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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덕원 “오랜 세월 후에도 기억되는 노래의 주인공이고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6. 14.

'흐린 길'을 무심코 듣다가 가장 놀란 사실은 이 곡이 6분이 넘는 곡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 곡이 매우 잘 만들어진 곡이라는 말과 같다.

담백하면서도 끊임없이 소소한 변화를 준 편곡과 또렷한 가사 전달은 시간을 감지하지 못하게 만든 주역이다.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를 듣는다는 윤덕원의 고백을 들으며 왜 갑자기 웰메이드팝을 들고 나왔는지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이 첫 만남이었지만 서로 정말 말이 잘 통하는 뮤지션이어서 좋았다.

통하면 뭐? 심야에 술이지! 조만간 나도 앨범 내면 한 잔 같이 해야 쓰겄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싱어송라이터 윤덕원의 집에는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 외에 별다른 오디오가 없다. 인디 레이블의 명가 붕가붕가레코드 설립의 주역이자 인디신의 아이콘인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리더로 활동해온 그의 굵직한 이력을 돌이켜보면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는 단출하다 못해 당황스럽다. 집에서 그가 음악을 듣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일은 오래된 테이프를 꺼내드는 것이다. 스피커로 들리는 음악은 90년대를 풍미한 가요와 동요가 주를 이룬다. 윤덕원이 첫 솔로 앨범에 담겠다며 선공개한 곡 ‘흐린 길’과 ‘갈림길’이 록적인 면을 철저히 걷어낸 웰메이드팝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이다. 지난 10일 서울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윤덕원을 만나 첫 솔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윤덕원은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음악은 팝이나 외국의 록이 아니라 90년대 가요와 2000년대 인디음악”이라며 “곡을 쓰다 보면 밴드에서 소화할 수 없는 곡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런 제한에서 벗어나 내가 원했던 다양한 형태의 곡들을 들려주고 싶어 솔로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흐린 길’과 갈림길은 더클래식(The Classic)의 박용준이 편곡과 건반 연주를 맡아 눈길을 끈다. 여기에 함춘호(기타), 신석철(드럼), 민재현(베이스)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세션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여백을 많이 남겨두면서도 소소한 변화를 거듭하는 편곡은 ‘흐린 길’의 6분이 넘는 곡 길이를 쉽게 체감할 수 없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윤덕원은 “곡을 쓸 때부터 박용준의 편곡을 상상했다. 지금도 집에서 더클래식의 앨범을 테이프로 감상할 정도로 박용준을 팬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좋아하고 뮤지션으로 존경해왔다”며 “한 번도 만난 일이 없는 후배 뮤지션의 편곡 부탁을 흔쾌히 받아준 박용준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담백한 편곡은 보컬의 또렷한 가사 전달을 도와 곡에 집중하게 한다. 곡의 긴 호흡은 ‘흐린 길’의 “담백한 먼지 날리는 길 위에선 조심스레 걸어도 눈물이 날 만큼 눈앞이 흐리다”과 ‘갈림길’의 “언젠가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땐 눈으로만 안녕을 말해줘요” 같은 가사를 시각화 시킬 수 있는 여유를 준다. 3분 대 초반에서 끊기는 노래들이 대세인 최근 대중음악계에서 이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도 지루하지 않은 곡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흐린 길’의 뮤직비디오 말미의 롱테이크(Long Takeㆍ한 호흡으로 오래 촬영하는 기법) 신이 지루함 대신 아련한 감정을 화면 밖으로 전달하는 이유도 편곡의 힘 덕분이다.

윤덕원은 “간소한 반주에 목소리만을 녹음해 박용준에게 보내고 전적으로 편곡을 맡겼는데 내가 상상한 이상의 결과물이 만들어져 기쁘다”며 “수많은 명곡들을 통해 연주로만 접했던 뛰어난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도 밴드 시절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윤덕원은 곡을 공개하기에 앞서 팬들에게 곡을 먼저 들려주는 독특한 형식의 이벤트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yoondukwon.com)를 통해 팬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담은 초대장(2000장 한정)을 직접 우편 발송했다. 수백여 팬들이 초대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증하는 등 호응이 이어졌다.

윤덕원은 “뮤지션으로서 음악 활동뿐만 아니라 레이블 운영부터 앨범 기획 그리고 매니지먼트까지 음악 업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겪으며 음악을 만들어 놓고 누군가가 들어주기만을 바라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음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음악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배송비만 200만원 이상 투입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벤트였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윤덕원은 솔로 앨범을 오는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앨범에는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이별 후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들을 그리는 9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윤덕원은 “‘흐린 길’은 첫 번째 트랙, ‘갈림 길’은 네 번째 트랙으로 정해졌지만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고민은 계속 될 것 같다”며 “내게 많은 음악적 영향을 준 90년대 가요처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들어도 감동을 줄 수 있는 곡을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 ‘신인 가수’ 윤덕원의 꿈”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