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 속지엔 머쉬룸즈의 멤버 최완의 친구가 세계여행을 돌며 찍었다는 사진들이 있다.
사진에 담긴 광활한 자연... 속지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 상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활전선 뛰던 동네친구들 더늦기 전에 꿈 위해 뭉쳐
인디 음악으론 이례적 스웨덴서도 동시 발매
어쿠스틱에 더해진 전자음 단출한 편성속 깊이의 공간감
한 동네에 살며 초ㆍ중ㆍ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 세 명이 있다. 완(보컬ㆍ기타), 식보이(기타ㆍ코러스), 준서(드럼ㆍ코러스)는 학창시절부터 카피밴드를 하며 뮤지션을 꿈꿨지만 꿈은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생활인으로 충실한 삶을 보내며 나이 서른을 맞이한 이들은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절실한 심정으로 밴드 머쉬룸즈란 이름으로 뭉쳤다. 야구광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지난해 ‘원 포인트 릴리프(One Point Reliefㆍ구원투수)’란 이름으로 첫 미니앨범을 내놓으며 등판했다.
또한 이들은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ㆍ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공동 주관 신인 발굴 프로젝트 ‘케이-루키스(K-Rookies)’에도 선발되는 등 근사한 성과를 거뒀다. 자신감은 첫 정규 앨범 ‘원 게임 원더(One Game Wonder)’의 발매로 이어졌다.
최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멤버 완은 “앨범이 발매되는 날까지 발매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며 “스무살 때부터 앨범을 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십수년이나 지나서야 이뤄져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엔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 케이티 고스 투 도쿄와 함께해 화제를 모았던 ‘잇츠 오버(It’s Over)’와 ‘미스터 리시트(Mr.Receipt)’를 비롯해 ‘다운 더 스트리트(Down The Street)’ ‘오직 너만이 남았네’ ‘늑대, 고양이 그리고 바다’ ‘북극의 밤’ ‘삶의 가운데에서’ 등 11곡이 담겨 있다. 케이티 고스 투 도쿄와의 인연으로 이번 앨범은 인디음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유로팝의 강국 스웨덴에도 동시 발매됐다.
완은 “앨범 타이틀 ‘원 게임 원더’는 한 경기만 반짝 잘 던진 투수를 의미하는 용어”라며 “이 같은 타이틀은 결코 한 앨범으로 끝나지 않겠다는 의지의 역설적인 반영”이라고 말했다.
지난 미니앨범에서 일상의 슬픔과 그리움, 실패와 좌절을 다룬 담담한 가사를 몽환적이고도 따뜻한 멜로디에 실어 들려줬던 머쉬룸즈는 정규 앨범에선 조금 더 풍성해진 사운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출한 어쿠스틱 편성이 중심을 이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엔 일렉트릭 기타와 전자음 등이 가세해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가세한 세션 이상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공간감도 앨범의 감상 포인트다. 각 곡의 개성에 주목하기보다 전체적인 사운드에 집중하는 것이 이 앨범의 매력을 찾는 지름길이다.
완은 “밴드의 멤버만으로 곡의 의도를 표현하는 데 부족함을 느꼈고, 또 조금 더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어 세션을 기용했다”며 “기타 배킹을 녹음할 때 더블링(녹음한 원래 트랙에 한 번 이상 같은 멜로디를 덧입히는 작업)을 하고 사운드의 빈 구석에 스트링 사운드를 배경으로 활용하는 등 단출한 편성 안에서 원하는 깊이의 공간감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터링(녹음된 여러 곡의 음색과 소리의 균형을 전체적으로 잡아주는 과정) 작업을 국내에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가 마치 영미권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듯한 질감을 주는 것도 인상적이다.
완은 “처음부터 의도한 사운드가 있었는데 외국에 마스터링을 맡기면 의도가 달라질 것 같았다”며 “우리의 의도를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소통하며 녹음하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얻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의도대로 결과물이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머쉬룸즈는 연말에 단독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완은 “연말 단독 콘서트 이후 애프터 파티 형식의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라며 “앨범 속지에 담은 ‘고마운 사람들’ 명단에 엘지트윈스를 적어 놓았을 정도로 야구를 좋아한다. 다음 시즌에 기회가 된다면 멤버와 함께 올레TV ‘프로야구 편파중계’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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