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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연희문학창작촌 유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2. 25.

얼마 전 2022 연희문학창작촌 정기 공모에서 탈락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정기 공모와 단기 공모를 합쳐 여섯 번에 걸쳐 입주 신청을 했는데, 단 한 차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입주 작가를 선정하는 일은 연희문학창작촌 나름의 기준이 있을 테니, 내가 그 기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유독 연희문학창작촌에 지원만 하면 물을 먹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내가 깜냥도 안 되는 놈이고 자격도 안 되는 놈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테다.
그런데 말이다.

* 2020년
- 원주 토지문화관(4~5월)
- 정읍 고택문화체험관(9~10월)
- 해남 백련재 문학의 집(정읍에서 먼저 연락을 받아 입주 포기)
 
* 2021년
- 횡성 예버덩문학의집(4~5월)
- 서울 프린스호텔(8~9월)
- 속초 소호259(10월)

* 2022년
- 원주 토지문화관(7~8월)
- 담양 글을 낳는 집(11~12월)

내가 2020년부터 입주를 신청해 머물렀던, 그리고 머무를 예정인 창작 공간 목록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을 제외하고 지원해서 물을 먹은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작년에 창작공간에서 함께 머물렀던 작가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니, 대부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 한 작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이쪽(문단) 사람이 아니고, 데뷔 경로도 장르소설(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이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상황을 해석할 수가 없다고.
선발 명단에 없는 작가가 창작실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이유가 뭔지 나름 분석해보기로 했다. 

나는 연희문학창작촌에 정보공개신청을 청구했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서울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므로 정보공개신청 대상이다.
먼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한 작가 명단을 엑셀 파일로 받아냈다.
해당 기간에 입주한 작가는 총 318명이다.
그중 61명은 해당 기간에 2회 입주했고, 8명은 3회 입주했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작가도 5명 있었다.

창작실에 머물렀던 선발 명단에 없는 작가는 예비후보자 명단에 있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나는 재차 연희문학창작촌에 예비후보자 명단도 내놓으라고 정보공개신청을 했다.
내가 예비후보자 명단에도 없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예비후보자 명단 공개는 선정 순위 공개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입주 작가 중 소설 분야만 따로 살펴봤다.
대부분 유명 문예지와 중앙지 신춘문예 출신이었다.
장르 작가와 지방지 신춘문예 출신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정확한 숫자가 아닌 소수라고 밝히는 이유는 검색이 정확하게 되지 않는 작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유명 문예지와 중앙지 신춘문예 출신에서 벗어나는 작가는 드물다는 점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이 입주 작가를 선발하는 기준은 아래와 같다.

- 작품실적(개인 문학창작집 발간 및 작품 발표 실적/개인 발간 또는 발표한 창작물의 작품성·예술성·발전성/문학상 수상경력 등) 20%
- 활동계획 및 적합성(연희문학창작촌 조성 취지와 입주목적과의 부합성/입주 후 창작 계획의 구체성·적합성·실현가능성/입주실적 및 예상되는 활동성과 등) 50%
- 기대효과(연희문학창작촌 발전에 대한 기여 가능성/한국문학 발전에 대한 기여 가능성/문학 저변확대에 대한 기여 가능성) 30%

비록 배점 비율은 낮지만 작품 실적이 가장 위에 언급돼 있다.
다른 기준과 달리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입주 작가 중에는 최근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아무런 단행본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5년 사이에 나보다 단행본 출간 실적이 많은 작가는 거의 없었다.

앞으로도 나는 선발이 되든 안 되든 연희문학창작촌에 계획 지원해 볼 생각이다.
5번쯤 더 떨어져서 데이터를 더 모으면 뭔가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