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반가움이 앞선다.
이들이 이렇게 다시 뭉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결과물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앨범을 다소 급하게 만든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규앨범을 기대한다.
이 인터뷰는 오는 6월 15일자 헤럴드경제 29면 톱에도 실린다.
(인터뷰) 삐삐밴드 “왜 다시 모였냐고? 재미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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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 1995년 삐삐밴드의 등장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과 아무렇게나 주워 입은 듯한 트레이닝 복, 여기에 전위적인 음악까지. 당대의 사회 질서와 문화 시스템에 정면으로 맞섰던 삐삐밴드의 무대는 지금 봐도 파격적일 정도로 시대를 앞서 있었다. 한국의 인디 신이 본격으로 형성되기 전에 등장했던 이 돌연변이는 오늘날 인디 문화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삐삐밴드의 무대를 다시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음악 마니아들이 적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가요계에 등장했던 삐삐밴드답게 컴백도 갑작스러웠다. 삐삐밴드가 12일 데뷔 20주년 기념 미니앨범 ‘pppb’를 발표하며 돌아온다. 지난 8일 서울 신사동의 한 바에서 삐삐밴드의 멤버 달파란, 박현준, 이윤정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윤정은 “과거 함께 했던 매니저로부터 삐삐밴드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표할 생각이 없느냐는 연락을 받았는데, 당연히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나머지 멤버 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빠른 속도로 앨범 제작이 진행됐다”며 “멤버들 모두 각자 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어 바쁜 상황이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편안했고 작업도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 제작을 제안한 김진석 팝뮤직 대표는 “삐삐밴드가 지난 1996년에 발표한 정규 2집 ‘불가능한 작전’이 불가능으로 끝났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며 “삐삐밴드가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달파란은 전자음악 디제이(DJ)와 영화음악 감독, 박현준은 밴드 모노톤즈, 이윤정은 밴드 EE와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생활하던 이들이 재결합을 결심한 계기는 바로 ‘재미’였다.
이윤정은 “과거에 파격적으로 보여졌던 무대는 연출된 파격이 아니었고, 우리끼리 음악을 할 때 나왔던 자연스러운 퍼포먼스였다”며 “예쁜 목소리 대신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달파란은 “삐삐밴드로 활동한 시간이 짧았고 사고도 많았는데, 지금 다시 함께 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며 “앨범 작업도 예전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현준은 “예전과는 달리 기술의 발달로 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아직도 무언가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삐삐밴드는 지난 1997년 이윤정의 탈퇴 후 고구마를 영입해 삐삐롱스타킹으로 활동하다가 음악 방송에 출연해 대형사고(?)를 일으켜 국민적인 주목을 받았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침을 뱉었던 당시 무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사건이다.
달파란은 "그것을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경직된 사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시 퍼포먼스는 그저 쇼였을 뿐인데 당시 방송국이 얼마나 권위적인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앨범에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소외계층이 느끼는 쓸쓸함과 공허를 표현한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Over And Over)’를 비롯해 최근 싱글로 선공개했던 곡으로 세상이 지긋지긋하다고 도발하는 ‘ㅈㄱㅈㄱ’,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연주와 디스코 풍의 펑키한 기타와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는 ‘아이 필 러브(i feel love)’, 기계처럼 음절을 쪼개 노래하는 독특한 이윤정의 보컬이 인상적인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등 4곡이 수록돼 있다.
20주년 기념 앨범으로 미니앨범의 형태는 가벼운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달파란은 “정규 앨범을 냈다간 21주년이 될 뻔했다”며 “우린 음악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소리가 있으면 바로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새로운 사운드를 곡이고, ‘오버 앤 오버’의 삐삐밴드 답지 않은 부드러운 사운드는 삐삐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곡이 될 것”이라며 “만약 정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실험적이지만 아직 대중에게 소비되지 않은 음악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삐삐밴드는 과거에 활동하며 가장 의미 있었던 일로 '밴드'라는 단어의 정착을 꼽았다.
