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롤모델 세훈이형이 새로운 싱글을 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곡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는 나로서는 세훈이형만한 길잡이가 없다.
무엇보다도 직장인으로서의 성취와 뮤지션으로서의 성취를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와 생각이 일치해 좋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음악을 좋아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뮤지션으로 무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기 마련이다. 이 같은 상상을 실현으로 옮기는 가장 흔한 사례는 직장인 밴드다. 그러나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건실한 직장인이자 프로 뮤지션이라는 이중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긴 쉽지 않다. 이는 ‘마법의 성’의 작곡자이자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더 클래식의 김광진 외에 이중생활에 성공한 인물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사실이 방증한다. 그만큼 밥의 힘은 세다.
싱어송라이터 알레그로(Allegrowㆍ본명 이세훈)는 김광진 이후 이 같은 이중생활의 묘를 보여준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한국지엠에서 차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해 도시인들의 밤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낸 미니앨범 ‘뉘 누아르(Nuit Noire)’로 초도 물량을 매진시키는 등 잔잔하면서도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에피톤 프로젝트, 한희정 등과 더불어 인디레이블 파스텔뮤직 대표 뮤지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1년 만에 신곡을 담은 싱글 ‘그대의 봄과 함께’를 발표하며 돌아왔다. 지난 3일 저녁, 서울 신촌의 한 곱창집에서 퇴근한 그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알레그로는 “직장에서 이뤄내는 다양한 성취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힘을 주고, 음악은 직장인이 빠지기 쉬운 매너리즘을 극복하게 만든다”며 “내게 있어 직장인의 삶과 뮤지션의 삶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지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싱글엔 타이틀곡 ‘여전히 그대라는 걸’과 ‘그대의 봄과 함께’ 2곡이 수록돼 있다. 서로 멜로디를 공유하는 2곡은 남자와 여자가 마주보며 다른 이야기로 들려주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여전히 그대라는 걸’은 여자의 입장에서 연인에게 전하는 고백의 말들을 담은 곡으로, 파스텔뮤직의 신예 아진(Azin)이 보컬을 맡았다. ‘그대의 봄과 함께’는 알레그로가 직접 보컬을 맡아 연인에게 고백하는 남자의 진심을 노래했다. 알레그로는 작사ㆍ작곡ㆍ편곡 및 프로듀싱을 직접 담당했다. 이번 싱글은 음원 사이트 올레뮤직 선정 4월 첫째 주 ‘이주의 앨범’에 오르고, 프랑스의 한국 음악 전문 웹진 ‘목소리(www.moksorifr.com)’에 소개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알레그로는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을 쪼개 작업을 하다 보니 신곡이 나오기까지 1년여의 긴 시간이 소요됐다”며 “직장인과 뮤지션 활동을 병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직장이라는 조직 내부에서도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중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웃어보였다.
알레그로는 소속사 내에선 적지 않은 나이를 가진 뮤지션이지만 경력은 신인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늦은 데뷔에선 그가 고민했을 많은 시간의 흔적들이 엿보였다.
알레그로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벌이고 총학생회의 응원가도 만드는 등 늘 음악과 가깝게 지냈지만 입사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서 손을 놓게 됐다”며 “이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던 내게 ‘파티 플래너’라는 꿈을 가지고 떠나는 동료가 서른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그 물음이 잊고 있었던 뮤지션의 꿈을 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내게 있어 음악은 퇴근 후의 또 다른 삶이자 목표이기 때문에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뮤지션의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뮤지션의 꿈을 가진 직장인들이 많을 텐데 후회하지 말고 꼭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시도를 하길 바라고, 내 발걸음이 그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되길 희망한다”고 응원했다.
알레그로는 올 가을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알레그로는 “올 가을까지 충실한 직장인의 삶과 앨범 준비를 병행하려면 많이 바빠질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보다 앞서 이중생활의 성공적인 전형을 보여줬던 김광진을 만나 어떤 지혜를 가지고 두 가지 삶을 균형적으로 이끌어 왔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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