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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영 소설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문학과지성사) 작가의 전작인 소설집 을 꽤 충격적으로 읽었다. 수록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무언가에 홀려 다른 세계를 엿보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테드 창이 덜 하드하게 따뜻한 SF를 쓰면 이런 느낌이겠다 싶었다.  '신비롭다' 혹은 '환상적이다'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단편들이었다. 특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필력은 한국 작가 중에선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집을 사다 놓은 지 꽤 오래됐는데, 소설집과 장편소설 작업을 하느라 뒤늦게 펼쳤다. 내 방을 오갈 때마다 이상하게 자주 눈에 띄어 밀린 숙제를 하듯 읽었다. 시공간과 생의 한계를 초월해 펼쳐내는 환상적인 이야기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서로를 칼로 무를 베듯 구별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역설한다. 어떤 선.. 2024. 5. 8.
앤솔로지 <몸스터 (몸은 몬스터)>(스피리투스) 2001년 초겨울, 나는 대학교에서 논술시험을 치렀다. 오른손에 깁스를 한 채 왼손으로 펜을 쥐고. 오른손잡이인 나는 왼손으로 삐뚤빼뚤 천천히 글씨를 쓰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내 몸에 붙어있는 내 팔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 줄 몰랐다. 주어진 시험지를 반도 채우지 못하고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몸도 마음대로 못 하는데, 다른 사람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건 과한 욕심이 아닐까?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인상적이어서, 나는 누군가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앤솔로지를 읽으며 오래전 경험을 떠올렸다. 여기에 수록된 다섯 작품에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자기가 원하는 몸을 만.. 2024. 5. 8.
2024년 5월 2주차 추천 앨범 ▶백아 [편지] * 살짝 추천 앨범 ▶현아 [Attitude] ▶블루터틀랜드 [청호춘가] #이주의추천앨범 #추천앨범 #백아 2024. 5. 6.
이석원 산문집 <어떤 섬세함>(위즈덤하우스) 이석원, 참 대단한 작가다.그가 소설가로서 좋은 작가인지는 의문이지만, 에세이스트로서 좋은 작가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음악으로 경지에 오르고, 산문으로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 소설까지 잘 쓰면 반칙이지.감상문을 쓰다가 허접해서 지우고 대신 읽다가 좋았던 문장을 발췌해(일부는 적당히 수정해서) 옮긴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더 중요하다.-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사는 것 같아서. 그게 착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그래서 우리는 늘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며 사는 일이 가능하다.- 왜 어른들이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느니, 그러니까 젊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게 좋다느니 하는 지를 알 것 같.. 2024.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