달파란은 "과거에는 '밴드'라는 단어를 저급하게 취급해 그룹사운드라고 불렀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현재 밴드라는 단어가 제대로 쓰이게 만든데 삐삐밴드가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운드 면에선 과거와 비교해 매우 발전했지만, 음악 면에선 개성이 줄어들고 획일화가 이뤄진 것 같다"며 "대형기획사의 방식을 따라가면 결국 과실은 대형기획사들만 먹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삐삐밴드는 향후 주로 공연을 통해서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삐삐밴드는 록페스티벌 출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윤정은 “삐삐롱스타킹(삐삐밴드의 후신)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고구마와 함께 무대에 서는 미래도 기대하고 있다”며 “재미있는 것들을 멤버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달파란은 “이번 앨범은 일종의 명함이자 애피타이저로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루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며 “약간은 1회성인 재결합이긴 하지만 이번 앨범의 결과에 지속적인 활동 여부가 달려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123@heraldcorp.com
갑작스럽게 가요계에 등장했던 삐삐밴드답게 컴백도 갑작스러웠다. 삐삐밴드가 12일 데뷔 20주년 기념 미니앨범 ‘pppb’를 발표하며 돌아온다. 지난 8일 서울 신사동의 한 바에서 삐삐밴드의 멤버 달파란, 박현준, 이윤정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삐삐밴드가 12일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pppb’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박현준, 이윤정, 달파란. [사진제공=팝뮤직]
이윤정은 “과거 함께 했던 매니저로부터 삐삐밴드 20주년 기념 앨범을 발표할 생각이 없느냐는 연락을 받았는데, 당연히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나머지 멤버 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빠른 속도로 앨범 제작이 진행됐다”며 “멤버들 모두 각자 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어 바쁜 상황이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편안했고 작업도 수월하게 이뤄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 제작을 제안한 김진석 팝뮤직 대표는 “삐삐밴드가 지난 1996년에 발표한 정규 2집 ‘불가능한 작전’이 불가능으로 끝났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다”며 “삐삐밴드가 록페스티벌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달파란은 전자음악 디제이(DJ)와 영화음악 감독, 박현준은 밴드 모노톤즈, 이윤정은 밴드 EE와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생활하던 이들이 재결합을 결심한 계기는 바로 ‘재미’였다.
이윤정은 “과거에 파격적으로 보여졌던 무대는 연출된 파격이 아니었고, 우리끼리 음악을 할 때 나왔던 자연스러운 퍼포먼스였다”며 “예쁜 목소리 대신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달파란은 “삐삐밴드로 활동한 시간이 짧았고 사고도 많았는데, 지금 다시 함께 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며 “앨범 작업도 예전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박현준은 “예전과는 달리 기술의 발달로 다 빠른 속도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아직도 무언가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삐삐밴드는 지난 1997년 이윤정의 탈퇴 후 고구마를 영입해 삐삐롱스타킹으로 활동하다가 음악 방송에 출연해 대형사고(?)를 일으켜 국민적인 주목을 받았다.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침을 뱉었던 당시 무대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사건이다.
달파란은 "그것을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경직된 사회인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시 퍼포먼스는 그저 쇼였을 뿐인데 당시 방송국이 얼마나 권위적인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평가했다.
삐삐밴드가 12일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pppb’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박현준, 이윤정, 달파란. [사진제공=팝뮤직]
이번 앨범에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소외계층이 느끼는 쓸쓸함과 공허를 표현한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Over And Over)’를 비롯해 최근 싱글로 선공개했던 곡으로 세상이 지긋지긋하다고 도발하는 ‘ㅈㄱㅈㄱ’,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연주와 디스코 풍의 펑키한 기타와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는 ‘아이 필 러브(i feel love)’, 기계처럼 음절을 쪼개 노래하는 독특한 이윤정의 보컬이 인상적인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등 4곡이 수록돼 있다.
20주년 기념 앨범으로 미니앨범의 형태는 가벼운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달파란은 “정규 앨범을 냈다간 21주년이 될 뻔했다”며 “우린 음악 자체의 재미를 추구하고 그때그때 마음에 드는 소리가 있으면 바로 적용해보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새로운 사운드를 곡이고, ‘오버 앤 오버’의 삐삐밴드 답지 않은 부드러운 사운드는 삐삐밴드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곡이 될 것”이라며 “만약 정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실험적이지만 아직 대중에게 소비되지 않은 음악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삐삐밴드는 과거에 활동하며 가장 의미 있었던 일로 '밴드'라는 단어의 정착을 꼽았다.
달파란은 "과거에는 '밴드'라는 단어를 저급하게 취급해 그룹사운드라고 불렀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현재 밴드라는 단어가 제대로 쓰이게 만든데 삐삐밴드가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사운드 면에선 과거와 비교해 매우 발전했지만, 음악 면에선 개성이 줄어들고 획일화가 이뤄진 것 같다"며 "대형기획사의 방식을 따라가면 결국 과실은 대형기획사들만 먹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삐삐밴드는 향후 주로 공연을 통해서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삐삐밴드는 록페스티벌 출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윤정은 “삐삐롱스타킹(삐삐밴드의 후신)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고구마와 함께 무대에 서는 미래도 기대하고 있다”며 “재미있는 것들을 멤버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달파란은 “이번 앨범은 일종의 명함이자 애피타이저로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루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며 “약간은 1회성인 재결합이긴 하지만 이번 앨범의 결과에 지속적인 활동 여부가 달려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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