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작가가 지난 2022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 후 내놓은 모든 싱글과 EP를 따라 들어왔다.
매주 EP 단위 이상인 앨범을 꼬박꼬박 챙겨 듣고 있고, 그 과정에서 나름 필터링된 뮤지션은 싱글까지 챙겨 듣는데, 작가는 내가 싱글까지 챙겨 듣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었다.
지금 활동하는 젊은 뮤지션 중에서 백아와 더불어 가장 좋은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포크에 음유시인으로 백아가 있다면, 록에는 한로로가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최근 발표한 동명의 EP와 함께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은 최근에 읽은 백은별 작가의 장편소설 『시한부』와 같은 소재(청소년 자살)를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는데, 『시한부』보다는 경쾌하고 '딥'하진 않다.
하지만 결말은 『시한부』보다 훨씬 처참하고 급작스러워서 당황했다.
앨범을 들을 땐 이 정도 수준의 파국을 상상하진 못했는데...
아니다.
작가가 부른 노래 대부분의 끝이 씁쓸했었지...
이 작품은 내게 내용보다는 시장에 불러일으킨 현상이 훨씬 흥미롭다.
오늘 교보문고 기준,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소설 부문 1위이고 종합 부문 2위이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소설을 써서 이 정도 반응을 끌어내는 걸 보긴 처음이다.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처럼 성공한 뮤지션 출신 작가가 없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시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사후 분석인데 작가가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보여준 성과, BTS의 RM을 비롯한 여러 셀럽의 샤라웃, 작지만 열성적인 팬덤 등이 종합해 시너지를 낸 결과다.
그리고 이런 시너지로 출판 시장이 출렁일 만큼 시장이 정말 작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 작품의 성공을 보며, 앞으로 나는 어떤 전략을 써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관한 고민이 몹시 깊어졌다.
확실한 건 소설만 잘 쓴다고 해서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 거다.
내가 소설 외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은 뭘까.
없네?
큰일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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