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두번째달 정규 2집 대박!
앞으로 여기저기 예능 프로그램과 다큐 배경음악으로 단골로 등장할 곡이 수두룩하다.
조동희의 미니앨범과 크랜필드의 미니앨범도 참 좋았다.
정규앨범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7. 그동안 뭐하고 지내다가 이제야 나타났니?
기사입력 2015-03-04 14:33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두번째달 정규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하루에도 수많은 신곡들이 쏟아지는 정신없는 세상에 밴드 두번째달의 행보는 느긋하기만 합니다. 무려 10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표하다니 말입니다. 10년 전 데뷔 앨범 ‘세컨드 문(2nd Moon)’으로 음악 판을 뒤집어 놓고 기약 없이 기다리게 만들더니, 잊어버린 지 한참 지나서야 멋쩍은 인사를 전하는군요.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두번째달이 다양한 악기로 쏟아내는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선율의 매력은 설렘이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데뷔 앨범은 매 트랙마다 음악으로 다른 세상을 펼쳐 놓았던 역작이었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국적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 모를 어딘가를 여행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만든 작품이었다고 표현한다면 과장일까요? 말 그대로 ‘월드뮤직’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을 친근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연주하는 밴드라는 정체성은 여전합니다. 남인도 지역의 구음 장단이라는 ‘콘나콜’을 퓨전재즈 풍의 연주와 결합한 곡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가 결코 낯설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죠. ‘달이 피었네’로 시작해 연속으로 이어지는 ‘가라앉는 섬’ ‘똑바로 걷기’ ‘달리는 비행기’는 두번째달 특유의 여정을 엿보는 듯한 두근거림을 선사합니다.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간 원년 멤버 린다 컬린(LyndaCullen)이 직접 만들어 보내온 곡 ‘페이퍼 보트(Paper Boat)’는 오랜 만의 새 앨범만큼이나 반가운 선물입니다.
하지만 변화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앨범의 알파와 오메가 트랙인 ‘구슬은 이미 던져 졌다’와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의 넘치는 흥은 과거 두번째달의 음악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죠. 강산이 한 번 변해서야 다시 돌아온 두번째달은 여기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도 품은 듯 슬그머니 음악에 우리 소리를 더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원형 그대로 차용해 소리꾼 이봉근과 협업한 곡 ‘사랑가’이죠.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두번째달은 앨범을 감상하는 일보다 공연을 보는 일이 더 즐거운 밴드입니다. 오는 12ㆍ13ㆍ19일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두번째달의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는군요.
이번 앨범은 ‘다섯 개의 사랑 이야기’라는 타이틀처럼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을 가진 다섯 곡을 품고 있습니다. 몽환적인 소리의 공간 속에서 어린 시절의 사랑을 돌아보는 ‘구름’, 월드뮤직 풍의 밝은 사운드로 인류애와 희망을 노래하는 ‘검은 아이’, 자기희생적인 사랑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는 ‘잘 한 일일까’, 사랑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위로를 담은 ‘나를 만나러’ 등 곡마다 개성이 뚜렷해 듣는 재미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사와 목소리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은 간소하나 모자라지 않은 편곡입니다. 더 클래식의 박용준이 편곡을 맡은 ‘구름’과 ‘잘한 일일까’에서 이 같은 특징이 도드라집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또한 ‘구름’에서 고요를 깨우는 스위스 악기 핸드팬(Handpan)의 낯선 울림과 ‘나를 만나러’에서 목소리 위에 부유하는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Sitar) 연주에선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조동희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은 가사입니다. 조동희는 싱어송라이터 이전에 작사가로 유명세를 날렸습니다. 장필순의 대표곡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가사는 조동희의 작품이었죠. ‘구름’의 “구름처럼 너의 얼굴은 저 하늘 위에 가득 차오고”, ‘잘한 일일까’의 “뒤돌아 있는 너를 사랑하는 것 나 잘한 일일까”와 같은 가사는 쉽게 다음 트랙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 크랜필드 미니앨범 ’파란 그림’=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14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수상,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뮤지션 지원 프로젝트 ‘2014 K-루키즈’ 선정. 이 같은 경력이 대변해주듯 크랜필드는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신인밴드 중 하나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팝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 영롱한 사운드는 마치 동화 같은 소리의 풍경을 연출했죠. 이는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들어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소리였습니다. 크랜필드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수순이었죠.
