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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뉴욕에서 날아 들어온 낯설지만 신선한 감각의 멜로디 ‘희영’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11. 20.

지난해에 발매된 희영의 첫 정규 앨범 '4 Luv'는 올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플레이한 앨범 중 하나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뉴욕에서 활동하는 관계로 만나지 못하다가 2집 발매를 계기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희영은 지난 앨범의 팝적인 감성을 걷어내고 라이브와 스튜디오의 구분을 쉽게 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앨범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엔 없는 음악이다. 이 앨범이 다른 뮤지션들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나는 이 앨범과 얼마전에 발매된 프롬의 첫 정규앨범 'Arrival'이 반복으로 부유하는 인디 포크에 자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에서 날아 들어온 낯설지만 신선한 감각의 멜로디 ‘희영’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흘러간 장르인 포크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주역은 인디신이었다. 인디신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을 통해 포크는 세련미 넘치는 도회적인 음악으로 거듭났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범람은 장르의 음악적 수준 상향평준화를 이뤄냈지만, 닦아놓은 길만 따라 가도 중간쯤에 드는 안전한 장르가 포크라는 안이한 인식을 일부 뮤지션들에게 심어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미국 뉴욕 인디신에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희영은 포크의 원형인 날것의 음악적 질감과 정서를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탐색하고 있었다. 우수한 외부인력은 정체된 조직을 자극해 변화를 이끌기 마련이다. 정규 2집 ‘슬립리스 나이트(Sleepless Night)’을 국내에 발매한 희영을 지난 19일 서울 서교동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희영은 “외부 프로듀서가 제작을 주도해 팝적인 느낌을 가미했던 첫 정규 앨범 ‘포 러브(4 Luv)’와는 달리, 이번 앨범은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철저히 내 의도를 살린 음악을 담았다”며 “최근 뉴욕에서 첼리스트와 단 둘이 공연을 벌이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공연에서 보이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말했다.

희영은 지난 2011년 미국 현지 프로듀서와 세션으로 완성한 미니앨범 ‘소 서든(So Sudden)’을 발매하며 앨범 타이틀의 의미처럼 ‘갑작스럽게’ 국내 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크ㆍ팝ㆍ월드뮤직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음악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희영은 이듬해 첫 정규 앨범 ‘포 러브’로 반향을 이어갔다. 

앨범엔 가까웠던 사람이 낯설게 변하는 슬픈 순간을 노래한 타이틀곡 ‘스트레인저(Stranger)’를 비롯해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비르지의 영화 ‘사랑은 당신’의 영상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를 모은 ‘아이 원트 유 온리(I Want You only)’,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독백 ‘스타스 인 뉴욕 시티(Stars in New York City)’, 월리처(20세기 초중반에 등장한 전자 오르간)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인 ‘쇼 미 왓 유브 갓(Show Me What You’ve Got)’ 등 보너스트랙 포함 12곡이 수록돼 있다. 전작의 타이틀곡 ‘포 러브’ 같은 팝적인 스타일의 곡이 배제된 자리엔 60~70년대 미국의 포크와 컨트리 음악을 연상케 하는 아련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 채워졌다.

희영은 “영어로 가사를 쓸 때와 한국어로 가사를 쓸 때 나오는 멜로디가 다른데, 전작엔 영어로 먼저 만든 곡에 한국어 가사를 붙인 곡을 실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앨범의 일관된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전 곡의 가사를 영어로 썼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앨범에 가사의 한국어 해석을 담은 속지를 따로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과 전작의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스튜디오 녹음 특유의 정제된 질감을 철저히 배제한 사운드다. 희영은 도심을 벗어나 뉴욕 주 아마겐세트(Amagensett)와 미주리 주 제임스포트(Jamesport)의 작은 마을의 텅 빈 헛간과 18세기 말에 지어진 낡은 교회를 오가며 녹음을 진행했다.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을 오가는 자동차 소리 등 각종 소음도 고스란히 앨범에 담겼다. 희영은 이 같은 소리들을 디지털 장비 대신 아날로그 릴테이프에 원테이크(끊임없이 단 한 번에 녹음하는 방식)로 담아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스튜디오와 라이브의 경계를 허무는 국내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앨범이 탄생했다.

 

희영은 “녹음 과정의 특성상 동원할 수 있는 악기는 많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편곡은 소박해졌다”며 “처음에 떠올랐던 곡의 순수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자평했다.

한국의 홍대 인디 신과 미국의 뉴욕 인디 신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 희영은 넓은 음악적 저변을 꼽았다. 희영은 “한국에선 일부 히트 장르 외에 대부분의 장르가 소외받는 편인 것 같은데, 미국에는 어느 장르의 음악을 하던 그 음악을 듣는 마니아들이 곳곳에 많이 존재한다”며 “워낙 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어서 주목을 받기 어렵지만 꾸준히 노력을 하다보면 가능성이 열리는 곳”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머물며 활동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희영은 “미국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음악에서 팝적인 색깔이, 한국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음악에서 가요의 색깔이 묻어나온다”며 “여러 곳을 돌며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은 싱어송라이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내가 뉴욕을 떠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음악을 하고 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희영은 “내년 1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공연을 가질 예정”이라며 “전작을 프로듀싱 했던 사울 사이먼이 다음 달에 내한하면 함께 무대에 오를 지도 모르니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