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으로서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비의 욕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과한 댄스대신 간결한 안무·리듬...전자음도 줄이고 실제 악기 연주
기존 히트곡과 차별화 시도... 전곡 작사·작곡·편곡도 참여
“항상 듣고싶은 음악만들고 싶어”
비(본명 정지훈)하면 떠오르는 역동적인 댄스 퍼포먼스는 없었다. 안무는 절제돼 있었고 리듬은 간결했다. 그러나 몸의 중심에서 뻗어 나와 손끝과 발끝으로 흘러내리는 무형의 기운에선 농축된 관능미가 엿보였다. 여기에 복고풍 수트와 하이힐, 화려한 액세서리는 농염함을 더하고 있었다. 2일 정규 6집 ‘레인 이펙트(Rain Effect)’로 돌아온 비는 신곡 ‘서티 섹시(30 SEXY)’ 뮤직비디오에서 제목처럼 30대의 남성이 보여줄 수 있는 절제된 멋스러움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비를 최근 서울 신사동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곡 ‘서티 섹시’의 뮤직비디오와 ‘라 송(La Song)’의 티저 영상을 스크린으로 먼저 선보인 비는 “시사회가 영화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에 극장에 자리를 마련했다”며 “어떻게 해야 가장 나다우면서도 나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했고 이번 앨범에 그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앨범엔 ‘서티 섹시’와 ‘라 송’을 비롯해 ‘어디 가요 오빠’ ‘마릴런 먼로’ ‘차에 타봐’ ‘알아버렸어’ ‘슈퍼맨’ 등 10곡이 실려 있다. 비는 앨범 전곡의 작사ㆍ작곡에 참여한데 이어 프로듀싱까지 맡는 등 물 오른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비의 히트곡 ‘레이니즘’을 만든 배진렬 작곡가가 비와 공동 작곡 및 편곡을 맡아 완성도를 높이는데 힘을 보탰다. 걸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어디 가요 오빠’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비는 “30대의 원숙미를 살린 ‘서티 섹시’로는 기존의 비의 이미지를, 가벼운 라틴팝 사운드의 ‘라 송’으로는 새로운 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난 7월 제대 후 녹음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앨범 작업에 매진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전곡의 작곡을 직접 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외부 작곡가들의 곡은 분명히 좋은 곡이었지만, 지금 유행하는 곡 아니면 여느 아이돌의 곡들과 비슷해 기시감이 강했다”며 “기존의 히트곡과 비슷한 곡을 받을 바엔 차라리 직접 곡을 만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앨범 곡들을 살펴보면 최근 유행하는 코드와 진행은 거의 없고, 80년대 비트에 일렉트로닉 음악의 요소를 담은 게 많다”며 “냉정하게 나는 비주얼 가수이자 스타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CD플레이어에 넣고 들을만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비는 이번 앨범에서 전자음의 비중을 줄이고 대부분의 연주를 실제 악기 연주로 담아냈다. 비는 “댄스 가수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구차하게 나이 들어서까지 억지로 과한 춤을 추고 싶지 않다”며 “올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를 보면 밴드 음악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나 역시 앞으로 퍼포먼스보다 밴드 등 음악 자체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제대한 비는 컴백을 앞두고 군 복무 관련 구설수에 시달렸다. 소송에서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승소했지만 이는 고스란히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비는 “휴가 일수도 100일이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군인이 받는 34일 정기 휴가에 두 번의 특급전사 포상 휴가 등을 합해 총 59일이었다”며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방부, 검찰, 경찰 등 국가 3대 기관에서 모두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다만 부대 밖에서 군모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전했다.
비는 이달 말 할리우드 영화 ‘더 프린스’ 촬영 때문에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가수로 본격적으로 활동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비는 “일단 나를 키워준 한국 팬들에게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싸이가 미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둬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싸이와 다른 이미지를 가진 한국 가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며 “3년 전보다 훨씬 많은 오퍼가 들어오고 있다. 미국 시장을 잘 아는 좋은 프로듀서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생각을 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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