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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6. 전자음악은 댄스음악이 아니라니까요?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2. 18.

고향으로 내려가기 직전이지만 쓸 기사는 쓰고 내려가야지.

앞으로는 '살짜기 추천 앨범'이란 이름으로 조금 아쉬웠지만 좋았던 앨범들을 추가로 짧게 소개할 생각이다.

결혼할 사람과 내려가는 첫 설... 은근히 부담되는군..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전기흐른 정규 1집 ‘우리는 밤에 산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이돌들의 음악은 이른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EDM)입니다. 이는 일렉트로닉을 표방하는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장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매우 획일적인 이유입니다. 대중과 반대편에 선 일렉트로닉 음악 마니아들은 소리의 한계가 없는 전자음의 특성을 활용한 실험적인 음악에 주목합니다. 한 장르를 두고 이처럼 극단적으로 시선이 갈리는 음악도 아마 드물 듯합니다. 전기흐른은 이런 양극단에서 벗어나 전자음을 활용한 팝을 들려주는 밴드입니다. 이번 앨범은 전기흐른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죠.

전기흐른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복고적인 사운드로 ‘팝’을 들려주는 밴드입니다. 몽환적인 색채의 전자음이 앨범의 전면에 흐르지만 결코 멜로디를 놓치지 않습니다. 일렉트로닉 뮤지션들 대다수가 멜로디보다는 리듬과 사운드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또한 노래를 부르는 고정 멤버의 존재는 팝을 지향하는 전기흐른의 음악적 태도를 분명하게 만듭니다. 이는 전기흐른을 단순하게 일렉트로닉 뮤지션보다 신스팝 뮤지션으로 부르는 게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DM도 아니고 흥겨운 음악도 아니지만 ‘우리는 밤에 산다’ 등 몇몇 곡에선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군요. 
전기흐른은 다음 달 14일 오후 7시 서울 합정동 복합문화 공간 무대륙에서 앨범 쇼케이스를 벌입니다. 밴드 로큰롤라디오와 에고펑션에러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 러브엑스테레오(Love X Stereo) 미니앨범 ‘위 러브 위 리브 파트 1(WeLove We LeavePart 1)’= 신비롭고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와 이를 이끄는 청량한 보컬. 지난 2011년에 결성된 러브엑스테레오는 90년대를 풍미한 얼터너티브 록, 펑크의 감성에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다채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더해 복고적인 정서를 살리면서도 결코 세련미를 잃지 않는 독특한 색채의 음악을 선보여 왔죠. 조금은 낯설었던 러브엑스테레오의 음악은 CMJ 뮤직 마라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뮤직 매터스(Music Matters)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습니다. 러브엑스테레오 역시 한국 인디 신의 본거지인 홍대앞이라는 장소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고요. 그런데 음악적 역량이 어디 가겠습니까. 러브엑스테레오는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신인 발굴 프로젝트 ‘K-루키즈’ 파이널 공연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국내 무대에서도 익숙한 얼굴이 됐습니다.

이번 앨범은 러브엑스테레오가 약 2년의 공백을 깨고 발표하는 신보입니다. 정규 앨범을 기다려 온 팬들이라면 수록곡 7곡 중 5곡이 구면이란 사실이 아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러브엑스테레오의 라이브는 같은 곡을 연주해도 매번 미묘하게 모습이 달라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죠? ‘플라이 오버(Fly Over)’ ‘Soul City(솔 시티)’ 등 익숙한 곡들도 다시 한 번 손길이 닿으니 새롭게 느껴집니다. 넘치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모습도 멋지지만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을 세련시켜 더욱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태도도 장인정신의 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아 매력적입니다. 타이틀곡인 ‘마이 애니웨어(My Anywhere)’와 ‘위 러브 위 리브(We Love We Leave)’ 등 신곡도 나중에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되는군요.



※ 살짜기 추천 앨범

▶ 권우유와 위대한항해 정규 1집 ‘권우유와 위대한항해’= 투박한 음악과 진솔한 가사가 매력 포인트. 막걸리를 닮은 텁텁함은 다른 계절이었다면 더 맛있었을 텐데…….

▶ 지비소울(GB Soul) 정규 1집 ‘브레스 포 라이프(Breath 4 Life)’=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멋진 사운드. 완전한 신곡과 신보였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 아진(Azin) 미니앨범 ‘데벨로페(Developpe)’= 파스텔뮤직의 매력적인 신인. 조금 더 과감한 보컬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주면 참 좋았을 텐데…….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