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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유재하 음악정신 손수 이어간 유재하의 후예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11. 25.

정말 어렵게 열린 대회다.

같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는 대회이지만 왜 대학가요제는 폐지의 길을 걷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명맥을 이어가는가?

결국 뮤지션을 꿈꾼다면 자기 음악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만에 예전에 음악 교양강의를 종종 듣던 백남음악관에 들어오니 기분이 묘했다.

아.. 나도 유재하와 동문이구나...

 

곡들의 수준이 모두 높은 편이었다. 기타 한 대, 피아노 한 대로 연주를 하지만 그 여백에선 웅장한 현악 연주가 들리기도 했고 멋진 밴드 음악이 들리기도 했다. 이는 참가자들이 곡을 만들 때 이미 편곡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상을 선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대단히 깊었을 것 같다. 나 역시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봤는데 힘들었다. 장려상과 동상은 모두 적중했다. 하지만 대상과 금상, 은상은 서로 뒤바뀌었다.

그러나 대회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엿보였다.

대회 참가자 대부분이 실용음악과 출신이었다. 본선에 오른 10팀 중 9팀이 실용음악과 출신이었다.

상향평준화된 음악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정형성이었다. 이는 실용음악과 출신 세션들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장점이자 단점인데, 이들의 창작물에서도 나는 그런 인상을 적지 않게 받았다. 내 귀가 잘 못된 것일까?

결국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생명력은 유재하를 단 한 뼘이라고 뛰어넘는 자질을 보여주는 누군가가 등장할 때 비로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유재하 음악정신 손수 이어간 유재하의 후예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유재하 동문회’ 출신 뮤지션들이 고(故) 유재하의 곡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합창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조규찬, 강현민, 유희열, 이한철, 정지찬, 스윗소로우, 노리플라이……. 가정만큼 부질없는 일도 드물다. 그러나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싱어송라이터들이 없었다면 우리 대중음악계는 꽤나 심심했을 것이란 가정에 반론을 제기하긴 어려울 것이다. 올해로 24회 째를 맞은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의 산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렸다.

올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개최 전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해 대회는 기업의 후원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는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중단됐다가 싸이월드의 후원과 고인의 모교인 한양대의 영구 유치로 부활한 2006년 이후 맞은 최대위기였다.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지핀 것은 대회 출신 뮤지션들이었다. 이들은 ‘유재하 동문회’를 조직해 대회의 홍보부터 심사와 진행까지 손수 맡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회는 다시 대중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같은 관심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올해 대회엔 역대 최대 규모인 482팀 15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고, 1ㆍ2차 예선을 거쳐 10팀이 본선에 올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선착순으로 배포된 관람 티켓 100장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날 대회는 심현보(4회)와 오지은(17회)의 사회로 진행됐다. 심사위원으로 고찬용(2회), 강현민(3회), 이승환(5회), 이한철(5회) 등 ‘올드보이’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스윗소로우(16회), 노하은(16회), 노리플라이의 권순관(17회), 김거지(22회) 등 ‘젊은피’들은 경연장 입구에서 직접 제작한 앨범을 판매하고 동문회 회원들에게 티켓과 티셔츠를 나눠주며 힘을 보탰다.

올해 대회는 실용음악과 출신 여성 참가자들이 강세를 보였다. 10팀 16명의 본선 진출자 중 무려 12명이 여성이었고 9팀이 실용음악과 출신이었다. 대상 역시 여성 참가자의 차지였다. 자작곡 ‘서울여자’를 부른 강민주(국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씨가 대상인 ‘유재하음악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여자’는 부산 출신인 강 씨가 바라본 서울 여자의 모습을 위트 있게 표현한 재즈풍의 곡으로, 강 씨는 수준급의 기타 연주와 함께 돋보이는 무대를 꾸몄다. 강민주 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꿈만 같다”며 “여러 장르를 잘 소화할 수 있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상과 은상은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출신인 이설아 씨의 ‘운다’와 동 대학 출신인 조민휘 씨와 윤유진 씨로 구성된 팀 ‘일상다반사’의 ‘지나가기에 더 아름다운’에게 돌아갔다. 동상은 대회에 네 번째 도전한 끝에 본선에 오른 홍이삭(버클리 음대) 씨의 ‘봄아’의 차지였다. 특히 홍 씨는 ‘유재하 동문회’의 투표로 뽑은 특별상 ‘유재하 동문회상’까지 수상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인 ‘유재하음악상’을 수상한 강민주(국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씨가 ‘서울여자’를 부르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참가자의 경연이 끝난 뒤엔 오소영ㆍ황종률(이상 6회)ㆍ노경보(10회)가 유재하의 ‘지난날’로, 김거지ㆍ김홍준ㆍ배영경ㆍ채수현ㆍ최상언(이상 22회)이 ‘그대 내품에’로 축하 무대를 꾸몄다. 특히 ‘유재하 동문회’ 출신 50여 명의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올라 합창한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무대는 대회의 압권인 장면이었다.

작사ㆍ작곡ㆍ편곡 및 연주를 직접 해결해야하는 대회의 특성상 참가자들은 대부분 기타 혹은 피아노 한 대의 단출한 편성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여백에선 현악과 리듬 섹션 등을 가미한 풍부한 편곡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곡들의 내실이 탄탄한 만큼 쉽게 대상 수상자를 점치기 어려운 대회였다. 이는 참가자 수준의 상향평준화를 의미하지만, 반대로 튀는 곡을 찾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본선에 오른 곡들은 대부분 이른바 ‘웰메이드 팝’의 문법을 따르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느냐에 대해선 의문점을 남겼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미래는 결국 유재하라는 거목을 넘어설만한 맹아를 얼마나 틔워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