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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우정아 “털털한 ‘힐링 뮤직’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5. 20.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이 앨범은 올 연말까지 최소한 음악적 완성도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앨범에 들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올해 들어 최고작이다.

그리고 선우정아는 참으로 소녀 같다.

 

 

선우정아 “털털한 ‘힐링 뮤직’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음악을 듣는 귀가 트이는 시점에서, 청자의 소박하지만 진지한 음악적 관심은 자연스럽게 앨범의 크레디트로 향한다. 크레디트는 작사자ㆍ작곡자ㆍ편곡자를 비롯해 프로듀서ㆍ연주자ㆍ엔지니어 등 앨범의 다양한 정보를 청자에게 제공한다. 크레디트를 꼼꼼하게 읽는 일은 앨범의 음악적 특징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열광했던 팬들에게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란 이름은 꽤 익숙한 이름이다. 팬들은 2NE1의 ‘아파’와 지디앤탑(GD&TOP)의 ‘오예(Oh Yeah)’ 등의 히트곡에서 선우정아란 이름을 작사자ㆍ작곡자ㆍ편곡자로 목격했다. 또한 선우정아는 ‘괴물신인’ 이하이의 첫 정규 앨범 ‘퍼스트 러브(First Love)’에서 가장 큰 음악적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이다. 그랬던 그가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 크레디트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두 번째 솔로 앨범 ‘잇츠 오케이, 디어(It’s Okay, Dear)’를 발표했다. 선우정아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선우정아는 “지난 2006년 1집 ‘매스티지(Masstige)’를 발표한 일이 있지만, 내가 대중가수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 본 일이 없어 새로운 앨범을 낼 생각 역시 지난 7년 동안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다방면으로 활동을 펼쳐오며 내 안에 음악적으로 많은 것들이 쌓였고, 또 나이 서른이 가까워지니 그것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앨범 발매 배경을 밝혔다.

앨범엔 타이틀곡 ‘뱁새’를 비롯해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퍼플 대디(Purple Daddy)’, ‘비온다’ 등 9곡이 실려 있다. 이 앨범에서 선우정아는 재즈와 소울을 메인 요리로 삼아 일렉트로닉, 록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양념으로 버무려내며 신기에 가까운 음악적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웰 메이드’ 가요를 압도하는 멜로디 라인은 메이저와 마이너의 감성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대중성까지 확보하고 있다. 특히 “그토록 탐을 냈던 값비싼 외투인데 이건 내게 어울리지 않아”라고 투덜거리는 ‘뱁새’부터 “인맥의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공주는 말보로에게 목소리를 팔고”라고 비꼬는 ‘워커홀릭(Workaholic)’,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배부른 소리하네”라고 자조하는 ‘알 수 없는 작곡가’ 등 생활밀착형 튀는 가사는 이 앨범의 강력한 매력의 축이다. 이 모든 매력들을 화학적으로 단단히 결합시키는 것은 탁월한 보컬이다. 선우정아는 때로는 어린아이 같은, 때로는 능청스러운, 때로는 절규하는 보컬로 앨범에 다채로운 색깔을 덧입힌다. 대중성과 음악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진부한 표현이 모처럼 어울리는 앨범이다.

 

 


선우정아는 “자신의 목소리에 자아도취 되면 결과물이 역겨워질 수 있는데, 다행히 내 자신에게 부끄럽진 않은 앨범이 만들어졌다”며 “이 앨범이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법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이 앨범의 가사는 털털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촌스러워 보일 정도로 거친 가사는 모두 의도된 표현들이다”라며 “‘괜찮아 인마’란 의미를 가진 앨범의 타이틀 ‘이츠 오케이, 디어’처럼, 낙심에 빠진 누군가에게 건네는 소주 한 잔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선우정아는 이번 앨범을 인디 레이블(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을 통해 발매했다. 히트곡 작곡가로서 이름을 알려온 그간의 행보에 비춰보면 의외의 선택이다. 선우정아는 “여러 대형 기획사로부터 작곡 제의를 받았지만, 히트 칠만한 곡을 일회성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대중가요 작곡가로서의 재능은 내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YG에서 얻은 좋은 결과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YG가 나를 하나의 아티스트로 인정해주고 자유를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획사의 영향력과 자본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음악적인 타협을 하고 싶진 않았다”며 “온전히 내가 하고픈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어 인디레이블을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선우정아는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EBS ‘스페이스 공감’처럼 라이브로 많은 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무대에 서보고 싶다”며 “언제나 그래왔듯 프리버드, 핑크문 등 홍대 클럽에서 주기적으로 라이브 무대를 펼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