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레인보우99 “서울은 희망적이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도시”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11. 11.

얼마 전에 이 녀석이 좀 많이 힘든 일을 겪었다. 너무 힘든 일에는 위로의 말이 별 필요 없다.

제주 흑돼지 구이에 소주 한 잔 사주고 덤으로 오디오 카드와 작은 장비 하나를 선물로 줬다.

승현이 덕분에 내 앨범 마스터링을 무사히 마쳤는데, 정작 승현이는 부팅도 잘 안 되는 오디오 카드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었다.

마침 설화수 홍보 영상 관련 곡비가 들어와 인심을 썼다. 인심도 있을 때 써야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현인의 ‘럭키서울’,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나훈아의 ‘서울의 황혼’, 이용의 ‘서울’ 등 서울을 주제로 다룬 노래는 두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들 노래는 대체로 서울을 낭만적이거나 희망에 찬 모습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뮤지션 레인보우99(Rainbow99)가 바라본 서울은 입체적이고도 무겁다. 

레인보우99의 정규 3집 ‘서울(Seoul)’은 수록곡 전곡을 서울을 주제로 다룬 콘셉트 앨범이다. 그는 지난해 노트북과 오디오 카드(전문 음악 작업ㆍ녹음이 가능한 고급 사운드카드)라는 단출한 무기로 제작한 정규 2집 ‘드림 팝(Dream Pop)’으로 네이버뮤직 ‘이주의 앨범’에 선정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일렉트로닉 음악하면 관습처럼 아이돌 댄스음악부터 떠올리는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에서 그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전작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듯 초현실적이고도 공간감 넘치는 사운드를 들려줬던 그는 이번 앨범에선 자신이 발 붙이고 사는 서울로 내려와 인왕산, 광화문, 홍대입구 등 곳곳의 풍경들을 전자음으로 조명한다.

지난 6일 본사 사옥 인근 한 주점에서 기자와 만난 레인보우99는 “서울은 내가 태어나 가장 오랫동안 생활해 온 공간이기 때문에 서울에 대한 이미지와 생각들을 한 번쯤은 정리하고 싶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이전과는 달리 너무나 혼잡해져 버린 홍대의 아쉬움을 다룬 타이틀곡 ‘홍대입구’를 비롯해 어린 시절 즐겨 찾던 인왕산 중턱에서 바라본 서울에 대한 인상을 아련하고 몽환적인 전자음으로 표현한 ‘인왕산’, 화려해 보이지만 실은 대다수가 고단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울의 밤을 몽환적이고 스산하게 묘사한 ‘네온’, 시위로만 기억되는 광화문의 풍경을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로 그려낸 ‘광화문’,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제목과는 달리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서울을 음울하게 노래하는 ‘봄’, 이른 새벽 첫 차 안에서 마주하는 비 내리는 서울에 대한 감상을 덤덤하게 그린 ‘새벽비’, 순간이지만 찬란하게 피어난 벚꽃의 이미지를 서정적으로 담은 ‘벚꽃’ 등 11곡이 담겨 있다.

레인보우99는 앨범 전곡의 작곡, 프로그래밍, 연주를 포함해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프로듀싱까지 직접 맡았다. 밴드 아이러닉 휴의 베이시스트 조인수, 인디팝 듀오 오후만있던일요일의 키보디스트 김아리, 바이올리니스트 김상은 등의 연주자들과 보컬리스트 박지혜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레인보우99는 “서울이 그렇게 희망적인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앨범이 그다지 밝거나 기분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진 않다”며 “앨범의 모든 곡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서울에 대한 이해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앨범의 마지막곡이자 기타 연주곡인 ‘서울’은 내가 느낀 서울에 대한 총평”이라며 “앨범 수록곡 대부분이 그렇듯 희망적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 만을 담고 있지도 않다. 지금 내게 서울은 그런 곳”이라고 말했다.

레인보우99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이전에 황보령, 시와, 어른아이, 하이미스터메모리, 올드피쉬, 옥상달빛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했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다. 지난 해에만 3장의 앨범을 내놓았을 정도로 다작 행보를 보여줬던 그는 내년부터 매월 신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레인보우99는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음악으로 정리해 ‘월간 윤종신(가수 윤종신이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음악 프로젝트로 미술, 영화, 사진, 문학, 게임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협업을 진행 중)’처럼 매월 공개할 계획”이라며 “이름은 ‘월간 무지개’가 될지 다른 이름이 될지 모르지만 신곡에 대한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