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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2. 동지섣달에 피는 봄의 전령사 ‘납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2. 5.

나무에서 피는 꽃들 중에 납매보다 부지런한 녀석은 드물지.

아... 납매향을 맡고 싶다...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수목원에서 촬영한 납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4일은 24절기(節氣) 중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이 시작하는 날인 입춘(立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주명리학은 새해의 기점을 입춘으로 본다는 사실 말입니다. 


사주명리학은 태양의 위치 변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1년을 360일로 기준으로 하는 절기력을 사용한다는군요. 일부에선 동지(冬至)를 새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지만, 점집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개 입춘 이후부터입니다. 그렇다면 새해 첫 달부터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낙심하기보다, 이제부터 진짜 새해의 시작이라는 자세로 마음을 다잡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절기가 몸으로 느끼는 계절을 앞서듯, 몇몇 꽃들은 봄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리 봄을 재촉합니다. 납매는 그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한 녀석이죠. 음력 섣달(12월)인 납월(臘月)에 핀다고 해 납매(臘梅)라고 부른다죠. 그래서 별명도 ‘섣달에 피는 매화’입니다. 납매는 나무에서 피는 꽃들 중에선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편입니다. 꽃의 크기가 앙증맞지만, 향기는 꽃의 크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짙고 그윽합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피어나 향기를 흩뿌리는 작고 노란 잎은 그 자체로 움츠러든 사람들의 마음을 녹입니다. 겨우내 무채색으로 뒤덮였던 세상을 깨우는 원색이 새삼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올해는 쌍춘년(雙春年)이라죠. 음력으로 계산한 한해에 입춘이 두 번째에 오는 해를 쌍춘년이라고 합니다. 2014년 음력 달력은 양력으로 2014년 1월 31일부터 2015년 2월 19일까지 입니다.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 사이에 윤달이 끼어있었거든요. 따라서 2014년 음력 달력에는 입춘이 두 번(2014년 2월 4일ㆍ2015년 2월 4일) 있습니다. 예로부터 쌍춘년에 결혼하면 길하다는 말이 전해오죠. 사주명리학에 따르면 입춘을 음양의 교류가 완벽하게 이뤄지기 시작해 세상의 순환이 잘 되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합니다. 그 좋은 입춘이 두 번이나 들어오니 좋은 것이 배가 된다는 설명이죠. 올해엔 모두 사랑을 하시죠. 저 작지만 아름다운 납매처럼 향기롭게.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