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애매한 앨범이 넘친 주였다고 생각하는데, 그중 강허달림 앨범이 있어 참 다행이었다.
이 앨범 없었으면 쓸 게 없어서 이번 주 기사를 제쳤을지도 모른다.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끈적끈적하고 깊은 목소리와 모든 곡이 신곡처럼 들리는 기묘한 경험.
정말 멋진 앨범이 탄생했다.
팬심이 개입돼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0. 강허달림 ‘비욘드 더 블루스’ 外
강허달림은 사실 블루스라는 장르의 테두리에 묶여있는 가수가 아닙니다. 그는 밴드 신촌블루스의 보컬 출신이긴 하지만 정규 1집 ‘기다림, 설레임’(2008), 2집 ‘넌 나의 바다’(2011)의 수록곡 중 사실 블루스라고 부를만한 곡은 많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강허달림을 ‘블루스 디바’로 부르는 이유는 블루스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독특한 목소리 때문일 겁니다.
리메이크 앨범은 매우 흔합니다. 그러나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ㆍ2와 조관우 정규 2집 ‘메모리(Memory)’ 정도를 제외하면 단순한 다시 부르기 차원을 넘어섰던 리메이크 앨범을 떠올리기 쉽지 않군요. ‘비욘드 더 블루스’는 선곡부터 남다릅니다.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처럼 유명한 곡도 있지만 송창식 ‘이슬비’와 ‘밤눈’, 윤명훈의 ‘어떤 하루’, 숙자매의 ‘열아홉 살이에요’, 고(故) 채수영의 ‘이젠 한마디 해 볼까’, 최백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등 대부분의 수록곡들이 대중에게 낯선 편입니다. 특히 ‘기슭으로 가는 배’는 다소 난해한 포크 음악으로 유명한 김두수의 곡을 처음으로 리메이크한 사례여서 눈에 띕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블루스로 꼽을 수 있는 곡은 ‘외로운 사람들’ ‘이젠 한마디 해 볼까’ ‘어떤 하루’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곡들이 새로운 곡으로 들리고 또 블루스로 들립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강허달림의 목소리이겠죠. 앨범을 모두 듣고 나면 ‘블루스를 넘어서’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의 타이틀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흔한 리메이크를 흔치 않게 만드는 목소리의 힘이 돋보이는 앨범입니다. 베이시스트 서영도가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을 맡고, 블루스 기타리스트 찰리 정과 피아니스트 민경인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것도 이번 앨범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 살짝 추천 앨범
▶ 레드벨벳 미니앨범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외모도 노래도 빠지는 것 하나 없는 레드벨벳에게 부족했던 존재감을 채워주는 좋은 음악들. 각설하고 ‘오토매틱(Automatic)’은 정말 고혹적이고 또 멋진 곡 아닌가?
▶ 피타입 정규 4집 ‘스트리트 포이트리(Street Poetry)’= 진지한 자기 성찰과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시를 닮은 랩. 특히 자신을 온전히 랩에 동화시킨 마지막 트랙 ‘Vice Versa’이 압권.
▶ MFBTY 정규 1집 ‘원다랜드(WondaLand)’= 다채로운 음악의 조합과 물량 공세의 즐거움. 중견 래퍼들이 들려주는 음악이 ‘언프리티랩스타’보다 신선하게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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