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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몰오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음악 하고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3. 10.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최근 반복으로 부유하는 인디 포크에 작으나마 경종을 울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필청!!!!!

 

 

스몰오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음악 하고파”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직접 여행하는 것 이상으로 가슴 뛰게 만드는 기행문 속 문장처럼, 어떤 음악은 실경(實景)보다 더욱 생생한 풍경을 머릿속에 펼쳐내곤 한다. 이러한 음악엔 대개 여백이 많다. 그 여백은 청자의 사색으로 채울 몫이다. 영민한 아티스트는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커다란 밑그림 하나만 제시할 뿐이다.

5인조 포크 밴드 스몰오(small o)가 그려낸 밑그림은 대자연이다. 북유럽 어딘가의 너른 대지를 연상시키는 이들의 음악은 소박하면서도 신비하고, 따뜻하면서도 차갑다. 도회적인 정서를 세련시킨 음악의 반복으로 부유했던 최근 인디 포크 씬에선 낯설고 신선한 결과물이다. 이들이 첫 미니앨범 ‘댓 윌 폴(That will fall)’을 발매하며 인디 포크 씬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플릿 폭시스(Fleet Foxes)와 시규어 로스(Sigur Ros)를 연상케 하는 포크록 사운드와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떠올리게 만드는 싸이키델릭 사운드는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몰오의 멤버들을 최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몰오는 지난 2010년 오주환(보컬ㆍ기타)을 중심으로 결성돼 고한결(기타), 배상환(베이스), 박지혜(키보드ㆍ아코디언ㆍ플루트), 이지원(드럼) 등을 멤버로 활동 중이다. 오주환은 독특한 밴드 이름에 대해 “둥글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떠올리던 중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하며 “자연을 닮은 새로운 포크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엔 폭발적인 사운드에 ‘눈이 세 개인 까마귀’를 끌어들여 전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까마귀’,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소년의 심정을 표현한 ‘피셔 앤드 어나더 파더(Fisher and Another Father)’, 두 귀를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코끼리의 모습이 우화적으로 들리는 ‘코끼리’, ‘쫓겨난 왕’과 ‘거지 왕자’ 등의 가사로 사회를 풍자하는 타이틀곡 ‘댓 윌 폴’, 나른한 선율로 오고가는 일상을 묘사하는 ‘순환선의 풍경’ 등 6곡(‘댓 윌 폴’ 라디오 에디트 버전 포함)이 실려 있다. 중국 둔황(敦煌)을 배경으로 촬영한 재킷 이미지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여기에 어쿠스틱 기타, 아코디언, 플루트, 콘트라베이스 등의 언플러그드(unplugged) 연주와 결합한 딜레이(Delay) 효과를 머금은 일렉트릭 기타의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켜 청자를 압도한다.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한 고한결은 “오주환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 힘들었다”고 웃어 보이며 완성된 사운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앨범 수록곡의 제목과 가사엔 자연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난해하고 의미심장한 가사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오주환은 “‘까마귀’는 별을 길잡이 삼아 여행을 떠나는 동방박사를 생각하며 만든 믿음에 대한 곡이고, ‘댓 윌 폴’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영향을 받은 곡이지만, 해석은 청자의 몫이기에 구체적인 설명으로 청자의 사색에 간섭하고 싶지 않다”며 “저마다 음악을 통해 마주하는 풍경이 다르길 바란다. 끊임없이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을 아꼈다.

스몰오의 멤버 중 오주환과 고한결, 배상환은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의 멤버이기도하다. 객석을 흥분시키는 거친 록음악과 완전히 다른 성격의 음악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오주환은 “누구나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스몰오와 이스턴 사이드킥 모두 우리의 일부”라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신인 발굴 프로젝트 ‘케이 루키즈(K-Rookies)’에 선정됐던 스몰오는 오는 30일 서울 홍대 사운드홀릭 시티에서 전기뱀장어, 머쉬룸즈, 망각화, 솔솔 부는 봄바람, 홀로그램필름 등 함께 선정됐던 아티스트들과 합동공연을 펼친다. 오주환은 “4월 중엔 단독 콘서트도 벌일 예정”이라며 “‘세이브 디 에어 그린콘서트(SAVe tHE AiR GREEN CONCERT)’ 등 환경을 주제로 한 공연에 많이 서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지원은 “기회가 되면 오는 5월 내한공연을 펼치는 시규어 로스와도 함께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밝히며 “오프라인으로 발매된 CD엔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히든트랙을 담았으니 플레이를 멈추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