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팡이 옴니버스 ‘강의 노래’... 그래 이게 바로 뮤지션이고 음악이고 또 앨범이지...
아직도 이렇게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중음악계에 참 복된 일이다.
더불어 얼스바운드는 생각지도 못한 카운터 펀치였다. 멋진 앨범이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8. 푸른곰팡이 옴니버스 ‘강의 노래’ 外
기사입력 2015-03-11 13:02
푸른곰팡이는 과거 하나음악 출신 뮤지션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레이블입니다. 푸른곰팡이의 전신인 하나음악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대부 조동진이 90년대에 이끌었던 음악 공동체로 한동준, 김광민, 조규찬, 낯선사람들, 장필순, 이규호 등 걸출한 뮤지션들이 이 곳을 통해 앨범을 내놓은 바 있죠.
하나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긴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하나옴니버스’ 앨범입니다. 하나음악은 ‘하나옴니버스’라는 이름으로 ‘겨울’, ‘바다’, ‘꿈’ 등 각각의 주제에 따라 꾸준히 편집 앨범을 내놓으며 이다오, 루시드폴 등 다양한 뮤지션들을 소개해왔죠. 하나음악을 터전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는 뮤지션들이 함께 만든 이 앨범은 저마다 개성적인 곡들을 수록하고 있었지만, 꼭집어 설명하기 어려운 일관적인 정서가 앨범을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개성을 하나로 묶는 이 독특한 정서가 바로 하나음악의 특징이었죠. 넘쳐나는 편집 앨범들 사이에서 ‘하나옴니버스’가 빛났던 이유일 겁니다.
‘강의 노래’는 지난 2002년 경제적 문제로 하나음악이 문을 닫으면서 중단된 ‘하나옴니버스’의 명맥을 잇는 앨범입니다. 이번 앨범의 주제는 ‘강’입니다. 조동진이 직접 나서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을 지휘했죠.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내용물 역시 풍성합니다. 이번 앨범에는 조동진이 18년 만에 발표하는 신곡 ‘강의 노래’를 비롯해 14년 만에 노래를 부른 조동익의 ‘오래된 슬픔 건너’, 20년 만에 함께 한 하나음악 초창기 멤버인 정원영과 이무하의 ‘새는 걸어간다’와 ‘돛’, ‘장필순’의 ‘엄마야 누나야’, 이규호(Kyo)의 ‘시냇물’, 조동희 ‘유리강’, 박용준 ‘지수리’, 이경의 ‘봄날의 따뜻한 강’, 고찬용의 ‘그 강을 따라가겠지’, 소히의 ‘그 마음(O Corao)’, 송용창의 ‘비행’, 오소영의 ‘흐르는 물’, 한동준의 ‘당신은 그렇게 흘러’, 푸른곰팡이의 신예 새의전부의 ‘너와 나’ 등 15곡이 2장의 CD에 담겨 있습니다. 각 수록곡들의 개성은 뚜렷하지만 ‘강’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엮여 유장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옴니버스가 그저 여러 곡을 한 곳에 담아내는 앨범이 아니란 사실을 ‘강의 노래’는 잘 보여주고 있죠.
앨범의 타이틀곡 ‘강의 노래’의 “고여 드는 마음의 강물/우리 이제 다시 흐르니/돌아오는 새들의 행렬/저 먼 종소리”와 같은 가사 앞에선 단순한 감동을 느끼는 차원을 넘어 숙연해집니다. 앨범의 모든 곡이 흘러간 뒤에도 두 귀에는 마치 아직도 강이 흐르는 듯 깊은 여운이 남는군요.
▶ 얼스바운드(Earthbound) 정규 1집 ‘행오버(Hangover)’= 복고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사운드, 록 특유의 강렬함을 표출하다가도 복잡 미묘한 재즈의 감성을 절묘하게 오가는 연주……. 이 앨범은 한 가지 표현으로 설명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기자의 누추한 설명 대신 앨범의 보도자료에 실린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기타리스트 김종진의 표현을 소개하는 쪽이 앨범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인 듯합니다.
“첫 곡부터 압도적이다. 70년대 초반의 음악성에 현대적 테크놀로지가 더해진 데다, 매우 펑키하고 록킹하기까지 하다. 정서적인 합과 몽환적인 비행이 놀라울 정도로 독특하고 매력적인 밴드의 등장!”
다소 낯 뜨거운 표현이지만, 앨범을 모두 듣고 나면 이 같은 표현이 결코 과하진 않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만큼 이 앨범에 담긴 음악은 개성적이고 때로는 압도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얼스바운드의 음악적 특징을 이해하려면 우선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봐야 겠죠. 얼스바운드는 김각성(기타ㆍ보컬), 김영(베이스), 박성국(드럼)으로 이뤄진 3인조 밴드로 지난 2013년 12월에 결성됐습니다. 멤버들의 공통점은 모두 서울 재즈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록에 재즈의 감성을 더한 얼스바운드의 사운드는 이 같은 멤버들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이겠군요. 거칠면서도 블루지한 기타 연주는 다채로운 리듬 연주와 충돌과 어울림을 반복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 같은 사운드가 선사하는 듣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연주 앨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기 드물게 연주의 탁월함이 귀를 즐겁게 자극하는 앨범입니다. 또한 ‘서서히 끝나는 노래’ ‘하이 데어(Hi There)’ 같은 곡들의 팝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멜로디는 밴드의 유연한 부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얼스바운드는 오는 28일 서울 홍대 클럽 ‘빵’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인다는군요. 다시 들어봐도 클럽에서 맥주 한 잔과 잘 어울리는 사운드입니다.
※ 살짝 추천 앨범
▶ 박강수 정규 7집 ‘나비’= 청자를 무장해제 시키는 맑고 편안한 감성의 정통 포크. 그동안 포크에서 파생된 ‘모던 포크’ ‘인디 포크’에 조금 물렸다 싶으면 최적의 선택. 올 봄의 배경음악으로 제격. 현악 세션이 왈츠 리듬과 어우러져 화사한 봄을 묘사하는 ‘나비’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절절한 심정을 간결한 편곡과 청아한 목소리로 표현한 ‘팽목항’은 빼놓지 말아야 할 곡.
▶ 이한철 정규 4집 ‘봄날’= 편안한 포크의 옷으로 갈아입은 이한철의 음악도 낭만적이고 설렌다.
▶ 스트레이(The Stray) 미니앨범 ‘피버(FEVER)’= 깔끔하고 세련된 연주와 짙고 끈적끈적한 보컬의 오묘한 조화.
▶ 이나 정규 1집 ‘폴 인 러브 위드 보사노바(Fall In Love With BossaNova)’= 보사노바 리듬을 굳이 상기하지 않아도 듣기 좋은 편안한 팝.
▶ 샤넌 미니앨범 ‘에이틴(Eighteen)’= 평범한 곡에서도 가창력은 반짝반짝. 과도하게 소속사에 의해 소비되지 않기를…….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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