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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헬로윈 [Straight Out Of Hell]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3. 19.

이젠 헬로윈 앨범이 라이센스 CD로도 발매가 안 되는 시대인가?

온라인 음원으로만 앨범이 발매됐다. 헬로윈이 이 정도니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레이지(Rage)는 오죽할까.

헬로윈 앨범 발매 후 기사 한 줄 안 나오는 시대다. 그래서 걍 내가 하나 썼다.

 

 

언제까지 ‘일곱 열쇠’만 찾을 텐가? 지금 ‘호박’도 충분히 멋진데…헬로윈 새 앨범 ‘Straight Out Of Hell’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과거의 영광이 크고 화려할수록 잔상은 깊고 어둡기 마련이다. 2013년 새 앨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헬(Straight Out Of Hell)’을 발표한 독일의 파워메탈(Powermetal) 밴드 헬로윈(Helloween)은 20여 년 가까이 영광의 잔상을 차근차근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선 파워메탈 대신 멜로딕 스피드 메탈(Melodic Speed Metal)이란 출처불명의 장르의 선구자로 알려진 헬로윈은 초창기 앨범 몇 장만으로 수많은 아류 밴드를 양산해냈다.

1987년과 1988년에 연이어 발표된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Keeper Of The Seven Keys)’ 연작 앨범의 수록곡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헬로윈은 ‘퓨쳐 월드(Future World)’, ‘아이 원트 아웃(I Want Out)’, ‘마치 오브 타임(March of Time)’ 등의 곡을 통해 강렬한 헤비메탈에도 아름다운 선율을 입힐 수 있음을, ‘할로윈(Halloween)’,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Keeper Of The Seven Keys)’ 등의 곡을 통해 10분을 훌쩍 넘기는 말도 안 되는 긴 곡도 환상적인 서사를 실으면 그 시간을 느낄 수 없음을 증명했다.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 랩소디(Rhapsody), 에드가이(Edguy) 등 헬로윈으로부터 직접적인 음악적 세례를 받은 수많은 유럽의 밴드들이 뒤를 이어 파워메틀을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시켰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에서도 엑스저팬(X-Japan) 같은 밴드들이 헬로윈의 영향력이 짙은 곡들을 쏟아냈다. 한국 메탈의 대들보 블랙홀(Blackhole)도 헬로윈으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화려한 영광은 거기까지였다. 헬로윈의 리더 카이 한센(Kai Hansen)이 멤버들과 불화로 밴드를 떠난 뒤 발매된 앨범인 1990년 작 ‘핑크 버블스 고 에이프(Pink Bubbles Go Ape)’는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 앨범은 한센이 새롭게 결성한 감마레이(Gammaray)의 데뷔 앨범 ‘헤딩 포 투모로우(Heading For Tomorrow)’와 비교돼 누가 과연 진정한 헬로윈다운 음악을 하고 있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밴드의 보컬 미하일 키스케(Michael Kiske)의 주도로 만들어진 1993년 작 ‘카멜레온(Chameleon)’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기존의 헬로윈과 너무도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있어 팬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앨범으로 인해 키스케는 밴드에서 축출됐다. 심지어 드러머 잉고 슈비히텐버그(Ingo Schwichtenberg)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밴드는 와해 직전 위기까지 갔다.

밴드의 재정비는 앤디 데리스(Andy Deris)’가 새로운 보컬로 합류한 1994년 앨범 ‘마스터 오브 더 링스(Master Of The Rings)’부터 이뤄졌다. 새 앨범의 음악은 전성기의 헬로윈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라진 않았다. 그러나 ‘카멜레온’까지도 참았던 많은 팬들이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헬로윈으로부터 정을 뗐다. 문제는 데리스의 보컬이 키스케와 너무도 달랐다는 점이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키스케의 맑은 목소리에 열광했던 팬들은 데리스의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다소 답답하게 들리는 보컬에 아연실색했다. 그러나 헬로윈은 1996년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에 필적하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앨범 ‘더 타임 오브 디 오스(The Time of the Oath)’를 발표한데 이어 이듬해엔 ‘베터 댄 로(Better Than Raw)’로 새로운 그간의 음악적 부진을 씻었다.

이후 앨범들 역시 단 한 장도 졸작이 없었다. 21세기 첫 앨범인 2000년 작 ‘더 다크 라이드(The Dark Ride)’, 2003년 작 ‘레빗 돈트 컴 이지(Rabbit Don’t Come Easy)’, 2005년 작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 : 더 레거시(Keeper Of The Seven Keys: The Legacy), 2007년 작 ‘겜블림 위드 더 데블(Gambling With The Devil), 2010년 작 ‘세븐 시너스(7 Sinners)’까지 헬로윈은 부지런히 앨범을 내놓으며 음악적인 진보를 보여줬다.

통산 14번 째 정규 앨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헬(Straight Out Of Hell)’로 돌아온 헬로윈은 어느새 결성 3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연주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 수준이다. 전작 ‘세븐 시너스’보다 곡의 만듦새와 구성에서 약간의 허술함이 느껴지지만 이해할만한 아쉬움이다. ‘월드 오브 워(World Of War)’ㆍ‘파 프롬 더 스타스(Far from the Stars)’ㆍ‘버닝 선(Burning Sun)’ 등의 곡에선 여전히 특유의 멜로디 감각과 스피드가 살아있다. 우리 나이로 지천명인 데리스의 보컬에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힘이 느껴진다. 라이브 무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최소한 스튜디오 앨범에선 데리스의 보컬은 흠잡을 곳 없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원년 멤버이자 기타리스트인 미하일 바이카스(Michael Weikath)와 호흡을 맞추는 젊은 피 샤샤 거슈트너(Sascha Gerstner)의 신구 조화를 이룬 트윈 기타도 일품이다. 거슈트너의 작곡 비중은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미 거슈트너는 처음 멤버로 합류했던 앨범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 : 더 레거시’의 수록곡 ‘디 인비지블 맨(The Invisible Man)’에서 멜로디 메이킹 능력의 싹을 보여준 바 있다. 팬들아,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언제까지 ‘키퍼 오브 더 세븐 키즈’ 즉 ‘일곱 열쇠’만 찾아 헤맬 텐가? 지금의 ‘호박(헬로윈을 상징하는 캐릭터)’도 그 자체로 충분히 멋진데.

오는 6월 12일 오후 6시 헬로윈과 감마레이가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합동 내한공연을 펼친다. 2008년 일산 킨텍스에서 가진 합동공연 이후 두 번째 무대로, 이번 내한공연은 700명 한정 스탠딩 공연으로 열린다. 한때 서로 앙숙이었던 한센과 바이카스도 나이를 먹고 서로에게 점점 너그러워지는 모습을 보니 반갑기만 하다. 여기에 키스케도 게스트로 참여해 함께 무대에 오르면 좋으련만….

123@heraldcorp.com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장 마음에 드는 'Far From The Stars'

베이시스트 마커스 그로스코프의 곡이다. 원년 멤버이지만 음악적 존재감은 정말 없던 멤버인데 갈수록 작곡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