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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현장에서 - 정진영> 한류 외연 확장의 열쇠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5. 27.

대형기획사에서 만들어진 아이돌로는 영미권 시장 진출 어림도 없다.

빌보드 차트와 UK차트에 오른 곡들과 아티스트의 면면을 보면 아이돌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 동네 취향이 아니다.

이건 음악도 문제지만 외모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그 동네 취향을 보면 스키니한 아이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걸그룹이라면 약간이라도 모르겠다. 보이그룹은...

유럽은 가능성이 조금 있어 보인다. 유로댄스와 나름 통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영미권은 어림 없다.




최근 대중음악계에 낭보가 하나 전해졌다. 디스코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 크로스오버 밴드 잠비나이,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등 인디 뮤지션들이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글래스턴베리’에 한국 최초로 초청을 받은 것이다. 


올해로 44회째를 맞는 ‘글래스턴베리’는 영국 서머싯 필턴에서 매년 6월 주말에 3일 동안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로 20만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한다. 올해 이 ‘꿈의 무대’에 출연하는 뮤지션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메탈리카, 아케이드 파이어 등 한 팀만 내한공연을 펼쳐도 화제를 모을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즐비하다. 한국 인디 뮤지션들의 페스티벌 초청은 비유하자면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무명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눈에 띄어 입단 테스트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K팝 한류를 해외로 넓히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아시아권에선 이 같은 시도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 꾸는 무대는 ‘팝의 본고장’ 영미권이다. 아시아권의 성공을 바탕으로 K팝 한류는 줄기차게 영미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국제가수’ 싸이 외에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멤버 나잠은 “이번 페스티벌 초청은 ‘글래스톤베리’의 가장 큰 무대 ‘실버 헤이즈’의 총책임자 말콤 헤인즈가 직접 섭외해 이뤄졌다”며 “헤인즈가 한국에서 직접 인디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접하고 매료돼 섭외를 추진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해외 음악 관계자들이 아이돌들을 제쳐두고 인디 뮤지션들에게 먼저 접근했다는 사실은 현재 한국 음악 시장을 향해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는 해외에선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 된 K팝이 아닌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디 음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생태계의 선결 조건이 종의 다양화이듯, 건강한 K팝 한류의 선결 조건 역시 장르의 다양화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상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왜 ‘가요무대’의 시청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지 생각해 볼 때다. 재미가 없는 음악은 대중이 가장 먼저 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