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 동안 촬영한 꽃들의 종류는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하면 4년 이상 쓸 만큼 많다.
그런데 연재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종류가 많지 않음을 느낀다.
내가 기사로 주로 쓰는 꽃은 주변에서 이맘 때 흔히 볼 수 있으나 이름은 낯선 꽃이다.
추려내니 이런 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놀라고 있다. 그동안 꽃을 많이 촬영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얼마 전 준면 씨와 전주한옥마을에 다녀왔는데, 고속도로 주변 곳곳에 피어난 금계국을 봤다. 고민해결!
<식물왕 정진영> 19. 보기만 해도 상쾌한 여름의 코스모스 ‘금계국’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여름은 선명한 색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계절입니다. 강렬한 여름 햇살은 세상의 채도(彩度)를 높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농담(濃淡)을 절묘하게 조절한 연두색이 만 가지 색으로 빛나던 봄의 신록은 여름 햇살을 맞아 짙게 그을린 초록으로 수렴합니다. 여름 햇살을 머금은 하늘과 바다는 사계절 중에서 가장 푸르게 빛나죠.
들꽃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봄의 들꽃은 다채로우면서도 여린 파스텔 톤의 빛깔로 피어나지만, 따가운 햇살과 맞서 피어나는 여름 들꽃은 선명한 색채를 뽐냅니다.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봄의 들꽃과는 달리 원색으로 빛나는 여름 들꽃은 상대적으로 쉽게 눈에 띄는 편이죠. 이맘 때 피어나 가을 직전까지 햇살이 내리쬐는 길가를 샛노란 색으로 채우는 금계국(金鷄菊)은 여름을 알리는 대표적인 들꽃입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 동춘당공원에서 촬영한 금계국.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금계국은 계절을 사이에 두고 피어나는 코스모스와 여러모로 비슷합니다. 둘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로 서로 친척 사이입니다. 색깔은 서로 다르지만 꽃의 크기와 모양은 비슷하죠. 원산지 또한 서로 멀지 않아 금계국은 북아메리카이고 코스모스는 멕시코입니다. 여름의 끝에서 다가오는 가을을 가늠하게 만드는 코스모스처럼, 금계국은 봄의 끝에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전합니다. 햇살이 강하게 쏟아지는 다소 척박한 땅에 군락을 이뤄 뿌리를 내리는 생태도 서로의 공통점이죠. 그래서 금계국은 ‘여름의 코스모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금계국 특유의 샛노란 색에는 보는 이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들뜬 기분의 이유는 아마도 금계국이 휴가철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주변에서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일 겁니다. 금계국은 자라는 데 있어 성질이 까다롭지 않고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도로 조경에 탁월한 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리는 샛노란 물결. 햇살이 두터워 질수록 금계국의 샛노란 색은 더욱 짙어집니다. 먼길을 떠나는 여행객들에게 이만한 눈 호강과 여독을 풀어주는 피로회복제도 드물 겁니다. 금계국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입니다.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금계국의 매력을 드러내는 꽃말을 찾긴 어려울 것 같군요.
전북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에서 촬영한 금계국.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꽃잎의 모양이 관상조류인 금계(金鷄)의 노란 벼슬과 닮아 금계국이라지만, 왠지 입에는 잘 붙지 않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금계국은 매년 여름이면 코스모스만큼 흔한 꽃입니다. 금계국은 고속도로 주변뿐만 아니라 하천 뚝방길, 공터, 화단, 골목 등 도시 곳곳의 빈자리에서 지천으로 피어나 우리의 주변을 물들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일이 각별하게 느껴지듯, 통성명을 나눈 꽃은 매년 그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겁니다. 매년 기다리고 그리워 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니 말입니다.
123@heraldcorp.com
'식물왕 정진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왕 정진영-특별편> 믿음의 면역력은 ‘산삼’보다 강하다 (0) | 2015.06.11 |
---|---|
<식물왕 정진영> 20. ‘국민잡초’ 개망초는 포기하는 법이 없다 (0) | 2015.06.04 |
<식물왕 정진영> 18. 울고 싶을 땐 ‘찔레꽃’을 따라 울어요 (0) | 2015.05.21 |
<식물왕 정진영> 17. 쓴맛에 감춰진 소박한 아름다움 ‘씀바귀’ (0) | 2015.05.14 |
<식물왕 정진영> 16. 보기만 해도 배가 절로 부르는 ‘이팝나무’ (0) | 201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