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바닥을 보면 미친 것 같다. 왜 이렇게 연말에 한꺼번에 수작들이 쏟아진다는 말인가.
한음파 정규 3집 '이명'은 그 수작들 중에서도 단연 수작인 앨범이다.
한음파 “우린 우리일뿐…똑같은 음악은 재미없다”
기사입력 2014-12-15 13:02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이 음악은 불편하다. 다음 마디를 예측할 수 없는 구성, 그 위로 쏟아지는 변박과 불협화음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불편함의 근원은 낯설음이다. 낯설음이 대질을 통해 익숙해지는 순간, 이 음악은 살아있는 비정형의 덩어리로 변모한다. 동시에 불편함은 매혹으로 치환된다. 밴드 한음파는 단 한 번도 귀에 설은 소리를 들려준 일이 없다. 그러나 매혹적이다. 2년여만의 신보이자 세 번째 정규 앨범인 ‘이명(耳鳴)’ 역시 그러하다.
한음파는 록이라는 큰 틀 외엔 한국 대중음악의 그 어느 계보에도 속해있지 않다. 한음파는 마치 불편함을 숙명으로 여기듯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 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오며 낯설음을 세련시켰다. 결과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낯설음이다. 마두금(몽골의 찰현악기)만이 한음파를 정의내리는 요소는 아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음파의 멤버 이정훈(보컬ㆍ마두금), 장혁조(베이스)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훈은 “앨범을 들은 뒤 귀에 여운이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명’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며 “평소에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듣게 되는 ‘이명’의 증상처럼, 이 앨범에는 그런 소리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한음파는 지난 1995년에 결성돼 2001년 셀프 타이틀 데뷔 미니앨범을 발표했으나 이듬해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오랜 공백기를 가진 한음파는 2008년 활동을 재개해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무늬만 신인이었던 한음파는 2009년 첫 정규 앨범 ‘독감(獨感)’, 2001년 정규 2집 ‘키스 프롬 더 미스틱(Kiss From The Mystic)’ 등 굵직한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날카로운 록 사운드를 강조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과 월드뮤직을 방불케하는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으로 유연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장혁조는 “1집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는 생각에 2집에는 록밴드의 기본 편성에 따라 직선적인 사운드를 담았는데,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1집의 정서와 2집의 방법론을 결합했다”며 “전작을 통해 밴드와 멤버들의 역할이 분명해진 것을 느꼈고, 이는 인위적인 효과를 최소화시키면서도 유기적인 밴드 사운드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곡예사’와 ‘프리즈(Freeze)’를 비롯해 ‘크로(Crow)’, ‘유령선’, ‘백야’, ‘배니싱(Vanishing)’, ‘아우트로(Outro)’, ‘이고(Ego)’, ‘뱅가드(Vanguard)’, ‘일식’ 등 10곡이 담겨 있다. 뚜렷해진 보컬 멜로디 라인 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한음파는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프로듀싱부터 녹음,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해 앨범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었다. 또한 한음파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수록곡 절반 이상을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했다. 이를 통해 한음파는 악기 개개의 연주가 확실히 구별되면서도 한 덩어리로 들리는 살아있는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인디 신에서 보기 드물게 철저히 한글로 쓰인 가사는 다소 난해한 음악과 청자의 간격을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음파는 록이라는 큰 틀 외엔 한국 대중음악의 그 어느 계보에도 속해있지 않다. 한음파는 마치 불편함을 숙명으로 여기듯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 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오며 낯설음을 세련시켰다. 결과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낯설음이다. 마두금(몽골의 찰현악기)만이 한음파를 정의내리는 요소는 아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한음파의 멤버 이정훈(보컬ㆍ마두금), 장혁조(베이스)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정훈은 “앨범을 들은 뒤 귀에 여운이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명’이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며 “평소에 듣지 못하는 소리들을 듣게 되는 ‘이명’의 증상처럼, 이 앨범에는 그런 소리들이 많이 들어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한음파는 지난 1995년에 결성돼 2001년 셀프 타이틀 데뷔 미니앨범을 발표했으나 이듬해 멤버들의 개인적인 사유로 활동을 중단했다. 