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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록페스티벌계 ‘프리미어리그’ 가 먼저 눈치 챈 한국 인디의 저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5. 25.

단언컨대 한국 인디음악은 저 혼자 컸다. 누가 지원을 해줬나 관심을 가져 주길 했나..

대형기획사들이 죽을 똥 싸도 못하는 성과를 열정과 음악 하나로 이뤄냈다.

술탄오브더디스코, 잠비나이, 최고은에 박수를!





디스코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대형기획사와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한국의 음악시장을 해외로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아시아권에선 ‘한류’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시도가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실은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무대는 ‘팝의 본고장’ 영미권이다. 아시아권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류’는 줄기차게 영미권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영국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Festival)’ 무대에, 그것도 공식 초청을 받아 오른다는 사실은 일종의 사건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무명의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눈에 띄어 입단 테스트를 받는 셈이니 말이다. 디스코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Sultan of the Disco),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등 무려 3팀이 한국 뮤지션 최초로 다음 달 25~29일 열리는 ‘꿈의 무대’에 오른다. 지난 21일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멤버 압둘라 나잠(보컬ㆍ댄스)과 김간지(드럼), 잠비나이의 멤버 이일우(기타ㆍ피리ㆍ태평소ㆍ생황), 김보미(해금)를 서울 서교동 카페 커먼인블루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나잠은 “공식 초청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해외 음악 관계자들이 우리를 계속 지켜봐왔고 또 인정해줬다는 사실을 지금도 믿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일우는 “시끄럽고 어려운 음악이라며 그동안 국내 페스티벌에도 초청을 잘 받지 못했는데 세계 최대 페스티벌이 우리를 초청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동안 주로 월드뮤직 성향의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대형 록페스티벌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지난 197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글래스턴베리’는 영국 서머싯 필턴에서 매년 6월 주말에 3일 동안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로 매년 20만 명가량의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글래스톤베리’ 초청은 ‘에이팜(APaMM)’과 ‘뮤콘(MU:CON)’,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등 음악 박람회를 매개로 한 해외 음악 관계자들과의 교류 덕분에 가능했다. 한국 인디 뮤지션 초청을 성사시킨 말콤 헤인즈(Malcolm Haynes)는 ‘글래스톤베리’에서 가장 큰 무대인 ‘실버 헤이즈(Silver Hayes)’ 존의 총책임자로 이들 음악 박람회를 통해 한국의 음악에 매료됐다. 해외 관계자들이 인디에 관심을 가지고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은 아이돌 음악에 편중된 한국 음악 시장을 향해 시사 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나잠은 “실제 길거리와 카페에서 들리는 음악은 매우 힙합, 어쿠스틱 팝 등 다양한데,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는 음악은 댄스 등 일부 장르에만 국한돼 있다”며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들이 음악의 다양성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보미는 “잠비나이의 음악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고, 노출이 되더라도 시청자들이 제대로 접할 수 없는 심야시간이 대부분”이라며 “자신과 다른 것을 존중하지 않고 이상하게만 바라보는 획일적인 문화도 문제”라고 애로사항을 전했다.

잠비나이는 다음 달 27일 오후 12시(이하 현지시간), 술탄오브더디스코는 27∼29일 오전 1시, 최고은은 29일 오후 12시 ‘실버 헤이즈’ 무대에 오른다. 이들에게 가장 출연하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을 묻자 입을 모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외쳤다. 이들의 웃자고 던진 외침은 예능보다도 제대로 음악을 조명해주지 못하는 음악방송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

김간지는 “우리가 꾸미고 싶은 무대 중 하나는 빅밴드인데, 이러한 무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방송은 ‘무한도전’밖에 없는 것 같다”며 “‘무한도전’이 우리와 함께 ‘글래스턴베리’ 특집을 꾸미기 위해 영국으로 간다면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고 진지하게 의견을 제시했다. 김보미는 “한국의 전통 악기를 여전히 중국의 악기로 오해하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뮤지션의 입장을 떠나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싶은 욕심이 크다”며 “ 우리의 음악을 제대로 많은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송은 현실적으로 ‘무한도전’뿐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슬픈 이야기”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잠비나이는 7월까지 두 달 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영국 등 유럽 14개국에서 22회에 걸쳐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술탄오브더디스코는 다음 달 15일 서울 서교동 브이홀에서 ‘SOD 페스티벌’을 벌인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메이저와 인디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일우는 “우리의 음악을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찾다보면 한국의 아이돌 음악도 함께 검색된다”며 “한류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우리의 노출 기회도 많아지고, 또 우리가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K팝의 영역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나잠은 “우리는 엑소(EXO)의 팬들도 좋아하는 술탄오브더디스코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 인디의 ‘글래스톤베리’ 진출은 K팝을 아이돌 음악과 동일시했던 해외 시장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