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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좋아서하는밴드 [우리가 계절이라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2. 15.

한겨울 홀로 외로운 방을 데우는 보일러 같은 앨범...

 

 

 

좋아서 만든 음악이 건네는 일상의 위안…좋아서하는밴드 첫 정규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의 불일치는 괴로운 일이다. 대개의 경우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여 고민에 빠지고, 선택은 어느 쪽이든 늘 후회를 남긴다. 간혹 운 좋게 일치해 즐거운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넷이 모여 밴드를 만들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밴드 이름도 좋아서하는밴드다. 수 년 간 버스킹(Buskingㆍ거리 공연)으로 잔뼈가 굵은 좋아서하는밴드가 첫 정규 앨범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발표했다. 

 

좋아서하는밴드는 대학가요제 금상 출신인 조준호(퍼커션)와 그와 오랜 친구인 손현(기타)을 중심으로 백가영(베이스), 안복진(아코디언) 네 명의 멤버로 지난 2007년에 결성됐다.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독특한 밴드 이름은 이름 없이 거리 공연을 벌이던 이들을 아끼던 팬들이 붙여줬다. 2009년에 발매된 첫 번째 미니앨범 ‘신문배달’도 홍대 한 카페가 녹음장소를 제공하고 팬들이 앨범 제작비를 모아줬다. 그 밴드에 그 팬들이다.

밴드 이름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아마추어 같은 풋내가 앨범의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그러나 좋아서하는밴드는 버스킹만으로 미니 앨범 판매고를 2만 장이나 올렸고, 2009년엔 한국대중음악축제에서 ‘올해의 헬로루키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탄탄한 저력을 갖춘 밴드답게 앨범은 버스킹의 소박함을 세련시킨 13곡으로 알차다. 

버스킹을 오래 해온 밴드답게 좋아서하는밴드는 기타, 아코디언, 퍼커션(작은 드럼형태의 타악기) 등 휴대하기 쉬운 악기 중심의 간소한 편성을 통해 화려한 편곡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담백함을 취했다. 첫 앨범이라고 멋을 부린 게 가끔 몇몇 곡에 끼어드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정도인데 귀를 거스르지 않는다. 고정 보컬 없이 멤버 각자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흥미롭다. ‘자기가 쓴 노래는 자기가 부른다’는 밴드 나름의 법칙에 따라 각자 만든 노래를 각자 부르고 나머지 멤버들이 연주로 힘을 보탰다. 노래를 만든 사람이 노래를 불러야 진심이 귀에서 마음으로 오롯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어쿠스틱 사운드가 그저 그러려니 들리다가도 별안간 따뜻하게 귓가로 스며든다. 담백한 사운드는 가사를 선명하게 만든다. 먼저 연인에게 손 내밀지 못하는 소심함을 “뽀뽀만 하기에도 모자랄 시간에”라고 발랄하게 노래하는 ‘뽀뽀’,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졸린 너의 머리는 나의 어깨에 꼭 맞았지”라며 연인의 관계를 퍼즐에 빗댄 ‘퍼즐조각’, 현실의 궁상맞음을 “가스비에 내 맘은 타 들어가도 오늘은 네가 와 줬으니 너를 위해서 보일러를 켜겠어”라며 유머로 풀어내는 ‘보일러야 돌아라’, 헤어진 연인을 향한 흐려지는 기억을 “내 눈은 0.4구나 내 맘은 0.4구나 닦아내도 지워지지 않는 넌 날 자꾸 괴롭혀”라며 시력으로 애잔하게 비유하는 ‘0.4’ 등 편안한 멜로디에 실린 일상에 기댄 가사는 내 이야기 같아 웃기고 아련하다. 겨울이란 계절이 참으로 어울리는 앨범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