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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한국 소설 문학의 지형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3. 2.

 


0. 새 단편소설을 구상하던 중 막히는 부분 때문에 머리를 싸매다가 스트레스를 풀려고 뻘짓을 해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뻘짓이 괜찮은 결과로 나와서 공유해 본다.
이 짓을 문학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했으면 재미있는 기사가 됐을 텐데 아쉽다.

1. SNS에서 마르고 닳도록 말했지만, 한국 소설의 주류는 단편이다.
단편은 대부분 일반 독자는 읽지 않는 문예지를 통해 발표되고, 문예지는 청탁을 통해 원고를 받는다.
일반 독자와 유리돼 있고 사실상 기관지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쪽은 그쪽 질서가 있으니 뭘 어쩌겠나. 
청탁을 많이 받는다는 건 그만큼 문단이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득 어떤 작가가 많은 청탁을 받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들보다 뭐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 내게도 청탁의 기회가 생길 테니 말이다.
그래서 직접 2021년에 주요 문예지를 통해 작품을 발표한 작가의 통계를 내봤다.

2. 통계 대상 문예지는 다음과 같다. 
계간, 반연간, 월간, 웹진, 지방 문예지 중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문예지를 망라했다.
(계간)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문학과사회 #자음과모음 #실천문학 #문학들 #작가들 #에픽
(월간) #현대문학 #문학사상
(반연간) #내일을여는작가 #문학수첩
(격월간) #릿터 #악스트
(웹진) #비유 #문장

3. 통계 대상 문예지를 통해 단편소설을 발표한 작가는 총 206명이다.
그중 가장 많은 문예지로부터 청탁을 받은 작가는 #서이제 작가로 5편이다.
서 작가는 문학동네, 현대문학, 자음과모음, 릿터, 문장의 청탁을 받았다.
서 작가는 2018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데뷔한 신예로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등을 받았다.
통계 결과로 궁예질을 해보면 문단이 현재 가장 주목하는 신인은 서이제 작가다.

4. 그다음으로 많은 청탁을 받은 작가는 #손보미 #이장욱 작가로 4편이다.
손 작가는 창작과비평, 현대문학, 문학수첩, 비유의 청탁을 받았다.
이 작가는 문학과사회, 현대문학, 릿터, 에픽의 청탁을 받았다.
두 작가에 관해선 뭐 설명할 게 더 있나?
이미 유명한 중견작가다.
뒤를 이어 #김멜라 #김병운 #박상영 #박서련 #위수정 #이유리 #이주란 #이주혜 #임현 #정이현 #정한아 #조남주 등 12명의 작가가 3편을 청탁받았다.
12명의 작가 또한 몇 명을 제외하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작가들이다.

5. 그밖에 2편을 청탁받은 작가는 강화길, 구소현, 구효서, 권혜영, 김덕희, 김동식, 김숨, 김종광, 김홍, 김화진, 김희선, 라유경, 박금산, 박선우, 박솔뫼, 백민석, 성해나, 신종원, 염승숙, 윤고은, 윤성희, 윤치규, 은모든, 이서아, 장류진, 조영한, 최민우, 최정화, 최제훈 등 29명이다.
중견과 신인이 뒤섞여 있는 가운데 #김화진 #신종원 #윤치규 등 2020년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등단작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잔인한 일이 자주 벌어지는 이 세계에서 이들은 앞으로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다.

6. 그나저나 나는 기자인가 소설가인가...
이게 무슨 뻘짓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정리 끝.
통계를 내고 이 잡글을 정리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렸다.
여기에 집중하느라 쓰던 단편이 안 풀려서 쌓인 스트레스는 풀렸는데,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다.
다시 가서 글이나 쓰자.
어느 매체든 이 잡글을 기획 기사를 작성하는 데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