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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정진영 “롤 모델은 김훈과 장강명… 전 그냥 밥벌이 소설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12. 16.

새 장편소설 '젠가' 첫 인터뷰 기사가 16일 자 문화일보 15면에 실렸다.
출간 후 여러 매체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매체는 역시 친정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지난 10일, 퇴사한 지 10개월 만에 나는 기자가 아닌 작가로 문화일보 편집국에 발을 들였다.
여러 선후배가 내 책에 저자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금의환향이 바로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이날 많은 응원을 받았다.
정말 감사했다.


 

정진영 “롤 모델은 김훈과 장강명… 전 그냥 밥벌이 소설가”

신문15면 1단 기사입력 2020.12.16. 오전 10:30 



- 드라마 ‘허쉬’ 원작자 정진영, 신작 ‘젠가’ 출간

7년전 原電비리 사건이 모티프

지방중견기업 인간군상 묘사로

한국사회 관통하는 부조리 고발


“롤 모델은 김훈 작가이고 지금 시대엔 장강명 같은 사회파 소설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전 그냥 제 밥벌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황정민, 윤아 주연으로 화제인 드라마 ‘허쉬’의 원작 ‘침묵주의보’(문학수첩)를 쓴 정진영 작가가 신작 ‘젠가’(은행나무)를 출간했다. 전작에서 언론 조직의 권력 시스템을 다뤘다면 이번엔 지방 소도시를 거점으로 한 전선업체가 배경이다. 2013년 원전비리 사건이 모티프다. 장 작가가 “주목해야 할 사회파 소설가의 등장”이라 한 말도 맞고, 밥벌이도 잘하고 있는 거 아닌가. 지난 10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정 작가는 고개를 저었다. “봄엔 가족소설을 썼고, 연말엔 연애소설이 나올 예정이에요. 데뷔작(도화촌 기행)도 판타지에 가깝죠. 사회파라니, 가당치 않고요…. 재미있고 잘 팔리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 하고 싶은 일 그러니까 소설을 쓰며 먹고살고 싶다고. 그 길을 가려 결심한 그는 지난 2월, 10여 년 해온 기자 일을 관두고 전업 작가가 됐다.

그가 스스로 “밥그릇을 걷어찼다”고 한, 그 후의 일상은 이번 신작을 탄생시킨 출발점이다. ‘젠가’는 기업과 언론 간의 유착관계, 파벌과 접대 문화, 위계를 이용한 상사의 성추행, 그리고 문제가 터지면 일단 덮고 보는 등 한국 사회 곳곳에 지뢰처럼 포진한 비리와 부조리를 고발한다. 그의 일상과 이런 ‘거대한’ 이야기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는 조직을 벗어나니 일상이 더 투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일상을 지키는 힘은 예측 가능성으로부터 나와요. 우리가 조직을 만들어 협력하는 건 그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거잖아요. 과연 한국의 조직이 그런 공동체 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는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우린 일상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는지, 그 질문에서 시작한 소설입니다.”

소설 속 가상의 도시 ‘고진’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고리와 울진에서 따왔다. 고진에 본사를 둔 ‘내일전선’은 굴지의 대기업 ‘미래전선’의 계열사. 위조 성적서로 승인받은 부품을 납품해 100여 명이 기소된 바 있는 2013년 원전비리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정 작가는 “어디선가 들은 듯하지만, 아직 소설로는 쓰인 적 없는 얘기”라고 했다. 서울 아닌 지방, 대기업 아닌 중소기업, 그리고 주류에서 비켜난 인물들만 등장한다. “서울 공화국에만 사람 사는 거 아니고요. 지방에도 회사가 있고, 신문사가 있고, 사람이 살죠. 그리고 병폐도 많고요. 다들 크게 주목하진 않지만요.”

신문사, 기업, 다음은 또 어디일까. 질문하려는 찰나 “국회!”라고 선수를 친다. 속도감 있는 소설은 그의 성격 그대로다. 이 ‘조직 3부작’은 그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방구석’을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요즘 한국 문학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하고요.”

책에 황정민, 고종석 등 유명인의 이름이 보여 물었더니 ‘그분’들이 아니라 실제 지인들 이름이라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름을 빌려, 등장 인물에 붙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들이 책을 여러 권 사서 ‘나 나온다’며 주변에 돌리더라고요. 자연스러운 이름도 짓고, 책도 팔고, 즐겁고. 저한텐 일석삼조라서요. 하하.”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