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성격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대중적인 교양서라고 부르기엔 내용이 꽤 어렵고(참고 문헌 목록의 압박!!), 학술서라고 부르기엔 분량이 애매하고... 이 책은 그 둘 사이 어딘가의 지점에 놓여 있다.
읽는 동안 컴퓨터 자격증 수험서의 이론 부분을 복기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개론서라고 정의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팔순에 가까운 저자의 나이를 의식하고 읽으니 글이 젊다고 느껴져 놀랐다.
저자는 AI가 등장한 역사적 배경을 비롯해 최신 기술 동향을 진화생물학, 컴퓨터과학, 천체물리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엮어 꼼꼼하게 분석한다.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대목에선 '한국 SF의 거장'이라는 저자의 짬밥을 새삼 실감했다.
저자는 원핵생물이 동·식물로 진화하는 시기를 1차 공생, 동·식물이 미생물과 함께 널리 퍼지는 시기를 2차 공생, 인류가 동·식물을 길들이는 시기를 3차 공생,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AI와 함께 진화하는 시기를 '4차 공생'으로 정의한다.
저자의 생각은 '제4차 공생'이라는 제목에 이미 나와 있다.
저자는 AI와 인류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며 그 미래를 '공생'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AGI(인공 일반 지능)는 시기가 언제이든 간에 등장할 텐데, 막연하게 두려움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는 건 근거 없는 낙관만큼 위험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 또한 저자의 생각에 대체로 동의한다.
인류의 기술은 지금까지 계속 발전해 왔다.
그런 가운데 부작용도 있었지만, 큰 흐름을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게 낫지 않겠는가.
AI의 발전을 맞이하는 인류의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인간의 가장 강력한 의지는 생(生)을 향한 의지 아닌가.
이보다 맹목적인 의지는 없기 때문에, 인류는 AI가 폭주하는 세상이 오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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