후 3시쯤 표선해변에 도착했다.

빠르게 페달을 밟다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표선해변까지 왔다.

처음에 계획한 목적지인 성산일출봉은 이곳에서 20km가량 떨어져 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20km면 비를 맞아도 충분히 달릴 수 있는 거리니 말이다.

 

 

 

표선해변은 그야말로 고요했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지만 이렇게 고요할 줄이야...

 

 

 

 

비가 잦아들 때쯤 성산읍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페달을 밟은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성산일출봉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자전거 뒤로 구름 덮힌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성산일출봉 인증센터 스탬프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겨우 도장의 흔적만 인증수첩에 남겼다.

 

 

 

 

저녁 식사로 오분자기뚝배기에 한라산 21도를 곁들였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그래서!!

 

 

 

다른 가게로 와 전복구이를 안주삼아 2차로 마셨다.

 

 

 

비를 맞으며 100km 가까이 달렸다.

힘들고 긴 하루였다.

그래서 술맛이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