이 앨범에는 담긴 음악은 파란 색조로 가득 찬 재킷을 많이 닮았습니다. 전작보다 편성을 확장한 악기들이 쏟아내는 청량한 소리들은 재킷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절로 파란색을 떠올리게 만드니까요. 게다가 ‘파랗네’ ‘코발트’ ‘파랑새’와 같은 수록곡의 제목부터 “숨이 멎은 파란 별 위에”(파이로)와 “하늘이 핑 도네. 내 작은 배 위에”(표류기) 같은 가사까지 모두 파란색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죠.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충실한 콘셉트 앨범(수록곡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채운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정규작이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전작에 비해 프로듀싱이 일관성 있게 잘 이뤄져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징검다리로 손색없는 작품입니다. 1집에 비해 조금 더 다채로워진 멜로디와 상대적으로 잘 빠진 사운드는 2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요.
크랜필드는 오는 4월 5일 서울 서교동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합니다. 앨범 발매 후 1달 이상 흘러 관객들이 수록곡을 숙지했을만한 시점에 마련되는 쇼케이스인만큼 알찬 자리가 되겠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안녕하신가영 정규 1집 ‘순간의 순간’= 맑은 목소리 뒤에 감춰진, 일상과 관계를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
▶ 신현희와김루트 미니앨범 ‘신현희와김루트’= 귀엽고 명랑해 보이지만 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있는 것 같아.
▶ 신화 정규 12집 ‘위(We)’= 데뷔 17년차 아이돌. 기본 이상의 앨범을 꾸준히 내주는 자체가 고맙다.
▶ 만쥬한봉지 정규 1집 ‘밤마실’= 들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뽕끼와 익살의 매력.
123@heraldcorp.com
두번째달이 다양한 악기로 쏟아내는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선율의 매력은 설렘이었습니다. 두번째달의 데뷔 앨범은 매 트랙마다 음악으로 다른 세상을 펼쳐 놓았던 역작이었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국적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 모를 어딘가를 여행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만든 작품이었다고 표현한다면 과장일까요? 말 그대로 ‘월드뮤직’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을 친근한 방식으로 재해석해 연주하는 밴드라는 정체성은 여전합니다. 남인도 지역의 구음 장단이라는 ‘콘나콜’을 퓨전재즈 풍의 연주와 결합한 곡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가 결코 낯설게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죠. ‘달이 피었네’로 시작해 연속으로 이어지는 ‘가라앉는 섬’ ‘똑바로 걷기’ ‘달리는 비행기’는 두번째달 특유의 여정을 엿보는 듯한 두근거림을 선사합니다.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간 원년 멤버 린다 컬린(LyndaCullen)이 직접 만들어 보내온 곡 ‘페이퍼 보트(Paper Boat)’는 오랜 만의 새 앨범만큼이나 반가운 선물입니다.
하지만 변화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앨범의 알파와 오메가 트랙인 ‘구슬은 이미 던져 졌다’와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의 넘치는 흥은 과거 두번째달의 음악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죠. 강산이 한 번 변해서야 다시 돌아온 두번째달은 여기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도 품은 듯 슬그머니 음악에 우리 소리를 더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원형 그대로 차용해 소리꾼 이봉근과 협업한 곡 ‘사랑가’이죠.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두번째달은 앨범을 감상하는 일보다 공연을 보는 일이 더 즐거운 밴드입니다. 오는 12ㆍ13ㆍ19일 서울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두번째달의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는군요.
