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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3.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 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4. 15.

누가 뭐래도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이 잘 빠진 팝 앨범이란 사실을 부인할 순 없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있겠지. 13년 만의 정규작인데.

하지만 우리가 이문세에게 기대하는 것이 실험은 아니지 않나?

듣기에는 편하지만 대단히 많은 고민을 했음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3.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 외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이문세 정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새로운 방향’이란 의미를 가진 앨범 타이틀 ‘뉴 디렉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무려 13년 만의 정규 앨범이니 달라도 많이 달라야 한다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대중이 이문세에게 기대하는 것은 ‘가왕’ 조용필 같은 실험이 아니잖아요. 누구보다도 이문세의 고민이 깊었을 것입니다. 이문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그 고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마도 “변화하되 낯설어선 안 된다”가 아니었을까요? 이문세는 극적인 변화를 주는 대신 장르와 세대에 구애를 받지 않는 탄탄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문세의 새 앨범을 향한 가장 큰 우려는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부재였습니다. 이문세는 그 부재를 김광민, 노영심, 조규찬, 강현민, 김미은, 송용창, 뉴 아더스, 유해인, 조영화 등 세대를 아우르는 실력파 뮤지션들로 채웠습니다. 앨범 타이틀 ‘뉴 디렉션’은 고인과 함께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어느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르겠군요. 

대놓고 ‘봄의 캐럴’ 자리를 노린 ‘봄바람’을 비롯해 슈퍼주니어의 규현과 함께한 발라드 ‘그녀가 온다’, 보사노바 리듬에 실린 기타 연주와 브라스가 흥겨운 ‘그대 내 사람이죠’, 잔잔한 재즈 선율을 메이저 코드로 짚어나가는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와 마이너 코드로 흘려보내는 ‘무대’ 등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모두 “잘 만들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여기에 힐러리 더프(Hilary Duff), 나탈리 콜(Natalie Cole), 스티브 페리(Steve Perry)와 작업했던 드러머 러스 밀러(Russ Miller), 본 조비(Bon Jovi),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마돈나(Madonna),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엘튼 존(Elton John)과 호흡을 맞췄던 기타리스트 팀 피어스(Tim Pierce), 퍼커션 연주자 루이스 콘테(Luis Conte) 등 정상급 해외 연주자들이 세션으로 참여했으니 듣는 즐거움이 배가되죠.


거두절미하고 이 앨범은 매우 잘 빠진 팝 앨범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이 이문세를 잘 모르는 세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훅’을 가지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앨범의 음악적 문법은 현재에 가깝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이문세가 늘 그래왔듯이 과거를 지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녀가 온다’의 “뒷모습이 가을 같다며/안아 주고프다던 너/백 년 만에 찾아온 사랑/놓치지 않을 거야”와 같은 가사에 담긴 복고적인 정서는 아이돌과 함께 불렀다는 것만으로 지울 수 없는 성질의 것이죠. “열일곱 그때 그대는 어디 있었죠/스물셋 그때 그대는 누구와 달빛을 거닐었나요”라고 묻는 ‘그대 내 사람이죠’는 말할 것도 없죠. 이문세는 억지로 젊은 척을 하지 않습니다. 이 앨범이 그려내는 이문세의 이미지는 ‘수트빨’을 잘 받는 멋진 중년입니다. 그동안 지켜온 것들을 유지하면서 은근하게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앨범 곳곳에서 엿보이는데, 적어도 현재까지 차트 성적을 보면 이렇게 요약해도 될듯합니다. 미중년, 로맨틱, 성공적.

돌이켜보면 이문세는 4집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처럼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의미심장한 곡을 두곤 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음악적으로나 가사 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마지막 트랙 ‘뉴 디렉션’이 아닐까요? 청량한 모던록 사운드와 그 위에 실린 “손에 꼭 움켜쥐고 보낼 줄 몰랐었던/끝없는 이유들 이젠 내려놓는다/내가 가졌다 믿었던 모든 것들 자유를 외친다”와 같은 가사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로군요. 다음 앨범이 나올 때까지 공백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살짝 추천 앨범

▶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5= 크라잉넛 한경록, 김일두, 최고은, 김마스타 등등. 다방이라는 공간 하나만으로 이렇게 다채로운 뮤지션들이 개성적인 음악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즐거운 앨범!

▶ 태히언 정규 1집 ‘행후감’=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으로도 여행을 다니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낌 수 있다니. 여행을 떠날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BGM으로 챙길 앨범.

▶ 피아 정규 6집 ‘피아(Pia)= 선공개곡 ‘스톰 이즈 커밍(Storm is Coming)’을 무게감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전작에 비해선 만족할만한 사운드.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