오랜 공백기를 가진 한음파는 2008년 활동을 재개해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무늬만 신인이었던 한음파는 2009년 첫 정규 앨범 ‘독감(獨感)’, 2001년 정규 2집 ‘키스 프롬 더 미스틱(Kiss From The Mystic)’ 등 굵직한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날카로운 록 사운드를 강조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록과 월드뮤직을 방불케하는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으로 유연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장혁조는 “1집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는 생각에 2집에는 록밴드의 기본 편성에 따라 직선적인 사운드를 담았는데, 이번 앨범을 작업할 때에는 1집의 정서와 2집의 방법론을 결합했다”며 “전작을 통해 밴드와 멤버들의 역할이 분명해진 것을 느꼈고, 이는 인위적인 효과를 최소화시키면서도 유기적인 밴드 사운드를 완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 밴드 한음파가 정규 3집 ‘이명(耳鳴)’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장혁조(베이스), 김윤태(드럼), 윤수영(기타), 이정훈(보컬ㆍ마두금). [사진제공=디오션뮤직]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곡예사’와 ‘프리즈(Freeze)’를 비롯해 ‘크로(Crow)’, ‘유령선’, ‘백야’, ‘배니싱(Vanishing)’, ‘아우트로(Outro)’, ‘이고(Ego)’, ‘뱅가드(Vanguard)’, ‘일식’ 등 10곡이 담겨 있다. 뚜렷해진 보컬 멜로디 라인 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다. 한음파는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프로듀싱부터 녹음,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직접 참여해 앨범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었다. 또한 한음파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수록곡 절반 이상을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했다. 이를 통해 한음파는 악기 개개의 연주가 확실히 구별되면서도 한 덩어리로 들리는 살아있는 사운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인디 신에서 보기 드물게 철저히 한글로 쓰인 가사는 다소 난해한 음악과 청자의 간격을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장혁조는 “‘크로’와 같은 곡을 작업할 때엔 악보를 벽에 붙여놓고 수학 문제를 풀듯 박자를 분석하고, ‘백야’를 녹음할 때엔 기타 연주에 창의적인 주문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며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앨범을 작업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훈은 “한글로 가사를 쓰면 자칫 유치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영어 가사를 고려한 적도 있었지만,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해야한다고 본다”며 “한글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어색하게 전달하기보다 한글 가사가 가진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풀고 당김을 반복하는 변화무쌍한 전개와 이를 이끄는 마두금 선율로 변화를 알리는 ‘곡예사’, 보컬과 기타의 현란한 표현력이 압권인 ‘크로(Crow)’,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사회상을 은유하는 ‘유령선’, 기타를 중심으로 한 공간감 있는 사운드와 차갑고도 명징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백야’ 등 앨범에 전진배치된 곡들은 한음파의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알리는 증거들이다. 정교한 리듬 연주를 들려주는 ‘배니싱(Vanishing)’, 마두금과 보컬의 합이 돋보이는 ‘아우트로(Outro)’는 듣는 즐거움을 준다.
이정훈은 “지금 한음파의 음악은 지난 20년 동안의 삶과 그동안 들어온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물이지만, 우리에게 영감을 준 음악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누구도 들려주지 않는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기 위함이기 때문에 똑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바이올린을 닮은 듯하면서도 애절한 음색을 가진 마두금은 한음파의 음악에 이국적인 색채를 더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멤버들은 마두금을 한음파의 전부로 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선 경계를 표했다.
장혁조는 “마두금은 첼로, 바이올린으로 불가능한 동양적인 색채를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악적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상징은 아니다”며 “우리의 음악에 밀접하게 달라붙어 스며들 수 있는 수단으로 마두금을 선택한 것이다. 한음파는 한음파의 음악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음파는 내년 2월 말께 단독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장혁조는 “팬들이 이번 앨범에 익숙해질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우리역시 수록곡을 100% 소화해 들려줄 수 있는 시점에 단독 콘서트를 마련하고 싶다”며 “단독 콘서트 전까지는 클럽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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