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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아름다운 인연이 만든 소박하고도 따뜻한 소품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2. 2.

강아솔 임보라 트리오의 앨범 '소곡집' 2015년 새해 벽두에 내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만들어줬던 앨범이다.

강아솔과 임보라가 벨로주에서 벌였던 콘서트 현장의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임보라는 초면이지만 강아솔은 익숙한 뮤지션이어서 인터뷰는 어색하지 않고 즐거웠다.

일단 강아솔은 음악만으로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입심의 소유자이니 기본 분위기는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사람은 겉만 보고 모를 일이다.

나는 막연하게 임보라보다 6살이나 어린 강아솔이 음악을 대할 때에도 천진할 줄 알았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둘이 정반대였다. 하하하~

강아솔은 완벽주의자였고, 임보라는 자유로웠다. 입심은 서로 반대여서 더욱 흥미로웠다.

개성이 뚜렷한 데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어서 이렇게 좋은 음악이 나왔나보다.


그래.. 이것이 진짜 컬래버레이션이다. 

비즈니스가 뻔히 보이는데 얼토당토 안 되는 음악으로 컬래버레이션이라며 미화하는 가수들과 기획사들은 이 앨범을 듣고 반성해야 한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누군가와 더불어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그 누군가가 한 세상 같은 길을 걸어가는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이름으로 가수들의 협업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순수성 측면에선 의문이 많다. 신인을 억지로 끼워 넣는 일부터 노골적으로 화제를 노린 만남까지 협업을 포장한 비즈니스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 트리오의 협업 앨범 ‘소곡집(小曲集)’은 이 같은 가요계의 흐름과 무관한 만남이어서 외려 돋보인다. 뮤지션을 꿈꾸며 상경해 자리를 잡은 제자와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재회는 그 자체로 극적이니 말이다. 앨범 속에 담긴 음악은 노변정담(爐邊情談)처럼 따스하고 소꿉놀이처럼 아기자기하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동료 뮤지션, 그리고 언니와 동생으로 인연을 맺어 소박하지만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소품을 함께 만든 두 뮤지션을 지난달 29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재즈 피아니스트 임보라 트리오가 협업 앨범 ‘소곡집’을 발매했다. 왼쪽부터 임보라, 강아솔. [사진제공=일렉트릭뮤즈]


임보라는 “시작은 그저 둘이서 일기를 쓰듯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것이었지, 처음부터 앨범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없었다”며 “애를 쓰지 않았는데도 함께 하던 시간이 합동 공연으로, 그리고 앨범 발매로까지 이어져 우리도 놀랍고 즐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의 인연은 약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도에서 상경한 갓 스물의 뮤지션 지망생이었던 강아솔은 임보라를 피아노 선생님으로 처음 만났다. 첫 인연은 평범한 스승과 제자였고 만남은 짧았다.

강아솔은 “처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라 언니의 피아노 연주에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고, 언니의 긴 손가락이 매우 부러웠었다”며 “당시 나는 언니의 많은 제자들 중 하나였지만, 언니의 모습은 내게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회상했다.

짧았던 첫 인연은 강아솔이 뮤지션으로 데뷔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같은 소속사 동료 뮤지션의 앨범을 듣던 강아솔은 그 앨범의 피아노 연주에 매료됐다. 연주자를 수소문해보니 놀랍게도 임보라였다. 헐거워진 인연의 끈이 다시 매듭을 묶는 순간이었다.


임보라는 “다시 만난 아솔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느냐 묻자, 출석부에 아솔이의 이름을 기록하던 오래전 순간이 떠올랐다”며 “이후 아솔이의 앨범에도 연주자로 참여하고 함께 공연을 벌이며 함께 친분을 쌓아갔다”고 말했다.

강아솔과 임보라는 포크와 재즈라는 서로 다른 장르로 활동해 왔지만 피아노 연주자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둘은 종종 서로에게 좋아하는 앨범들을 추천해주곤 했는데, 그 앨범들이 서로의 마음에 쏙 들었다. 또한 둘은 양희은, 조동진, 어떤날의 클래시컬한 포크 음악을 좋아했다. 공통점이 많았다.

임보라는 “어느 날 아솔이에게 내가 만든 곡을 건네주며 가사를 직접 쓰고 불러보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아솔이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부담 없이 함께 곡을 만들다 보니 편안한 음악이 나오고 공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번 앨범에 강아솔과 임보라는 각각 ‘소녀’와 ‘매일의 나의 너’, ‘눈 내린 새벽’과 ‘끝말’을 두 곡씩 사이좋게 나눠 담았다. 앨범의 첫 곡인 ‘소녀’는 둘이 한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으로,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소녀를 떠올리게 만든다. ‘매일의 나의 너’는 둘이 각자의 피아노에 앉아 함께 연주하는 곡으로, 서로 다른 개성의 연주가 협업의 매력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강아솔이 그동안 들려줬던 단아한 포크와도, 임보라의 서정적인 재즈와도 다른 단출하지만 세련된 음악이다. 임보라가 새벽녘에 홀로 추운 길을 나서는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는 ‘눈 내린 새벽’의 “하얀 눈길 걷는 그대/신발 젖지 않기를/그대 곁에 부드러운/바람 지나가기를”과 같은 가사는 청자의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소환한다. 연주곡인 것처럼 진행되다 보컬이 등장하는 실험적인 마무리가 인상적인 ‘끝말’에선 익숙한 틀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강아솔와 임보라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강아솔은 “다른 뮤지션과의 협업은 처음이었는데, 언니가 쉴 새 없이 아름다운 선율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며, 임보라는 “사소한 부분도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는 꼼꼼한 태도에 놀랐다”며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아솔과 임보라는 오는 27일부터 매주 마지막 주 금요일 홍대 클럽에서 열리는 ‘라이브 클럽 데이’에 참여하며, 28일에는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임보라는 “가볍게 시작한 협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내심 신기하다”며 “아솔이와 함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등 재즈 무대에서 함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아솔은 “이번 앨범을 통해 언니의 멋진 피아노 소리가 많은 곳에 소개하고, 서로의 팬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며 “올 봄에 언니와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무대에 꼭 함께 서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