이번 앨범은 ‘다섯 개의 사랑 이야기’라는 타이틀처럼 서로 같은 듯 다른 모습을 가진 다섯 곡을 품고 있습니다. 몽환적인 소리의 공간 속에서 어린 시절의 사랑을 돌아보는 ‘구름’, 월드뮤직 풍의 밝은 사운드로 인류애와 희망을 노래하는 ‘검은 아이’, 자기희생적인 사랑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는 ‘잘 한 일일까’, 사랑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란 위로를 담은 ‘나를 만나러’ 등 곡마다 개성이 뚜렷해 듣는 재미가 만만치 않습니다. 가사와 목소리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것은 간소하나 모자라지 않은 편곡입니다. 더 클래식의 박용준이 편곡을 맡은 ‘구름’과 ‘잘한 일일까’에서 이 같은 특징이 도드라집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또한 ‘구름’에서 고요를 깨우는 스위스 악기 핸드팬(Handpan)의 낯선 울림과 ‘나를 만나러’에서 목소리 위에 부유하는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Sitar) 연주에선 익숙함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조동희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앨범의 또 다른 매력은 가사입니다. 조동희는 싱어송라이터 이전에 작사가로 유명세를 날렸습니다. 장필순의 대표곡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의 쓸쓸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가사는 조동희의 작품이었죠. ‘구름’의 “구름처럼 너의 얼굴은 저 하늘 위에 가득 차오고”, ‘잘한 일일까’의 “뒤돌아 있는 너를 사랑하는 것 나 잘한 일일까”와 같은 가사는 쉽게 다음 트랙으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 크랜필드 미니앨범 ’파란 그림’=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14 올해의 헬로루키’ 대상 수상,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인뮤지션 지원 프로젝트 ‘2014 K-루키즈’ 선정. 이 같은 경력이 대변해주듯 크랜필드는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신인밴드 중 하나입니다. 몽환적이면서도 팝의 감각을 놓치지 않는 영롱한 사운드는 마치 동화 같은 소리의 풍경을 연출했죠. 이는 이전의 한국 대중음악계에선 들어보기 어려웠던 신선한 소리였습니다. 크랜필드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수순이었죠.
이 앨범에는 담긴 음악은 파란 색조로 가득 찬 재킷을 많이 닮았습니다. 전작보다 편성을 확장한 악기들이 쏟아내는 청량한 소리들은 재킷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절로 파란색을 떠올리게 만드니까요. 게다가 ‘파랗네’ ‘코발트’ ‘파랑새’와 같은 수록곡의 제목부터 “숨이 멎은 파란 별 위에”(파이로)와 “하늘이 핑 도네. 내 작은 배 위에”(표류기) 같은 가사까지 모두 파란색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죠.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충실한 콘셉트 앨범(수록곡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서 채운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정규작이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전작에 비해 프로듀싱이 일관성 있게 잘 이뤄져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징검다리로 손색없는 작품입니다. 1집에 비해 조금 더 다채로워진 멜로디와 상대적으로 잘 빠진 사운드는 2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요.
크랜필드는 오는 4월 5일 서울 서교동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합니다. 앨범 발매 후 1달 이상 흘러 관객들이 수록곡을 숙지했을만한 시점에 마련되는 쇼케이스인만큼 알찬 자리가 되겠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안녕하신가영 정규 1집 ‘순간의 순간’= 맑은 목소리 뒤에 감춰진, 일상과 관계를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
▶ 신현희와김루트 미니앨범 ‘신현희와김루트’= 귀엽고 명랑해 보이지만 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있는 것 같아.
▶ 신화 정규 12집 ‘위(We)’= 데뷔 17년차 아이돌. 기본 이상의 앨범을 꾸준히 내주는 자체가 고맙다.
▶ 만쥬한봉지 정규 1집 ‘밤마실’= 들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뽕끼와 익살의 매력.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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