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1. 겨울에 더욱 그리운 그윽한 매화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2. 3.

SNS팀 조용직 선배와 술자리에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던 기획이 정말로 시작됐다.

내가 식물왕이라니!


지난 주말 내가 그동안 촬영한 꽃사진들을 모두 정리했다. 

정리해보니 매주 한 두차례씩 쓰면 1년 이상은 쓸 만큼 사진이 있었다.


아무튼 시작이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여름에 겨울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여름을 그리워하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사람의 심보입니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한 계절엔 꼭 그 계절을 거스르는 것들이 매혹적이니 말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심보를 고치긴 어려울 겁니다.

계절은 종종 바로 전 계절에 흔했던 것들을 모조리 쓸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곤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꽃이죠. 평소에는 잡초처럼 흔하게 화단에서 보이던 이름 모를 꽃들도, 계절이 지나가버리면 일제히 자취를 감춰버리니까요. 어떤 꽃들은 개화기간이 너무 짧아 그야말로 눈 깜빡할 새 사라지고 맙니다. 오호 통재라…….


사진 설명 :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구조라초등학교의 폐교된 교정에 꽃을 피운 매화나무.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겨울에 은근히 그리운 것 중 하나가 봄꽃입니다. 봄꽃 중에서도 매화는 향기로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꽃입니다. 매화는 치자와 장미처럼 짙은 향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한 번 맡아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그윽한 향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죠. 겨우내 내린 눈이 미처 녹기도 전에 매화향기를 좇아 깊은 산골로 향했을 옛 선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만 한 향기입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옛 선비들 흉내를 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구조라초등학교의 폐교된 교정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나이 든 매화나무 세 그루가 있거든요. 3월이면 늦습니다. 이 어르신들은 2월 초부터 중순께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까요. 겨울이 채 가시기도 전에 폐교의 고즈넉한 교정에 꽃을 가득 피운 매화나무를 바라보며 향을 맡고 있노라면 이곳이 속세인지 선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럴 때엔 브라이언 크레인의 피아노 연주곡 ‘심플 라이프(http://youtu.be/3ar__ocfsJY)’의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선율이 절로 떠오릅니다.

공사가 다망하다보니 그리워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것이 꽃이지요. 또한 친해지고 싶어도 얼굴을 몰라 만나고도 지나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기자가 ‘식물왕 정진영’이란 도발적인(?) 이름의 기획으로 직접 촬영한 꽃들과 여러분들 사이에서 중매를 서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